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 안도현의 시작법詩作法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새 책 읽고 쓰는 것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어. ‘나는 왜 이렇게 못 쓰지,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하면서. 내가 다니는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글쓰기’라는 말로 책을 찾아봤어. 글쓰기라는 말만으로도 아주 많은 책이 나왔어. 둘러보다가 이 책 제목을 보게 되었지. 책 읽고 쓰는 글과는 상관없는 것이지만, 내가 시에 조금 관심이 있거든. 예전에는 시를 읽기도 했어. 기형도는 어쩐지 겉멋으로 봤던 것 같기도 해. 그리고 백석은 친구가 책을 나한테 주어서 알게 됐어. 이 책을 쓴 안도현 시인은 백석 시를 자유롭게 읽을 수 없기도 했대. 예전에 그랬던 때가 있었지. 어떤 사람 책은 마음대로 볼 수 없던 때. 지금은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시대고 책도 아주 많은 시대지. 하지만 책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도 하더군. 왜 더 많을 때 그것과 멀어지게 되는 걸까. 생각해보니 지금은 책이 아니더라도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많이 있구나. 나는 보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책을 보는 게 더 재미있어. 그래서 조금 활자중독이기도 해. 이런 중독은 괜찮잖아. 시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하게 되었군. 그런데 내가 아는 시인이 기형도와 백석밖에 없는 것 같네. 이름이 바로 생각나는 시인이 그리 많지 않아서 그래. 시집을 사서 보게 된 지도 오래 되었군.

 

이 말 좀더 해야겠어. 내가 예전에 시집을 사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책을 책방에서 샀기 때문이야. 책방에서는 어떤 시집이 나와 있는지 바로 볼 수 있잖아. 그때는 책방에 가서 시집이 꽂혀있는 책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올랐어.(책방에 가지 않게 되고도 시집을 조금 샀더군) 시를 잘 알았던 것도 아닌데.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에서 안도현 시인이 말해준 세가지가 뭔 줄 알아. 술을 많이 마시래, 혼자가 아니고 다른 사람과 함께 말이야. 그리고 연애를 하래. 그냥 사람 사귀는 것도 못하는 내가 어떻게 이성을 사귀겠어. 세번째에서야 내가 할 수 있을만한 게 나왔어. 시 많이 읽기야. 예전에 책방에서 샀던 시집은 100권이 조금 안 돼.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읽은 시집은 100권이 조금 넘어. 우리나라에 시인이 아주 많다고 하던데. 나는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어. 모르는 게 이것만은 아니구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큼 내가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면 이것저것 많이 알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알고 싶은 것을 조금씩 공부해가다보면 쌓이기는 할 텐데. 아쉽게도 나는 내가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어. 또 다른 말로 흘러가버렸네. 시를 쓰려면 시를 많이 읽어라, 글을 쓰려면 글을 많이 읽어라. 이 말 아주 틀리지는 않지만, 아주 맞다고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 시를 많이 읽어본 적 없고 책도 많이 읽지 않은 분이 더 솔직한 시와 글을 쓰는 경우도 있거든. 나는 그 안에 들어가지 않아. 그래서 다른 사람이 쓴 시와 글을 많이 만나야 해.

 

 

     내가 알고 싶은 건

     읽어내기 어려운

     네 마음

 

 

시를 읽다가 좋으면 공책에 적어두기도 했어. 신기하게도 여기에서 안도현 시인이 이 말 했어. 내가 아주 많이 옮겨 써두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해본 거 괜찮았던 거였어. 그렇게 해서 자기만의 시집을 만드는 거래. 예전에 써둔 게 없어져서 아쉽지만 다시 해봐야겠어. 그리고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베껴쓰래.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주 좋아하는 시인도 소설가도 없어. 작가보다는 글만 좋아해.(어떤 작가의 글을 자꾸 보면 그 작가를 좋아하는 것인가) 글을 좋아하다보면 작가도 좋아하잖아. 이상하게 나는 그게 안 되더라고. 그냥 조금 좋아하는 작가는 많지만, 아주 많이 좋아하는 작가는 없어. 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군. 이것에 대해 잘 생각해보니, 나는 작가와 내가 아주 먼 사이라고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내 손에는 닿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있는 사람. 지금까지 나는 글을 보면서 그 뒤에 있는 사람은 거의 안 봤어. 아니, 안 봤다기보다 못 봤던 것이겠지. 그래도 이것은 작가만 그래. 작가는 자기 이야기 잘 안 하기도 하잖아.(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내가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도) 나와 같은 보통 사람이 쓰는 글에서는 그 사람도 봐.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작가가 쓰는 글도 더 마음을 써서 볼까봐.(얼마전에도 썼던 말이군) 본래부터 그렇게 해야 했는데, 아직 늦은 것은 아니겠지. 먼저 내가 좋아하는 시인을 만들어야겠어. 혹시 나한테 가르쳐주고 싶은 시인이 있으면 말해줘.

