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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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상관없지만, 이름이 루시여서 다른 루시가 조금 생각났다. 그건 만화 <페어리 테일>에 나오는 루시 하트필리아다. 성은 다르다. ‘페어리 테일’에 나오는 루시는 성령 마도사로 열쇠로 성령을 불러내고 성령한테 도움 받는다. 루시도 소설을 쓰고 소설가가 됐다. 마도사면서 소설가기도 하구나. 비슷한 거 하나 없지만. 아니 소설 쓰는 건 비슷하다. 루시 바턴과 다르게 루시 하트필리아는 엄마와 사이 좋고 집은 부자였다. 엄마가 일찍 죽는다. 나중에 아버지 사업이 잘 안 되기도 해서 형편이 안 좋아진다. 그건 루시 하트필리아가 집을 나온 뒤다.


 소설에 나오는 루시 바턴은 어릴 때 가난했다. 가난한 게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닌데. 루시는 그걸 꽤 안 좋게 여긴 듯하다. 루시는 대학에 가게 되고 집을 나오고 결혼하고는 집에 가지 않았다. 루시가 아홉주 동안 병원에 있어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루시 엄마가 병원에 찾아온다. 루시 남편 윌리엄이 루시 엄마한테 말해서 병원에 온 거겠지. 루시 엄마는 병원에서 닷새 지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루시가 병원에 있었던 건 아홉주인데, 닷새만 있다니.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여겨야지. 병원에서 닷새 지내는 건 쉽지 않다.


 엄마와 딸 사이는 어떤 걸까.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내가 딸이지만, 난 엄마하고 아주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할 걸 할 뿐이다. 루시가 엄마한테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는데,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나도 그럴 거다. 난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지 못하겠지. 루시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 쓴다. 자기 담당 의사도 사랑한다고 하고 이웃에 사는 친구도 사랑한다고 했다. 그건 말이 그런 거겠지. 넓은 뜻으로 한 말이겠다. 내가 그런 말을 잘 쓰지 못하는 거겠다.


 병원에서 루시는 엄마한테 자신이 살던 곳 사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엄마가 말하는 사람들은 결혼생활이 다 좋지 않았다. 왜 엄마는 그런 이야기를 한 걸까. 중간 중간 루시는 어릴 때 일을 생각했다. 어렸을 때 트럭에 갇혀 있었던 일, 엄마한테 맞은 일, 가난해서 다른 아이한테 놀림 받은 일. 한 선생님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걸 아이들한테 말했다. 루시가 그런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구나. 루시는 집이 추워서 학교에서 숙제를 하고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었다. 책이 루시를 위로해 주어서 루시도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었다. 어릴 때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하다니. 난 어릴 때 책 안 읽고, 나중에 책을 읽고는 그저 나도 재미있는 이야기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루시는 자기 꿈을 이루었다. 언니 오빠는 어릴 때 살던 곳을 떠나지 않았지만, 루시는 공부를 잘해서 떠났다. 부모와 언니 오빠는 그런 루시한테 배신감을 느꼈을까. 그건 아니겠지. 루시 부모가 아주 이상한 건 아니다. 나만 이렇게 생각할까. 갑자기 아이를 때리는 일은 없었다면 좋았을걸. 트럭에 가두는 것도. 그게 벌을 준 건지, 엄마 아빠가 일하러 가서 어린 루시가 걱정돼서 트럭에 둔 건지. 아이여도 제대로 말하면 알아들을 텐데. 지금은 그런 걸 학대다 하겠구나. 엄마 아빠는 마음을 나타내는 게 서툴렀던 거 아니었을까. 엄마가 루시가 병원에 있을 때 찾아온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자기 이야기를 쓴 루시는 어릴 때와는 다르겠지. 루시 바턴으로 앞으로도 글을 쓸 거다. 엄마 아빠는 세상을 떠나고 남편과 헤어졌지만. 둘은 헤어지고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희선





☆―


 책이 내 외로움을 덜어주었다. 이것이 내 말 요점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도 사람들이 외로움에 사무치는 일이 없도록 글을 쓰겠다고!  (34쪽)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절대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절대 알 수 없을 것임을.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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