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4 소설 보다
서장원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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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소설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소설이 나오기 전에도 이야기를 좋아했다. 글로 쓰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도 많으니 말이다. 이야기를 책으로 안 본다고 해도 이야기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어릴 때는 좋아하고 나이를 먹고 이야기와 멀어지는 사람이 있겠다. 난 어릴 때 책을 안 봐서. 이야기를 책으로 보면 저마다 상상한다. 영상은 보여주는 대로 받아들일 테니 상상은 많이 하지 않겠다. 영상을 만드는 사람은 그걸 보는 사람보다 상상력이 많을 것 같다.


 몇달이 가고 《소설 보다 : 여름 2024》가 나왔다. 소설은 다른 때와 똑같이 세편 담겼다. <리틀 프라이드>(서장원), <그 개와 혁명>(예소연), <천사들(가제)>(함윤이). 제목만 봐서는 무슨 이야긴지 모르겠다. 여성이 겉모습을 생각하는 이야기는 많았겠지. 서장원은 ‘리틀 프라이드’에서 트렌스젠더 남자가 겉모습을 생각하는 이야기를 한다. 이 이야기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남자는 “나는 어떻게 해야 괜찮은 남자로 보일 수 있는지, 남자로 인정 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어쩌다 다른 직원과 스몰 토크라도 주고받고 나면 방금 한 말과 보디랭귀지가 적절했는지 걱정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13쪽)” 이런 생각 안 하겠다는. 지금 다시 보니 그건 그렇구나. 토미가 친하게 지내려 한 사람은 오스틴인데, 오스틴은 키가 작았다. 사지연장술을 하려고 회사를 그만뒀다. 지금 사지연장술 같은 거 할까. 위험한 수술 같은데. 지금은 여자든 남자든 겉모습을 많이 생각하겠다.


 다음 소설 <그 개와 혁명>(예소은)은 슬프면서도 조금 유쾌하다. ‘나’ 수민이 말한 태수 씨가 누군지 처음엔 잘 몰랐다. 읽으면서 수민 아빠라는 걸 알았다. 본래 이름은 태수가 아닌 형주였다. 태수 씨가 암에 걸려서 고모가 건강하게 오래 살 이름을 지어오고 모두가 그 이름을 말했다. 누군가 아프면 그런 것에라도 기대고 싶을지도. 식구가 태수 씨를 사랑한다는 게 잘 느껴졌다. 태수 씨는 딸이 둘이어서 장례식 때는 수민 사촌한테 상주를 시키려 했는데, 수민이 상주를 한다. 아들만이 상주를 할 수 있을까. 그건 아직도 바뀌지 않았나. 식구 없는 사람은 어떡하나. 이런 거 보다가 난 장례식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남은 사람이 하는 건데. 나한테는 그런 사람 없으니 말이다.


 태수 씨 장례식에 개 유자가 나타나고 아수라장이 되지만 수민과 동생 수진은 그걸 즐겁게 여겼다. 태수 씨는 유자가 자기 장례식에 오길 바랐다. 사람 장례식에 개가 가지 못할 까닭이 어디 있나 싶구나. 개가 사람이 죽은 걸 하나도 모를까. 조금 알 것 같기도 한데. 이 소설은 이번에 이상문학상 받았나 보다.


 세번째 이야기가 <천사들(가제)>라는 제목이어서, 난 이 소설 제목이 가제인가 했다. 그건 아니다. ‘나’는 항아 장례식에 가면서 꿈을 꾼다. 항아가 쓴 시나리오 <천사들(가제)>에 나올 배우 오디션을 보는. 왜 항아가 세상을 떠났는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오디션을 보러 온 사람에는 ‘나’와 항아가 아는 사람이 있기도 했다. 그건 꿈이어서였을까. 꿈은 끊겼다가도 이어졌다. 꿈을 그렇게 꾸다니. 시나리오 제목은 ‘천사들’이지만 여자 남자 그리고 천사 셋이 나오는 거다. 아홉 사람을 본 항아는 모두 다 캐스팅하고 싶다고 한다. 같은 역이지만 장면마다 사람이 다른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시나리오는 항아가 마지막으로 쓴 걸까. 항아가 영화로 만들지 못해서 ‘나’는 항아 장례식에 가면서 꿈을 꾼 건지.


 다시 몇달이 가면 2024년 ‘소설 보다 : 가을’이 나오겠다. 나왔구나. 시간은 잘 가고 철은 돌고 곤다. 사람이 사는 한 이야기는 끝나지 않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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