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변호사 하면 마음이 차가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것은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일 것이다.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르듯이 하는 일만 보고 그 사람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변호사는 돈이 안 되는 일은 잘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실제로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변호사를 가까운 데서 본 적 없다. 거의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봤다(변호사만 못 본 것은 아니기도). 그렇기 때문에 확실히 알 수 없다. 이럴 때는 뭐라고 하면 좋을까. 소설과 드라마에 나온 게 다 거짓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싶다. 변호사 가운데는 돈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이 가진 힘을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는 사람도 있다. 고양이 변호사 모모세 타로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다. 모모세는 도쿄대 법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일본에서 손에 꼽히는 큰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모모세가 한번 고양이와 관계있는 일을 잘 해낸 뒤로 로펌에는 애완동물에 관련한 소송이 잇달았다. 일이 많은 것은 그렇다 치고 그 일은 돈이 별로 되지 않았다. 회사(로펌)에서는 모모세가 그곳을 그만두기를 바랐다. 모모세는 그곳을 나와서 법률 사무소를 열었다. 그리고 다섯 해가 흘렀다. 모모세는 서른아홉, 사무실에는 고양이가 열한 마리, 맞선은 서른번이나 잘 안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은 하나 같이 남다르다. 모모세는 일곱 살 때까지 미국에서 어머니와 살았다. 모모세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모모세를 일본으로 데리고 와서 시설에 맡겼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모모세한테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위를 올려다보렴. 그러면 뇌가 뒤로 기울어 두개골과 전두엽 사이에 틈이 생겨. 그 틈에서 신선하고 놀라운 생각이 생겨날거야.” (11쪽) 모모세는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았고 변호사가 되면 어머니한테 도움이 될거라는 말에 변호사가 되었다. 모모세 법률 사무소에는 비서와 사무원이 있다. 비서는 노로 노리오로 예순이다. 법률 사무소 여기저기서 일한 사람으로 자칭 업계에서 수완이 가장 좋다고 한다. 여러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지만(자칭) 가지 않고 있다고. 사무원은 니시나 나나에로 추정 연령은 쉰 살이다. 고양이를 보살피는 일을 하면서 사무원다운 일을 시켜달라고 한다. 그런데 비서 노로가 컴퓨터로 일하는 것을 가르쳐주려고 하면 배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모모세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고양이가 열한 마리나 있다니 많기는 하다. 그래도 동물 병원 원장 마코토가 고양이를 맡아줄 사람을 찾아주기도 한다. 또 한 사람 결혼상담소에서 모모세를 맡은 다이후쿠 아코도 있다.

 

일을 의뢰하는 사람들도 재미있다. 법학부 학생이 와서 오랫동안 모모세와 이야기를 했는데 모모세는 법률 상담이 아니라면서 돈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고양이한테 국어와 수학 그리고 음악까지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법학부에 다닌다는 학생이 하는 아르바이트는 고양이 과외였다. 처음에 그 말을 봤을 때는 어리둥절했다. 나중에 그 학생은 고양이를 고양이로 대해달라고 주인한테 말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사는 맨션이 본래는 애완동무를 기를 수 없는 곳이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애완동물을 기를 수 있는 곳으로 바뀐다면서 그것을 모모세한테 막아달라고 했다. 자기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와 함께 있는 게 싫다면서. 그런데 그 사람은 자기 고양이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모모세가 가르쳐줘서 알게 되었다. 언젠가 하얀 고양이는 귀가 안 들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얀 고양이가 다 귀가 안 들리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친칠라 골든이 그런 종류인가 보다. 애완동물도 사람 처지에서만 보면 안 될 것이다. 사람과 말을 나눌 수는 없을지라도 마음은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고양이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은 고양이 눈을 보고 말을 했다. 그것도 모모세가 가르쳐주었다. 그러고 나니 사람이 조금 달라졌다. 전보다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남편하고 일도 좋아졌다.

 

사실 중심 이야기는 따로 있다. 장례식장에서 어머니 시신을 도둑맞은 사람이 모모세한테 범인과 교섭해달라고 한 일이다. 이 일에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데 읽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래도 재미있다. 범인이 조금 모자란 사람들이다. 어쩌면 그래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동정이 가기도 하니 말이다. 범인은 자신들 때문에 해를 입은 사람한테 미안해하기도 했다. 나중에 돈을 벌면 갖다주고 싶다고. 본래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저 무엇인가 잘못 흘러가서 나쁜 일을 해야 하는 형편에 놓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쉽게 벗어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한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것일지도. 그런 늪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이 소설은 밝다. 다행이다. 또 하나 놀라운 일이 있다. 그 사람 마음은 앞에서 짐작할 수 있지만 왜인지는 나중에 알 수 있다.

 

책을 다 봐갈 때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옮긴이 말에 《고양이 변호사와 투명인간》 《고양이 변호사와 반지 이야기》가 더 있다는 말이 있어서 괜찮아졌다. 언젠가 이 두권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고양이와 같은 동물을 위해 애쓰는 변호사가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희선

 

 

 

 

☆―

 

“지위와 돈에 야심이 없는 사람은 강적이에요. 약점이 없는걸요.”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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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0 2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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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1 02: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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