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6 ㅣ 소설 보다
구소현.남궁지혜.박민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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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철이든 나름대로 괜찮지만, 여름은 참 힘들다. 어쩌면 갈수록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렇겠지, 기후는 안 좋아지기만 할 테니 말이다. 아주 오랫동안 얼었던 얼음이나 빙하도 빠르게 녹고 있다. 언젠가는 겨울이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2026년 가을은 빨리 온 것 같다. 아침과 밤엔 선선하다. 어느 순간엔 춥기까지 했을 거다. 이런 때 책을 더 보고 글을 쓰거나 해야 할 텐데, 2026년엔 그러지 못하는구나. 언제는 잘 했던가.


 여름이 가고서야 이 책 《소설 보다 : 여름 2026》을 만났다. 여전히 소설은 세 편 실렸다. 세 편이니 빨리 보면 될 텐데, 이상하게 이 책은 빨리 못 보기도 한다. 세 편이어도 쉽지 않은 세 편이어서 그럴지도. 나만 어렵게 여기는 걸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사람 이야기인데, 그걸 어렵게 여기기도 하는구나. 사람 이야기라고 해도 내가 아는 사람도 아니고 내가 사는 것과 많이 달라서 그렇겠다. 이번엔 더 그런 것 같다. 아니 누구나 어디에서는 소수, 적은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세 편 담긴 건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 들고 사는 게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사는 게 쉬운 사람 세상에 하나라도 있을까, 하나도 없겠다. 다들 나름대로 힘들게 살아간다. 살아가지. 살아가야지.


 첫번째 소설 <화이트 데이>(구소현)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어쩌면 흔히 아는 화이트 데이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 하얗게 되는 그런 날일지도. 여기에는 어릴 때 어떤 종교단체에서 살다가 그곳을 나와서 살아가는 사람이 나온다. 한국에도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야기는 일본 소설에서 본 것 같아서 말이다. 어릴 때부터 사이비 종교를 믿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살면 그게 오래 자기 삶을 지배할지도 모를 일이다. 승현과 재원은 어릴 때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살았다. 부모는 어떻게 된 걸지. 거기에서 나왔을 때 승현은 동생과 친척집에 가게 되고 재원은 부모가 없어서 시설에 들어갔다.


 시간이 흐르고 승현과 재원은 다시 만났다. 승현은 평범하게 살려고 애쓰고 재원은 여전히 그 종교를 믿었다. 승현이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재원과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 자신을 지배했던 것에서 벗어난다 해도 거기에서 아주 자유로워지지는 못하겠다. 거기와는 다른 세상에 익숙해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거다. 재원은 승현을 만나고 그날 죽는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나도 모르겠다. 승현도 그러고 싶었던 날이 많아서 재원을 이해한 것 같다. 마지막에 승현은 스스로 정신병동에 들어갔는데, 언젠가 그곳을 나와 살아가기를 바란다. 쉽지 않겠지만. 이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하는구나.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마음 많이 안 쓰면 괜찮을 것 같은데.


 소설에는 자신과 아주 동떨어진 사람이 나오기도 하지 않나. 남궁지혜 소설 <측은지심>이 많이 그렇다. 로맨스 스캠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 나오니 말이다. 실제로 그런 걸 하는 사람 있겠지. 있을 것 같다. 아주 없지 않으니 소설로 썼겠다. 이걸 보고 나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이스 피싱을 하는 사람은 남자가 아닌가 하는. 로맨스 스캠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도 다르지 않았다. 인공지능인 척하고 남자한테서 성기 사진을 받고 그걸로 협박해서 돈을 뜯어냈다. 자신이 속인다고 여긴 사람은 그 사람이 속인 거였다. 그런 일도 있는 걸지도. 이런 것도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지기도 하다니. 그것보다 ‘나’는 다른 것까지 하게 된다. 돈이 뭐라고. 여성이 안 좋은 쪽으로 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이건 그 반대다. 그런 일이 없다고 할 수 없을지도. 사람은 다 누군가한테 이용당할 수 있겠다.


 마지막 소설 <즐거운 나라>(박민경)에도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나온다. 아니 나라는 평범하게 살려고 하는데 둘레에서 그렇게 보지 않는다. 사람은 다른 사람 겉모습을 보고 이런저런 말을 하고 어린이는 놀리고 괴롭히기도 하는구나. 그냥 내버려두면 좋을 텐데. 나라는 크다. 커서 사는 게 쉽지 않았다. 부모가 없는 건 아닌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쁘지 않지만 아이한테 마음을 쓰지는 않는 것 같다. 나라는 즐거운 나라가 되지 못하고 즐거운 나라에서 살지 못하는구나. 아니 늘 그렇지는 않기를 바란다. 소설이 끝나고 소설 밖에서는. 이런 걸 생각할 수밖에 없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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