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사진, 책소개에서

 

 

 

책은 참 기분 좋은 무리들이다. 어떤 방에 들어갔는데 그 방이 책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상상해보라. 책장에서 책을 빼들지 않더라도 그들이 내게 말을 걸고 나를 반겨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윌리엄 글래드스턴

 

 

 

바깥에서 보면 그냥 집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곳은 애팔래치아 산맥의 작은 마을 빅스톤갭에 있는 헌책방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입니다. 이런 곳에 헌책방이라니 하며 놀라워하시겠지요. 처음에 웬디와 잭이 집을 사서 헌책방을 할거라고 했을 때, 그 말을 들은 사람이 “헌책방이라고요? 당신들 미쳤군요!” 했다는군요. 그렇게 말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군요. 웬디와 잭은 본래 언젠가 책방을 해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웬디가 일하는 곳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는 그곳을 떠나려 했을 때 빅스톤갭에 오게 되었다는군요. 그리고 두 사람은 헌책방을 하면 딱 좋을 집을 보고 지금이 바로 바라던 일을 할 때다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돈이 별로 없었습니다. 책꽂이는 잭이 만들고 책은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서 고르고, 광고를 해서 책을 가져오면 나중에 다른 책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지요. 작은 마을 사람들 마음이 좋다고 하잖아요. 그냥 책을 주신 분도 많이 있었답니다. 그게 좋은 일이기도 했지만 안 좋은 일이기도 했답니다. 뭐든 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잖아요. 잘못을 하고서 웬디는 책을 잘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헌책방으로 모습을 갖추고 문을 연 날에는 손님이 아주 많이 왔습니다. 그때 웬디와 잭은 몰랐지만 그곳에 왔던 사람들은 책방이 오래 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답니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닐 겁니다. 얼마 뒤 웬디는 마을 터줏대감 가운데 한 사람과 관계가 틀어졌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책방에는 손님들 발길이 끊겼습니다. 작은 마을이니 소문이 금세 퍼진 거죠. 웬디는 마을 사람들 마음이 좁은 거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웬디와 잭이 정말 이곳에 눌러 살 생각이 있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웬디와 잭은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헌책방이 사람들한테 알려지는 일이 일어납니다. 신문에 헌책방에 대한 기사가 나간 거예요. 고양이 뷸라 사진도 실리고. 그 신문을 보고 책방에 찾아오는 손님이 늘어났답니다. 웬디와 잭은 개 두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아 함께 살았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에 사진이 실린 뷸라가 손님들 마음을 끌었답니다. 도서관에 있었다던 고양이가 생각나기도 하는군요. 그리고 요양원에 있는 고양이도. 책방에서는 동물을 만나는 일이 좋은 일인가 봅니다. 그런 책방에는 가 본 적이 없지만요.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은 사람에서 사람한테 소문이 퍼져갔습니다. 엄청난 돈을 들인 광고보다 사람이 퍼뜨리는 말이 더 믿음이 갈 것 같습니다. 어쩐지 지금 쓰고 있는 것이 처음 시작했을 때와 조금 달라진 느낌이 드는군요.

 

책방을 열었을 때 한 사람이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이 마을 문화회관 같은 곳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처럼 책방은 사람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웬디와 잭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으로 가끔 행사를 열었습니다. 돈이 드는 것도 있었지요.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에서는 차와 잭이 구운 쇼트브레드를 맛볼 수 있습니다. 책방에서는 책만 살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때로는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웬디와 잭한테 털어놓았습니다. 집이 불에 모두 타서 잃어버린 책을 찾으러 온 손님도 있었습니다. 책을 가지고 온 사람 가운데는 아이를 잃은 부모, 아내를 잃은 남편, 아버지는 떠나보낸 딸도 있었습니다. 웬디는 책방을 하려는 사람한테는 책을 좋아하는 마음보다는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웬디와 잭한테는 상담자격증은 없지만, 손님이 와서 말을 하면 잘 들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 편해진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인터넷 서점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말도 했지요. 웬디는 ‘책방은 지역 공동체의 만남의 공간이고, 주민들한테 제3의 공간이다’ (264쪽)고 했습니다. 이런 책방이 마을마다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여자들만의 모임도 만들었습니다. 뜨개질을 하는 모임이지요. 헌책방을 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책방, 겉에서 보면 정말 좋을 것 같지만 힘들 겁니다. 이것은 어떤 일이든 같겠군요. 하지만 그 힘듦을 참아낼 수 있다면 자신만의 책방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에 있으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고 여긴 사람들이 하나둘 일일 책방 주인 체험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하루쯤 다른 일을 해 보는 일은 설레는 일이겠지요. 그리고 웬디와 잭이 마음놓고 쉴 수도 있으니 하나로 두 가지를 얻는 셈이죠. 아주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책방을 맡길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글쓰기 모임도 했습니다. 책방에서 책읽기가 아닌 글쓰기라니, 이것도 좋지 않을까 싶군요.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일상의 일을 쓰거나 어느 때는 소설도 썼겠죠. 하지만 언제나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좋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났을 테니 안 좋은 일은 쉽게 잊었을 거예요. 웬디와 잭은 긍정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힘들어도 책방일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책뿐 아니라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도 좋아했습니다.

