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빠진 책
오랫동안 아무도 펼치지 않은 책은
그대로 잠들어 버렸어요
잠든 책은 꿈을 꿨어요
꿈속에서 책은 책이었어요
누군가 자신을 읽을 때도 있고
자기 안에 담긴 이야기속에
떨어지기도 했어요
책은 꿈속에서도 스스로 움직이지 못했어요
어쩐지 책은 그게 아쉬웠어요
꿈속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고 했는데
어느 날 꿈속에서 책은 사람이 됐어요
얼굴은 책이고 몸은 사람이었어요
그래도 책은 기뻤어요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어서
책 꿈속에는 다른 책이 나오기도 했어요
책이 다른 책 꿈속으로 간 걸지도
누군가 펼치지 않은 책은
오래오래 잠을 자고 꿈을 꿔요
잠 잘 때 깨우면 싫지만,
책은 어떨지
일어나고 싶을 때도 있을 거예요
가끔 책을 잠에서 깨워줘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