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아니발을 소개합니다 푸른길 청소년 성장 소설
안느 브라강스 지음, 박경혜 옮김, 김인석 그림 / 푸른길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느 달보다 오월에 ‘무슨 날’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 그 가운에 ‘입양의 날(5, 11)’도 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은 아직도 입양에 대해 그렇게 좋게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옛날에 우리나라에는 ‘아이를 수출하는 나라 1위’라는 부끄러운 이름도 붙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다른 나라로 입양되는 아이들이 있겠죠. 태어나는 아이는 적다고 하는데, 부모한테 버림받는 아이는 많다니 대체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요. 제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에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러나는 안 좋은 일보다 드러나지 않는 좋은 일이 많다고 믿고 싶습니다. 이름이 잘 알려진 연예인 부부가 아이를 입양했죠. 두 사람이 멋지게 보입니다. 자기가 낳은 아이 키우기도 힘든데 남의 아이를 키우는 일은 더 어렵겠죠. 입양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는 한 나라의 앞날이고 희망입니다. 입양을 꼭 큰뜻을 가진 사람만이 하지는 않기도 합니다. 사실 이 책 속에 나온 스위티 엄마 아빠는 누군가가 한 말에 페루에서 아이를 데리고 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스위티는 프랑스에서 영화 만드는 일을 하는 부모님과 모자란 것 없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스위티는 아빠하고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아빠가 스위티를 그대로 받아들여주지 않았습니다. 스위티가 뜰을 가꾸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부모의 사랑이나 관심을 받지 않았지만, 스위티한테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정원사, 의사인 슈발리에 선생님 그리고 영화배우 제라르 르그랑디유입니다. 누군가한테서 사랑을 받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채워준다는 말이 있던데 그 말대로네요. 어른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페루에서 데리고 온 다섯 살배기 남자아이 아니발도 누구보다 스위티를 좋아했습니다. 아이는 본능으로 자기를 가장 사랑해줄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고 하는 말도 있던데, 그래서 아니발이 스위티를 잘 따른 걸까요. 사실 스위티가 처음부터 아니발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낳은 아이도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 데리고 와서 좋아하지 않았죠. 아니발이 스위티 편을 들어주는 행동을 한 뒤로는 스위티가 아니발을 좋게 여겼습니다.

 

엄마 아빠가 집을 비우고 스위티와 아니발만 있을 때 아니발이 아팠습니다. 집에 일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데 엄마 아빠가 없을 때는 일을 안 했습니다. 그런 일을 스위티는 엄마 아빠한테 말하지 않았죠. 스위티는 슈발리에 선생님한테 연락했습니다. 슈발리에 선생님은 스위티 엄마 아빠한테 연락해서 집에 돌아오게 했습니다. 아니발은 천식이었어요. 슈발리에 선생님은 엄마 아빠보다 스위티한테 아니발을 잘 보라고 말했습니다. 아니발은 식물과 같다면서. 식물을 본래 살던 곳에서 뽑아다 다른 곳에 심으면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이 일이 일어나기 전에 스위티는 아니발이 프랑스어를 공부할 때 귀마개를 꽂아준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장난처럼 보이지만 아니발은 스위티가 귀마개를 해준 일을 좋아했습니다. 프랑스어 선생님이 하는 말을 듣지 않아도 괜찮았으니까요. 하지만 곧 그 일을 프랑스어 선생님이 알게 되고 아빠한테 말했습니다. 아빠는 스위티를 기숙학교에 보내겠다고 했어요.

 

아니발의 천식이 꽃가루 때문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스위티는 뜰에 심은 꽃들을 거의 뽑았습니다. 꽃들을 뽑는 것은 마음 아팠지만 아니발을 위해서 큰마음을 먹은 거죠. 아니발이 발작을 일으키면 스위티는 아니발한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어서 아니발이 숨을 잘 쉬도록 해주기도 했습니다. 아니발을 누구보다 잘 돌본 사람은 스위티였죠. 그런데 시간은 흘러서 아빠는 스위티를 기숙학교에 보내려고 했지요. 스위티는 자신이 없으면 아니발은 어쩌나 걱정하며, 아니발을 본래 살았던 곳에 돌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하고 시작은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루기에는 어려운 일이죠. 스위티는 아직 어리니까요. 그래도 스위티 행동이 나빴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다행하게도 스위티와 아니발은 떨어지지 않게 됐어요.

 

엄마 아빠는 책임감을 갖지 못했는데, 스위티는 아니발한테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이것은 스위티가 식물을 길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엄마 아빠가 철이 없으면 아이가 먼저 철이 든다고도 하던데 스위티를 보니 정말 그렇군요. 스위티와 아니발이 앞으로 잘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둘이 크면 페루에 가서 살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

 

“너는 정원사이며, 다른 사람한테는 없는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네가 꽃들이 괴로워하는 까닭을 알아낼 수 있다면, 아니발을 괴롭히는 게 뭔지도 알아내고 말거야.”  (112~113쪽)

 

 

가끔 나는 아니발이 한 포기 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 손 안에 있어서 잘해 주든 못해 주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끔찍하게도 무거운 책임이다. 그것이 자신을 우상처럼 우러러보는 다섯 살짜리 꼬마라면 그 책임감의 무게는 더욱 엄청나다. 녀석이 나를 바라보는 그 눈길 때문에라도 나는 바보 같은 일을 저질러서는 안 되는 것이다.  (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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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01: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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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6 15: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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