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작아졌어요 한림 고학년문고 14
사비네 루드빅 지음, 이덕임 옮김, 김무연 그림 / 한림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다른 사람들은 네 말을 믿지 않을지라도 나는 펠릭스 네 말을 믿어. 세상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니까. 마치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 떼던 슈미트 선생님은 조금 귀엽기도 했어. 펠릭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니. 어른이 되면 어린이일 때보다 자기 마음에 솔직해지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 하지만 슈미트 선생님도 너와 함께 보낸 한 주를 아주 잊어버리지는 않을 거야. 지금까지는 꽤 까다로웠던 선생님이었는데 조금 부드러워졌잖아. 아마 자기 처지에서만 생각하지 않게 돼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 이것은 펠릭스 너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슈미트 선생님을 네가 아주 무서워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지. 사람은 쉽게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없는 것 같아. 아주 큰일을 겪지 않는 한은 말이야. 펠릭스 너와 슈미트 선생님이 겪은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어.

 

엄마 아빠가 헤어지고 너는 엄마와 함께 살면서 아빠 집에 가끔 가야 해서 조금 힘들었겠다. 그것보다 엄마와 아빠가 말을 나누지 않은 게 더 힘들었으려나. 학교를 옮긴 것도 힘들었지. 예전에 다니던 학교에는 친구도 있었는데, 옮긴 학교에서는 엘리밖에 사귀지 못했잖아. 마리오는 너한테 심부름이나 시키고. 그리고 네가 좋아하지 않는 게 하나 더 있구나. 바로 수학 시간과 수학을 가르치는 슈미트 선생님 말이야. 방학하는 날 마지막 시간이 수학이었잖아. 조금만 지나면 공부 시간이 끝나는구나 했을 때, 슈미트 선생님은 수학 시험 점수가 적힌 공책을 나누어주었어. 너는 세 문제나 풀었는데 6점밖에 못 받았잖아. 전에 다닌 학교에서는 답이 틀려도 식을 쓰면 점수를 주었는데 말이야. 펠릭스 네가 슈미트 선생님한테 따졌더니 선생님은 그게 뭐가 잘못된 거냐고 하면서 너한테 칠판을 닦으라고 했어. 너는 화가 나서 슈미트 선생님을 ‘마녀 할망구’ 라고 했지. 운이 없게도 그 말을 슈미트 선생님이 듣고는 너를 혼냈지. 너무 무서워진 너는 눈을 감고 선생님이 작아지는 상상을 하다가, 다시 선생님이 커지는 상상을 하고 눈을 떠보니 슈미트 선생님은 여전히 작은 모습이었어.

 

방학이었던 한 주는 펠릭스 네가 슈미트 선생님을 위해 애쓴 때이기도 해. 슈미트 선생님을 본래 크기로 돌리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봤잖아. 그러다 슈미트 선생님의 다른 면도 알게 되었지. 슈미트 선생님은 엄한 할아버지와 살았고 조금 쓸쓸한 분이라는 거. 사람은 누구나 쓸쓸하기는 해.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다니. 네가 싫어했던 슈미트 선생님과 가까이에서 지내다보니 선생님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구나. 슈미트 선생님이 차를 타고 종이 풍선을 탔을 때는 꽤 좋아하기도 했지. 인터넷에서 알아본 마법 푸는 주문은 별로 쓸모가 없었구나. 검은 고양이가 사람한테 초능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방학하는 날 네가 만난 눈 색이 신기한 검은 고양이를 생각해냈지. 나는 처음에 그 고양이한테 뭔가 있을 줄 알았어. 네가 검은 고양이를 다시 만지면 슈미트 선생님을 본래 크기로 돌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바로 되지는 않았구나. 검은 고양이한테는 다른 목적이 있었잖아. 본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옛날에 아이를 생각하기보다 선생님인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검은 고양이 말이야. 어쩌면 슈미트 선생님은 그 일을 알고 나서 자신을 되돌아본 것일지도 모르겠어. 또한 아이에 대해 잘 몰랐던 슈미트 선생님은 너와 잠시 지내면서 조금은 알게 되었을 거야. 네가 슈미트 선생님을 구하기 위해 시계탑에 올라갔던 일 때문에 이런저런 일이 잘되었구나. 아마 그것은 네가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가 아닐까 싶어. 엄마 아빠는 서로 말하게 되었고, 친구들은 너를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잖아. 그리고 슈미트 선생님은 본래 크기로 돌아갔지. 펠릭스, 다시 슈미트 선생님을 만나게 돼서 기뻤지. 아마 슈미트 선생님도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다만 겉으로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무엇보다 너네 엄마 아빠가 자신들만이 아닌 네 마음을 생각하게 되어서 다행이야. 그런데 네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겠다. 사람이 작아지는 일을 누가 쉽게 믿을 수 있겠어.

 

엄마 아빠가 따로따로 살아서 아쉬운 점도 있겠지만, 함께 살면서 늘 싸우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그것은 너도 알겠구나. 헤어졌다고 해도 엄마 아빠는 그대로야. 그 점 펠릭스 네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슈미트 선생님도 조금은 좋게 생각하기 바란다. 슈미트 선생님도 예전과 조금 달라졌잖아. 아주 좋아할 수는 없더라도 싫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선생님한테도 선생님 나름의 사정이 있었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해. 나도 그래야 하는구나.

 

 

 

희선

 

 

 

 

☆―

 

슈미트 선생님은 달라졌다. 방학 전에 이런 일이 생겼다면 아마도 교장 선생님을 부르거나 출석부에 우리 모두의 이름을 적거나 아니면 숙제를 두 배로 내줬을 것이다. 지금처럼 침착하게 대응한다는 것은 결코 기대할 수 없었다.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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