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너머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49
마리아 굴레메토바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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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은 들에 아주 커다란 집 하나만 있어. 커다란 집엔 남자아이 안다와 분홍색 돼지 소소가 살아. 안다는 뭔가 잘 안다는 걸 나타내는 걸까. 그 이름처럼 안다는 소소한테 어울리는 옷이나 뭘 하고 놀면 좋은지 알았어. 그건 그저 안다고 느끼는 걸지도. 안다는 소소와 함께 하는 생활이 좋았던 것 같은데, 소소는 산책 나갔다가 울타리 너머에 나타난 검은색 돼지 산들이를 만나고 울타리 너머에 관심을 가져. 산들이가 오지 않나 기다리기도 해.


 산들이는 옷을 입은 소소를 보고 들에서 뛰어놀기 편하지 않겠다고 말했어. 산들이가 다시 온다고 하고는 안 오고 며칠 지나고 저녁에야 나타나. 산들이가 그렇게 늦게 온 건 덫에 걸려서였어. 바깥엔 덫이 있지. 울타리 너머에선 가끔 그런 것에 걸리고 빠져 나오려면 쉽지 않아. 소소는 그런 걸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더군. 그저 산들이가 다음 날 저물녘에 온다는 말만 기억해. 이튿날 소소가 숲을 만들고 놀자 안다는 그걸 무너뜨리고 재미없다고 하고는 인형극 하는 걸 보여줘. 안다와 함께 차를 마시려던 소소가 잠깐 어디 간다고 하고는 옷을 벗어던지고 산들이와 울타리를 넘어가.


 이 이야기 《울타리 너머》는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을 나타내는 걸까. 커다란 집과 뭐든 정해지고 편안한 곳을 떠나는 건지. 커다란 집에서 소소는 안다가 입으라는 옷을 입고 안다 말을 듣고 안다가 하라는 놀이만 했어. 먹는 것도 다르지 않았겠지. 《인형의 집》이 생각나기도 하는군. 안다는 자기 말만 하고 소소가 하는 말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어. 친구든 식구든 둘에서 한쪽만 말하고 한사람 마음대로만 하면 나머지 한사람은 답답하겠지. 자기도 하고 싶은 말이나 하고 싶은 게 있을지도 모를 텐데.


 소소가 산들이를 만나고는 울타리 너머가 어떤지 알고 싶어했군. 소소는 좁고 안전한 세상보다 위험해도 넓은 세상이 더 좋았던 건지도. 옷을 입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놀고 싶기도 했겠어. 난 위험하고 무서운 건 싫어. 소소는 모험을 좋아하는가 봐. 안다는 그런 소소를 몰랐군. 소소는 위험이 찾아와도 잘 헤쳐나가겠지. 그럴 거야.


 안다는 소소가 돌아오지 않아서 쓸쓸하겠어. 어쩌면 안다는 다른 친구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할지도. 안다도 달라졌다면 좋았을 텐데. 시간이 흐르고 안다도 달라질지도. 그러려면 안다를 일깨워줄 친구가 나타나야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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