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게. 어쩌면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는 아닌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처음에 생각한 것은 그쪽이 아니었거든. 조금 생각하다보니 마음이 바뀌었다고 할까. 사실 나는 무서운 이야기를 그렇게 잘하지 못해. 아니 무서운 이야기만 못하는 것은 아니군. 이야기를 잘 못해도 아주 가끔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질 때가 있어. 응, 지금 말하고 싶어. 들어줄거야.

 

여자는 집에서 혼자 살고 있어. 어떤 집으로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공간이 나뉘어 있는 곳보다는 트여 있는 곳인 게 낫겠다 싶었어. 그래, 여자는 원룸에서 살고 있어. 자세하게 그려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냥 상상해. 늦은 밤 아마 새벽 12시쯤 되었을 거야. 여자가 잠을 자고 있는 집 안에 전화벨 소리가 울렸어. 처음에 여자는 조금 뒤척이기만 하다 다시 잠들었어. 조금 뒤 다시 전화벨 소리가 울렸어. 그때는 여자가 전화벨 소리를 들었는지 일어나서 전화를 받았어.

 

“여보세요.” 수화기 저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다시 여자가 “여보세요.” 말하자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어. “엄마.” 여자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말했어. “얘, 너 어디에 전화한 거야. 난 네 엄마가 아니야.” 다시 수화기에서 들리는 말은 여전히 “엄마.”였어. 여자는 아이가 조금 불쌍했지만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생각하고 끊었어. 그리고 다시 잠들었지.

 

여기까지 말해도 그렇게 무섭지 않군. 어떻게 하면 무서운 이야기가 될까.

 

다음날 밤 또 여자가 잠들고 새벽 12시가 되자 전화벨이 울렸어. 그리고 그 일은 며칠이나 이어졌어. 여자는 새벽에 잠을 설쳐서 그런지 늘 피곤했어. 그러고 보니 여자가 낮에 무엇을 하는지는 말 안했군. 나도 잘 모르겠어. 어딘가에 나갔다 오는 것 같기는 한데, 대체 무엇을 하고 오는 걸까. 혼자 먹고 살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있겠지.

 

여자가 전화를 받으면 아이는 언제나 “엄마.”만 찾았어. 여자가 가끔 무슨 말을 물어봐도 아이는 다른 말을 하지 않는 거야. 여자는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 ‘이 아이는 대체 왜 나한테 날마다 전화를 하는 걸까’ 했지. 정말 아이는 왜 여자한테 전화를 하는 걸까. 아니 이 아이는 정말 사람일까. 혹시 전화기 속에 사는 귀신 같은 것은 아닐까. 이 말을 하니까 갑자기 내가 다 무서워지네.

 

미안해. 이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어. 한 달 정도가 지나자 여자한테 더는 전화가 걸려 오지 않았어. 아니 그것보다 여자가 더는 전화를 받을 수 없게 됐어. 그 방에서 여자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거든. 여자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어. 아무도 모르게 그 집에서 떠났다, 와 어떤 힘 때문에 여자는 전화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지금은 전화선을 타고 다니고 있다, 야. 혹시 다른 생각이 있다면 나한테 말해줘도 괜찮아.

 

본래 생각했던 것하고는 다른 쪽으로 흘렀지만, 아주 조금 무섭다는 느낌이 드는데. 어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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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8 2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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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0 0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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