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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블론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3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는 마이클 코넬리의 《콘크리트 블론드》를 읽었습니다. 이것은 해리 보슈 세번째 이야기예요. 여기에서 해리 보슈는 마흔세 살이라고 하더군요. 《로스트 라이트》에 나온 헤어진 아내와는 아직 만나지 않은 때예요(어쩌면 첫번째 책에서 엘리노어를 만났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실은 만났습니다. 거기에서 이름이 E. D. 위시라고 해서 다른 사람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해리 보슈가 남다르게 위시를 바라보는 겁니다. 혹시 이 사람인가 했지요). 해리 보슈는 실비아와 사귀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실비아를 만난 것은 두번째 이야기에 있을 것 같아요. 실비아 남편도 경찰이었는데 죽었습니다. 그 일을 말해준 사람이 해리 보슈라고 하더군요. 이런 일 가끔 일어나기도 하죠. 어디에선가는 자신이 죽인 범인 아내와 결혼하기도 했더군요. 경찰은 결혼할 상대 식구한테 범죄자가 있으면 안 된다고 하던데. 법이라기보다 분위기가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하군요. 하긴 그 사람은 경찰을 그만두려고 했는데 위에 사람이 눈감아준 것 같았어요. 어쩌면 이것은 나라마다 다를지도 모르겠군요. 다른 것보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하다니. 아주 많이 나온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리 보슈가 사건만큼이나 실비아를 생각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 하는. 해리 보슈한테 있었던 일이 아주 조금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일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비아가 해리 보슈를 좋아하지만 경찰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뒤로 물러나려고 합니다. 옛날에 한번 겪은 일을 또 겪을까봐 그런 거겠죠.
네해 전 해리 보슈는 거리의 여자를 죽이고 화장을 해서 버린 인형사한테 총을 쏘아서 죽게 했습니다. 죽은 남자 아내가 해리 보슈가 과잉 대응을 했다면서 고소했어요. 그런데 콘크리트 속에서 다른 여자 시체를 찾게 됩니다. 인형사가 죽인 방법과 똑같았죠. 범인이 쪽지로 시체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이 일은 해리 보슈가 엉뚱한 사람을 죽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해리 보슈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이 네해 전에 쏜 남자가 인형사라고 확신했죠. 미국에서는 경찰뿐 아니라 보통 사람, 더우기 범인은 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요. 그래서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하면 경찰은 망설이지 않고 총을 쏩니다.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지만 그것이 옳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주 쉽게 범인을 죽여서요.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군요. 해리 보슈는 예전에 일어났던 사건 서류를 보다가 하나를 깨닫습니다. 그것은 범인이 한사람 더 있다는 거였어요. 모방범이. 해리 보슈는 바로 한사람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았는데……. 진짜로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이 말한 두번째 사람도 아니었어요. 해리 보슈는 세번째도 아닐까봐 홀로 행동합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범인을 잘못 짚었다가 진짜 범인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책을 보면서 왜 죽임을 당하는 사람은 거리의 여자가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소설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죽임을 당하잖아요. 이것은 현실에서도 그런지도 모르죠. 몸을 판다고 해서 죽어도 괜찮다고 할 수 있을지. 어쩌면 범인 눈에 쉽게 띄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군요. 해리 보슈 어머니도 매춘부로 해리 보슈가 어렸을 때 누군가한테 죽임 당하고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재판 때 그 이야기를 원고쪽 변호사가 해서 해리 보슈가 어머니의 복수를 하려고 한 걸로 몰고 가려고 했습니다. 해리 보슈가 경찰이 된 것은 자기 어머니를 죽인 사람을 잡기 위해서이기도 했다더군요. 이 말은 첫번째 이야기에 나올지…….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죽임 당하는 게 여자일 때가 많다는 겁니다. 그리고 죽이는 사람은 남자일 때가 많죠. 어떤 책에서 보니 여자를 죽이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머니라는 겁니다. 해리 보슈가 잡은 범인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조금 나왔습니다. 조금이라고 해서 그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죠. 네, 범인은 바로 자신의 어머니를 몇 번이고 죽인 거였습니다. 범인이 죽인 여자들은 어머니와 많이 닮아 있었어요. 어머니하고만 살았고 어머니가 아주 엄했다더군요. 아버지 때문에 자라서 사람을 죽이게 되는 사람도 있지만, 어머니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런 사람은 ‘나는 사람을 죽였다’고 하는 게 얼굴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여기에 나온 범인도 그랬습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죠. 사실은 저도 첫번째는 확실히 아니지만, 두번째 사람인가 했습니다. 그런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사람 마음은 알 수 없습니다.
부모가 아이한테 잘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말 안 해도 알겠지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해리 보슈가 재판 받는 것과 인형사의 모방범을 찾으려고 하는 모습이 길게 이어져요. 그 사이사이에는 해리 보슈와 실비아가 나오기도 하고. 한사람이 나오는 이야기를 오래 쓰면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은 넣어야겠죠(이것은 꼭 오래 쓸 때만 그런 것은 아니군요).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해리 보슈한테도 조금 관심이 가더군요. 다 읽고 나니 괜찮기는 한데 읽으면서 왜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군요. 어떤 일이 바로 일어날 것 같아서였는지도. 해리 이야기가 아주 안 좋다고 하기는 어렵고 선뜻 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그래도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해리 보슈는 한번 보고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이것은 저만 그런 것인지도. 언젠가 또 만날 수 있을지도.
희선
☆―
“자네한테 멋진 정보를 주지, 해리. 이 세상에서 속과 겉이 똑같은 사람은 한놈도 없어. 한놈도. 더구나 자기 방에 틀어박혀 문을 잠그고 있을 땐. 그리고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대방을 다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기껏해야 자기 자신이나 알면 다행이지. 게다가 진정한 자신을 알게 되었을 땐 자신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지.” (433쪽)
“(……) 우리 모두가 거의 알지. 그래서 사람 속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 것 같아.” (5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