 

이런 책방 어떠세요.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에서는 오래된 책이나 얼마 없는 책(비싼 책)은 다루지 않습니다. 웬디와 잭은 자신들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책방은 빅스톤갭의 중심이 되어 사람들을 이어주는 일을 하게 되었지요. 한번은 글을 배우려고 하는 분한테,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웬디가 세 사람을 떠올리고 연락을 했더니,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책으로 이어진 인연인 것도 같네요. 이제 책방에 쉽게 들어오실 수 있겠지요. 천천히 둘러보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어쩌면 오랫동안 잊고 있던 책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책을 찾기 어려우면 차를 마시면서 웬디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웬디가 좋은 책을 찾아줄 테니까요.

 

 

+더하는 말

 

이 말은 처음에 쓸까 했는데 그렇게 못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떠오르는 책이 있더군요. 처음은 책방에 찾아온 손님이 찾고 있는 책을 찾아주거나, 수수께끼 같은 일을 풀기도 하는 이야기입니다. 혹시 지금 어떤 책 떠올리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뒤에서 말할 겁니다. 제가 말하려고 하는 책은 몇 해 전에 나온 책으로 그때 많은 분이 읽었을 거예요. 지금 처음 알게 되는 분도 있겠지요. 본래는 다른 제목으로 나왔는데 세번째가 나온 뒤로 모두 《명탐정 홈즈걸》(오사키 고즈에)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모두 세 권입니다. 책방에도 책이 많지만 책이 아주 많은 곳이 한 곳 더 있지요. 바로 도서관입니다. 두번째는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일이 나오는 책인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그다음 편 《도서관의 기적》(미도리카와 세이지)입니다. 이것은 예전에도 말한 적 있군요. 그리고 마지막은 많은 분이 아시는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처럼 헌책방 비블리아 고서당을 찾아온 사람과 책 이야기가 나오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미카미 엔)입니다. 어쩌면 이밖에 더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쓰고 보니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과는 다르게 소설이군요. ‘명탐정 홈즈걸’에 나오는 책방은 헌책방이 아닙니다. 홈즈걸이라는 말처럼 책방에서 일하는 두 사람이 책에 대한 일을 풀어갑니다. 두 사람이라고는 했지만 거의 한 사람이 다 풀어냅니다. 한 사람은 왓슨 같은 역이군요. 한 사람은 오랫동안 일한 직원이고 한 사람은 아르바이트생입니다. ‘비블리아 고성당 사건수첩’하고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책방과 도서관에는 맑은 날뿐 아니라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

흐린 날

눈 오는 날

어느 때 가든 좋다

 

 

 

희선

 

 

 

 

☆―

 

헌책이 상품인 것은 맞다. 그래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 책을 아주 소중하게 다룬다. 그 책들에는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속 글자만 두고 하는 말이 아님을 여러분도 알 것이다.  (189쪽)

 

 

“헌책방 주인은 여러가지 노릇을 할 줄 알아야 해요. 상담사에 문학비평가, 자료 찾기 전문가, 매니저, 재고정리 담당자, 청소부, 바리스타, 아동보호국 요원, 건물 관리인에, 아, 그렇지, 영업사원 노릇도 해야 하죠. 그러니 웬만하면 손님이 뭐가 필요한지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어쩌면 바라는 게 책 둘러보기일 뿐일 수도 있으니까.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알아서 얘기할 거예요.”  (205쪽)

 

 

손님들은 자신의 암 투병기라든가 성질 더러운 옛 애인, 예쁜 손자들, 재수없는 직장 상사, 살면서 힘겨웠던 순간들, 무식한 친척들, 무식한 친척들, 또 무식한 친척들, 그리고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둥 저 사람을 죽여버리겠다는 둥 하는 얘기를 곧잘 쏟아놓는다. 사람은 속에 든 것을 쏟아 내야 사나 보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와서 마음껏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책 파는 선술집 바텐더인 셈이다. 우리는 그들이 마음껏 말할 수 있도록 해준다. 누가 알겠는가, 그럼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지.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상대방이 마음의 짐을 덜기라도 하겠지.  (207쪽)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책방이나 도서관, 아니면 책으로 꽉 찬 책꽂이가 사방 벽을 장식하고 있는 집처럼 책이 잔뜩 있는 곳을 좋아한다. 그런 곳들에는 마법이 깃들어 있다.  (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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