 

시뿐 아니라 글을 쓰려면 엉뚱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것은 못해. 그리고 읽는 데 익숙해지지 않는 것도 있고, 쓰는 것조차 할 수 없기도 해. 앞으로도 그럴거야. 무엇이든 쓸 수 있어야 한다고도 하잖아. 그런데 꼭 그래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우습기도 해. 결국에는 내 멋대로 할 거면서, 어떤 말에 잠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낯설게 하기와 엉뚱하게 생각하기는 괜찮다고 봐. 세상과 사이가 나빠야 한대. 내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쓴 것은 일기와 편지야. 다음으로 많이 쓴 것은 내가 읽은 책 이야기야.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줄거리 정리이기도 해. 시와 다른 글은 그렇게 많이 안 써 봤어. 지난해부터 책을 읽고 가끔 짧은 글도 함께 썼는데, 그것을 시라고 할 수는 없을 듯해.(마음속으로는 시처럼 여기지만) 그리고 그런 글을 늘 쓰는 것도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시를 많이 써 보지 않았다는 거야. 그냥 아주 가끔 쓰고 싶은 게 떠오르기도 해. 그렇게 시와 이야기가 나를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찾아나서야 하는 것인데. 내가 게을러서 말이지. 안도현 시인이 말한 것 가운데 마음 놓이게 한 말이 있어. 그것은 타고난 시인은 없다는 거야. 시인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시를 써 보고 싶은 마음은 있거든.

 

많이 읽기, 많이 쓰기, 많이 생각하기는 시를 쓰는 데도 해당하는 말이래. 시는 글의 한 갈래이기도 하니 당연한 거군. 무엇이든 그냥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거야. 마음을 쏟고 애써야 해. 앞으로 시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를 읽어보도록 해야겠어.

 

 

 

희선

 

 

 

 

☆―

 

시인으로서 타고난 재능에 기대어 시를 기다리지 마라. 그리고 재능이 없다고 펜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지 마라. 그렇게 하면 시는 절대로 운명의 조타수가 되어주지 않는다. 시인 역시 시의 길을 여는 조타수가 되려면 타고난 재능보다 자신의 열정을 믿어야 한다.  (24쪽)

 

 

좋은 시를 쓰려면 당신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장 젊은 우리나라 시인의 시부터 읽어라. 젊은 시인의 시는 교과서요, 늙은 시인의 시는 참고서다. 우리나라 시인의 시는 한 끼 밥이지만, 외국 시인들의 시는 건강보조식품이다. 제발 릴케와 보들레르와 엘리엇을 읽었다고 거들먹거리지 마라. 두보와 이백을 앞세우지 마라. 볼썽사납다. 그들 대가의 시집은 두고두고 천천히, 읽어라.          (55~56쪽)

 

 

 

 

 

 

 

소나기 삼행시모둠

 

 

1

 

녀는 비가 오는 날엔,

비 같은 노란 우산을 쓰고는

다렸다, 일하러 갔다 돌아오는 엄마를

 

 

 

2

 

리가 닿지 않는다 해도

는 슬프지 않아요

억은 할 테니까요

 

 

 

3

 

리는 먼 하늘로 퍼져

무 위에 비로 내리고, 멀리서

적소리 슬프게 들려온다

 

 

 

4

 

년은 바다를 그리워했습니다

비라도 되어 날아가고 싶었습니다

적처럼 소년은 단 한번 나비가 되었습니다

 

 

 

5

 

나무는 늘 푸릅니다

무가 다 그런 건 아니지요

다림은 소나무를 닮았나봅니다

 

 

 

 

 

현은 비 오는 날을 좋아했다

비가 오면 빗소리를 음악삼아 들었다

 

는 그런 소현이 좋았다

하지만 소현은 나를 볼 수 없다

 

다릴 것이다

소현이 나를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바람

 

 

높은 건물이 서 있는 곳으로

바람은 지나갈 수 없어요

 

그곳에서는 바람도 길을 잃어버려요

 

키 큰 나무들 사이에서

바람은 자유로워요

 

그곳에서 바람은 어디로든 갈 수 있어요

 

저기 보세요,

나무들도 바람한테 손 흔들어주며 웃고 있네요

 

 

 

 

 

 

 

너는, 내가

 

 

너는 언제나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

너는 언제나 내가 읽고 싶은 책

 

 

 

희선

 

 

 

 

(이 책을 보고는 시를 좀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조금밖에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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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3 1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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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4 1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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