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 무척 어지러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잠을 자기 전에 갑자기 어지러웠는데, 자고 나면 괜찮겠지 했다. 이튿날 여전히 어지러워서 하루 내내 누워 있었다. 겨우 하루 그렇게 누워 있어도 허리 아프고, 어디에 가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여기에 나온 맬컴 에드는 20년 이상으로 7483일째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맬컴은 몸무게가 엄청 늘어서 혼자 움직이지도 못했다. 630킬로그램이 넘었다. 몸이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은 답답한데, 맬컴은 어땠을까.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게 정말 좋았을까. 맬컴 마음은 확실하게 알기가 어렵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맬컴이 아니고 동생인 ‘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맬컴뿐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맬컴을 사랑하는 루에 대해서도 말한다. ‘나’는 루를 사랑했다.

 

‘나’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우리가 관심을 더 갖게 되는 것은 맬컴이다. 이것은 언제나 ‘나’한테 있는 일이다. 어머니 아버지는 ‘나’보다는 형인 맬컴을 중심으로 살았고, 다른 사람은 ‘나’를 ‘맬컴 에드의 동생’이라 했다. 맬컴은 좀 남달랐다. 어떤 일이든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처음 해 보고 싶어했다. 어렸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해도 나이를 먹으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하지만 맬컴은 그러지 않으려고 했다. 여자 친구 루를 사귀기도 했지만, 그대로 일을 하고 결혼하고 또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길을 가지 않았다. 맬컴은 스물다섯 살이 된 날부터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잠시 그러다 말겠지 했지만 아니었다.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그 시간을 살아가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나’와 루. 맬컴이 침대에서 지내는 날이 늘어갈수록 맬컴 몸무게는 늘어갔다. 어머니는 맬컴을 돌보았다. 루는 맬컴을 사랑했지만, 자기 아버지도 사랑했기에 자기 안에 갇히려고 하는 아버지를 도왔다. 맬컴한테 해줄 수 없는 것을 아버지한테 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맬컴한테는 어머니가 있었기에.

 

침대에서만 살면 재미없지 않을까. 맬컴은 스스로 자신을 가둔 것은 아닐까. 평범하게 사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인데. 하긴 맬컴은 그렇게 애쓰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했다. 그렇게 살다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아무도 자신을 기억해주지 않는 사람은 흔해 빠졌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나도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죽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보통 사람이 봤을 때 맬컴이 살아가는 방식 재미없을지도 모르겠다(나도 재미없게 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하지만 맬컴은 나름대로 재미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자기가 살고 싶은대로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어머니는 누군가를 돌보는 일을 좋아했다. 맬컴이 잠시 집을 떠나 있었을 때 실망스러워했다. 아버지한테는 오래전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다락방에서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달라졌다. ‘나’는 자신을 불쌍하게 여겼다. 마지막에 가서야 ‘나’도 괜찮아졌다. 이런 식으로밖에 쓰지 못하다니.

 

맬컴이 침대에서 지낼 때 마음이 알고 싶었는데 그것은 끝내 알기 어렵겠다. 맬컴이 왜 침대에서 지내기로 했는지는 7483일째에야 알 수 있었다. 남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던 것도 있는데, 식구들을 사랑해서이기도 했다. 그런 맬컴 마음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세상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는 하구나. 어쨌든 맬컴은 대단하다.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밀고 나갔으니 말이다. 그렇게 사는 거 쉽지 않다. 침대에서만 살지 않고도 자기 생각대로 살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사랑이 우리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말 맞다. 어머니는 맬컴을 사랑해서 음식을 해주고 돌보았지만, 맬컴 몸무게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먹을 것을 조금만 주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평범하게 산다고 해서 진 것은 아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군한테 지는 것인가. 살아가는 것에 지고 이기는 것은 없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맬컴은 맬컴으로 살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것은 부러운 것인지도.

 

 

 

희선

 

 

 

 

☆―

 

“지금 이 순간, 네가 남길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할래? 네가 나중에 아무것도 남길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너를 기억할 사람은 아무도 없고, 너를 기억할 만한 무엇인가를 가진 사람도 없다면? 네가 그저 지난날에 있던 누군가와 하나도 구별되지 않는, 흔해 빠진 사람일 뿐이라면?”  (182쪽)

 

 

“나는 뒤로 물러나 앉아 현실의 삶에 안주할 수 없었어. 저축을 하고, 이런저런 청구서에 돈을 내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 이런 건 진짜 삶이 아니야.”

 

나는 형의 절박한 속삭임을 듣는다.

 

“그럼 이런 게 진짜 삶이야? 우리 가운데 누구도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지 않아. 형은 엄마를 노예로 만들었고, 아버지를 은둔자로 말들었어. 루는 내가 바란 모든 것이었어. 그런데 형 때문에 영원히 못 가질 뻔했지.”  (367쪽)

 

 

“형이 우리 가족을 망가뜨렸어.”

 

“아니야, 내가 구원한 거야.”

.

.

.

 

“나는 엄마한테 누군가를 스무해 동안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드렸어. 내가 엄마를 살아 있게 한 거야.”

 

“그럼 아버지는?”

 

“네가 봐.”

 

나는 기중기의 톱니바퀴를 돌리는 아버지를 올려다본다. 아버지 얼굴에는 큰 기쁨이 넘친다.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아버지한테는 새로운 사진을 드렸군.”

 

“그리고 너한테는 루를 줬어.”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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