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음의 대명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585
오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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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 전에 오은 시인 시집 《없음의 대명사》가 나왔다는 걸 알았다. 한번 본 시인 시집은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게 나오면 보기도 한다. 아니 지금 생각하니 다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봐도 하나도 모르는 시인 시집은 다시 안 보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내 마음에 들어오는 시가 있으면 다음 시집 보기도 한다. 내가 뭐라고 그러는 건지. 시는 여전히 어렵다. 다른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진가. 어려워도 자꾸 보면 또 보기도 한다. 신기하구나. 다른 책도 보려고 해야 할 텐데, 과학이나 철학. 시와 어울리는 게 과학이나 철학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은 시인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마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런 걸 쓰다니. 예전에는 나도 몰랐을지도.


 요즘은 시인이 방송에 잘 나오는 것 같다. 방송은 텔레비전이 아니고 라디오다. 내가 그걸 들어서 조금 아는 건지도. 팟캐스트 하는 시인이나 소설가 있지 않나. 지금은 작가와 그걸 보는 사람이 예전보다 조금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친구가 되지는 않겠지만. 작가가 되고 얼마 안 되거나 작가가 되기 전에 알게 된 사람과는 친구가 되기도 하려나. 그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오은 시인이 나온 라디오 방송 조금 들었다. 이 말은 지난번에 《왼손은 마음이 아파》 보고도 했구나. 오은 시인 시집은 이번이 세번째다. 더 나온 듯한데 다른 건 못 봤다. 보면 보고 못 보면 마는. 어떤 작가는 어쩌다 보니 책을 다 읽기도 하지만.


 이 시집 제목은 ‘없음의 대명사’다. 여기 담긴 시 제목은 대명사다. <그곳(세 편)> <그것들(여섯 편)> <그것(열여섯 편)> <이것(한편)> <그들(아홉 편)> <그(아홉 편)> <우리(아홉 편)> <너(네 편)> <나(한편)>. 시는 모두 쉰여덟(58) 편이다. 시집 보고 시가 어느 정도나 담겼는지 세어 보지 않는데, 이번에는 세어 봤다. ‘이것’과 ‘나’는 한편씩이다니. 여기에서 말하는 ‘그것’이나 ‘그곳’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잘 모르겠다. 수수께끼 같은 느낌이 든다. 자꾸 보면 뭔가 떠오를 것 같기도 하다. 거기에 정해진 답은 없을지도. 떠오른 것도 조금 있다.




온다 간다 말없이 와서

오도 가도 못하게 발목을 붙드는,

손을 뻗으니 온데간데없는


-<그것>, 37쪽




 앞에 옮긴 시 ‘그것’은 짧아서. 한번 더 봤을 때는 인연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자신 없구나.




 그것참 맑구나 그것참 예쁘구나 그것참 근사하구나……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것과 멀어졌다 맑은 것 예쁜 것 근사한 것…… 그것은 다 달랐다 그때그때 달랐다 세상은 넓고 변수는 많았다 맑으면서 예쁜 것, 맑고 예쁘고 근사한 것, 맑지만 근사하지 않은 것……  (<그것)에서, 46쪽)




 시에서 말하는 맑고 예쁘고 근사한 것은 뭘까. 그것, 지시대명사기는 하지만 사람을 보고 저런 말할 때 있지 않을까. 명사인 생물이나 무생물일지도 모르겠다. 저기 한부분만 보고 생각하기보다 시 전체를 봐야 할지도.




그것이 왔는데

이미 왔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을 기다린다

격하게, 열렬하게


그것을 본 사람들은

그것이 틀림없다고 환호한다

누군가는 지난번의 그것과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을 듣기만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이 쌓일수록

밝았다가 어두워지고

화려했다가 누추해지고

몸집이 커졌다가 금세 쪼그라들기도 하는


그것은 가고

그것은 오고

한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그것은 또 한번 대체되고


주머니 속에서 풀린 털실이

지구를 한 바퀴 휘감고 돌아오는 시간


그것이 왔는데도

꿋꿋이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그것이 온다


-<그것>, 52쪽~53쪽




 시 제목은 또 ‘그것’이다. 이 시 보고 처음에 사무엘 베케트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가 떠올랐다. 오고, 기다렸다는 말이 있어서. 그것은 고도인가, 희망일지도. ‘고도를 기다리며’ 제대로 읽지도 못했으면서 그걸 떠올리다니. 그걸 본 적 있어서 생각했구나. ‘고도를 기다리며’ 한번도 안 봤다면 어땠을지.


 제목이 같은 시 쓰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무엇을 생각하고 썼을지. 앞에서도 말했듯 오은 시인이 생각한 걸 똑같이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뭔가 떠올려주기를 바란 것도 있을 텐데 모르겠다. ‘그’가 창문 세 개가 있는 방이 마음에 들어서 그걸 얻었는데, 나중에 갔더니 창문이 두 개밖에 없었다. 그건 뭘 상징하는 걸지. 주인이 세들어 사는 사람한테 처음 말과 다르게 하는 거. 마지막 시는 <나>다. 마지막 연 ‘내 앞에서도 / 노력하지 않으면 웃을 수 없었다 (<나>에서, 135쪽)’는 어쩐지 슬프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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