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당신의 초능력 잠금 해제
민혜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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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이야기를 쓰면 책이 여러 권이다,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쓰면 한권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걸 쓰지는 못하겠네요. 어릴 때 일은 생각나는 게 별로 없어요. 초등학교 글쓰기 시간에 학교에 다니기 전 이야기 하나를 쓴 적 있는데, 그건 지금도 기억해요. 어릴 때 이런저런 글을 썼다면 기억하는 일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쉽네요. 학교 다닐 때 글쓰기 시간 싫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글쓰기 시간이 아니고 국어에 글쓰기가 있어서 썼을지도 모르겠네요. 일기 검사 받은 기억도 있어요. 이것도 자주는 아니었어요. 방학 때 한번인가 두번인가. 그 일기도 밀려서 썼네요. 방학숙제는 방학이 끝나기 며칠 전에 부랴부랴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엔 꼭 방학 시작하면 숙제 일찍 끝내야지 생각했어요.


 방학 끝나기 며칠 전에 숙제 하던 거 생각하니, 마감 시간이 생각나네요. 작가가 글을 쓰는 건 마감 시간이 있어서다고도 하잖아요. 그게 없었다면 글 쓰지 못할 작가 많았다고 하지요. 예전에는 그런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니군요. 어릴 때는 책을 읽지도 않고 글도 즐겨 쓰지 않던 제가 책을 보고 글을 쓰게도 됐어요. 저는 거의 마감하고 상관없이 읽고 씁니다. 어릴 때는 남(선생님)한테 제가 쓴 글 보여주기 싫었는데, 지금은 봐주길 바라는군요. 왜 저는 달라졌을까요. 이상한 일입니다. 사람이 늘 같지는 않겠네요. 마음이나 생각은 자주 바뀌기도 하지요. 바뀌는 것도 있고, 바뀌지 않는 것도 있겠습니다.


 앞에서 저는 남한테 제가 쓴 글 보여주기 싫다고 했잖아요. 일기 검사 받기 싫었어요. 시간이 흐르고 그때 선생님이 일기 읽지 않았을 것 같더군요. 현실은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죠. 바쁜 선생님이 어떻게 아이들 일기를 하나 하나 봤겠어요. 그때는 그런 생각 못했네요. 신기하게도 일기 검사 받지 않아도 됐을 때는 마음대로 일기를 썼어요. 편지도 썼군요. 저는 사춘기 별 일 없이 지냈다 여겼는데, 그때 일기 쓰고 편지를 썼네요. 쓰기만 하고 책은 못 봤습니다. 책이란 거 잘 몰라서. 제가 책을 읽어야지 한 건 고등학교를 마치고부터예요. 책을 읽기는 했지만, 감상은 안 썼습니다. 책을 보다 보니 재미있어서 저도 재미있는 이야기 쓰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시간이 더 흐르고서야 책을 읽고 뭐든 남기게 됐습니다.


 이번에 《글쓰기, 당신의 초능력 잠금 해제》(민혜)를 만났습니다. 글쓰기를 말하는 책이에요. 책을 읽어야 글을 쓰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쓰기가 먼저였네요. 그건 아닌가. 책은 읽지 않아도 다른 걸 봤겠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거, 그게 책읽기 대신이었을지도. 얼마전에 이 책 제목 보고 난 초능력 없는데 했습니다. 그러면서 책을 보면 초능력이 생기고 글을 잘 쓰려나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어요. 책을 본다고 바로 글을 잘 쓰지는 않겠지요. 그건 저도 잘 압니다. 글은 잘 쓰든 못 쓰든 자꾸 써야 조금이라도 나아집니다. 글을 쓰다 보면 어느 날은 별로고 어느 날은 좀 괜찮은데 하기도 합니다. 여기에서도 ‘글을 쓰고 또 쓰자’고 하네요. 물건이 말을 걸어오면 그걸 쓰고 메모도 잘 해두라고 합니다. 제가 잘 못하는 게 메모군요. 메모는 따로 안 하고 한다 해도 제대로 살려 쓰지 못하지만 제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죠. 정말 그러면 좋을 텐데. 책을 볼 때는 조금 적기도 하는데, 글 쓸 때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메모를 잘 못해서겠지요.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어도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은 많다고 하지요. 글을 써서 책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죠. 저도 조금 욕심 있지만, 지구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이름이 잘 알려지거나 책을 내지 않아도 글 쓰고 싶어요. 글은 누구나 써도 괜찮군요. 지금 생각하니 글쓰기는 평등하네요.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을지도. 인터넷이 생기고는 더 많은 사람이 글을 쉽게 쓰게 됐습니다.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되니 자기 감정을 푸는 사람도 있지만. 남을 공격하는 글보다 자신한테 도움이 되는 글을 쓰면 더 좋겠습니다. 요즘은 여러 가지에 반려라는 말을 붙이는데, 민혜는 글쓰기를 속정 깊고 뜻 있는 반려다 했어요. 책과 글은 사람을 떠나지 않네요. 책을 읽는 것보다 글쓰기가 조금 더 힘이 들지만. 쓰는 것보다 읽는 시간이 덜 걸리잖아요. 책도 잘 읽으면 시간 많이 걸릴지도. 책을 읽기만 하는 것보다 쓰기도 하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건 책을 읽고 쓰는 글은 아니군요. 어떤 글에든 적용해도 괜찮겠습니다.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립니다. 기억은 자꾸 되새기지 않으면 사라지지요. 단기기억, 장기기억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글로 쓰는 건 기억을 붙잡는 거겠습니다. 글을 쓰고 좋아진 게 많다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딱히 상처를 낫게 하려고 글을 쓰는 게 아니어서. 이런 마음 없다 해도 글을 써서 나아진 거 있을 거예요. 글쓰기는 저한테 삶이기도 합니다. 숨쉬기보다 애써야 하는 거지만. 책읽기와 글쓰기에 중독된 걸지도. 다른 중독보다 낫지 않을까요. 쓸 게 없어도 쓰려고 하면 뭐든 씁니다. 저한테 꿸 구슬은 없지만, 글을 쓸까 합니다. 뭔가 떠오르는 거나 보고 듣는 거 잘 적어두면 글쓰기에 도움이 되겠지요. 글쓰기에는 초능력보다 꾸준함이 중요하겠습니다. 어쩌면 꾸준함이 초능력일지도.




희선





☆―


 귄터 그라스는 ‘작가란 과거의 시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 사라져가는 시간에 거역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다.’는 말을 했습니다.  (57쪽)



 그렇지 않아, 친구.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탄광 속에서 하루에 열여섯 시간을 일해도

 창작을 해내지.

 작은 방 한 칸에 애가 셋이고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해도

 창작을 해내지.

 마음이 분열되고 몸이 찢겨 나가도

 창작할 사람은 창작을 하지.

 눈이 멀고

 불구가 되고

 정신이 온전치 않아도

 창작을 해내지.


 -<공기, 빛, 시간, 공간>에서, 찰스 부코스키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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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7 16: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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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9 0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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