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설 보다 : 가을 2023 ㅣ 소설 보다
김지연.이주혜.전하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9월
평점 :
절판

한해에 네번 철마다 나오는 ‘소설 보다’를 봐도 그 철 같은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 본 《소설 보다 : 가을 2023》에서는 가을이 느껴지는군. 더운 여름이 가고 오는 시원한 가을은 아니고 거의 십일월 늦가을 같은 느낌이야. 소설 세 편이 다 그러다니. 마지막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전하영)는 끝에서 좀 나아지기는 했어. 아기가 나와서 그럴까. 마지막까지 우울하기만 한 건 아니어서 다행이다 여겨야 할지도.
첫번째 소설 <반려빚>(김지연)은 제목에서 우울함이 느껴지지. 반려로 할 게 없어서 빚을 반려다 하다니. 정현은 서일과 사귀고 헤어진 뒤 1억 6천 정도 빚을 졌어. 정현과 헤어지면서 서일이 돈을 꼭 갚겠다고 했지만, 소식이 끊기고 남자와 결혼까지 했어. 정현은 서일 때문에 진 빚보다 다른 것 때문에 마음이 안 좋았던 거 아닐까. 서일이 남자와 결혼한 거. 아니 나도 잘 모르겠어. 정현은 빚 때문에 일을 하고 조금씩 갚아. 그래도 빚은 쉽게 줄지 않았어. 월급이 잘 나오지 않은 달도 있었어. 그런 달엔 더 걱정스럽겠어.
어느 날 서일이 정현이한테 연락해. 서일은 남편과 헤어지고 돈이 들어온다면서 빚을 갚겠다고 해. 서일은 정현한테 부탁해. 정현이 집에 잠시 살게 해달라고. 정현은 서일을 받아들일 뻔했는데, 친구인 선주가 찾아와서 그렇게 되지 않았어. 그게 낫겠지. 정현은 서일이한테서 돈을 받을까. 다행하게도 서일은 정현이한테 돈을 갚아. 그나마 다행이야. 요즘 전세사기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서일도 그랬던가 봐. 이 소설을 보다 보니 예전에도 아는 사람한테 돈 빌려준 이야기 봤던 거 생각났어. 거기에서는 돈을 다 갚지 못했던 것 같아. 어떤 사이든 돈이 오고 가는 건 안 좋을지도 모르겠어.
이주혜 소설 <이소 중입니다>에는 번역가 소설가 시인(가나다순) 세 여성이 나와. 이름이 안 나오고 하는 일로 나타내다니. 세 사람은 가나다순, 나이순, 데뷔순 이런 말을 덧붙이기도 했어. 번역가는 아픈 개가 있고 소설가는 혼자 딸을 길렀고, 시인은 헤어진 남편 아버지를 돌봤어. 세 사람은 땅끝에 사는 철학자를 만나러 가는 길이야. 세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거니 밝아야 할 것 같은데 어두운 느낌이 들어. 차 사고가 나기도 해. 세 사람은 철학자를 만나지 못하는 걸까. 어떤 일은 일어날 것처럼 썼는데. 그게 처음부터 그랬더군. 사고가 나서 그런 걸지.
앞에서 잠깐 말한 소설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전하영)는 실제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는 아니야. 숙희가 사귀는 찬영이 숙희가 영화 만드는 꿈을 꿨다고 해. 숙희는 지금 마흔아홉살이고 결혼은 하지 않았어. 친구인 윤미는 숙희보다 두살 밑인데, 딸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돌봐준대. 한국도 아니고 괌에서. 윤미는 마흔일곱살에 할머니가 됐군. 윤미는 숙희한테 숙희 할머니다 말하기도 해. 그 나이에 할머니다 하다니. 옛날엔 그런 일 있기도 했겠지. 숙희는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없는데. 숙희는 누군가 자신을 ‘아줌마’ 하는 것도 이제야 좀 나아졌다는데. 한국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그러지 아줌마, 할머니, 어르신, 어머님, 아버님.
책 제목이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것도 있군. 나도 그런 말 거부감 있는데. 왜 나이 먹었다고 할머니라는 말을 들어야 하지. 누군가를 할머니 하는 것도. 요즘은 누구한테나 선생님이다 하는군. 그것도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야. 사람 호칭은 어떤 게 좋을까. 이름을 알면 이름을 말하면 되지만 이름 모를 때는 괜찮은 게 없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