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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 - 광주극장 이야기 ㅣ 보림 창작 그림책
김영미 지음, 최용호 그림, 광주극장 외 기획 / 보림 / 2020년 11월
평점 :
내가 언제 처음으로 극장에 가고 처음 본 영화는 뭔지 잘 모르겠어.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어서 극장에 자주 가지는 않았어. 주말이면 텔레비전 방송으로 영화를 해줘서 그걸 보기도 했어. 이젠 그것도 안 보지만. 케이블TV에는 하루 내내 영화만 내 보내는 채널도 있지. 케이블TV도 이젠 옛 것이 됐나. 지금은 자신이 보고 싶을 때 영화나 영상을 보는군. 어느 정도 돈을 내야 하지만. 난 그런 건 안 봐. 케이블 방송도 돈 따로 내야 하는군. 어렸을 때는 집에서 그런 거 안 보기도 했어.
이 책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을 보니 영화 <시네마 천국>이 떠오르는군.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극장은 광주극장으로 1935년에 조선 사람 자본으로 지었대. 1935년은 일제 강점기야. 광주극장에서는 영화만 보여주지 않았어. 일본 지배에서 벗어난 걸 기념하는 축하 공연과 연극 악극 권투 시범 경기도 했대. 예전엔 즐길 게 그리 많지 않아서 많은 사람이 극장에 갔을 거야. 극장에 가는 것도 돈이 들지만. 자주는 아니고 어쩌다 한번 갔겠어. 영화 <시네마 천국>은 영화 이야기면서 그 시절 극장 이야기기도 하지.
광주극장은 1968년에 불이 나고 모두 타고 주춧돌만 남았어. 거기에 극장이 아닌 다른 걸 짓자고 한 사람도 있었나 봐. 다행하게도 다시 광주극장을 지었어. 시간이 흐르고 텔레비전이 나왔어. 텔레비전이 나왔을 때 라디오는 없어질 거다 말한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라디오는 아직 있어. 예전과 다르게 듣기도 하지만. 텔레비전은 라디오뿐 아니라 극장도 위협했군. 집에서 텔레비전 화면으로 영화를 보는 것보다 음향시설 좋은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게 더 즐거울 것 같기도 해. 이런 생각만 하고 영화관에는 안 가는군.
영화관도 달라졌어. 멀티플렉스(복합 상영관). 난 그런 곳에는 한번도 안 가 봤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영화관이 있는데, 보고 싶은 영화가 언제 하는지 알아보고 한번 가 볼까. 아니 안 되겠어. 예전보다 내 눈이 나빠져서 말이야. 가까이 있는 건 괜찮지만 멀리 있는 건 잘 안 보여. 어릴 때는 눈 좋았는데. 책 읽는 데는 문제 없어. 영화는 텔레비전보다 화면이 커서 괜찮을 테지만, 흐릿한 걸 오래 보면 눈이 아파. 별말을 다했네.
1980년에 광주극장은 광주민중항쟁도 겪었어. 사람들이 그곳에 숨기도 했던가 봐. 광주극장에 자주 간 사람은 그곳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것 같아. 광주극장은 예술 영화 전용관이 돼. 그곳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단관 극장이 됐어. 내가 사는 곳도 단관 극장은 다 사라졌어. 요즘 영화관에 가서 영화 보는 사람 얼마나 될까. 코로나19 뒤로는 영화 보는 사람 더 줄었겠어. 영화는 다른 영상과 다른 점도 있을 텐데. 영화 좋아하고 보는 사람은 여전히 있겠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