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면 : 무서운 아이 생각학교 클클문고
조영주 지음 / 생각학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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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본 책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아사쿠라 아키나리)에는 친구가 괜찮다고 하면 자신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친구 말대로 했다는 말을 보았다. 사람은 남이 어떻다고 하는 것에 눈치를 보기도 한다. 눈치 보는 게 아주 안 좋은 건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자기 자신을 잃으면 안 되겠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알아야 한다. 괜히 남을 따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난 누구지 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다 친구가 하나도 없게 되면 쓸쓸할까.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른 친구가 나타날지도 모르고 혼자 뭔가를 하면서 기쁨을 느껴도 괜찮겠다(나도 잘 못하면서 이런 말을 썼다).


 이번에 본 책은 《유리가면》이다. 난 만화 <유리가면>은 본 적 없다. 이걸 보니 만화책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 들었다. 꽤 길고 아직 끝나지 않았나 보다. 만화 <유리가면>에는 연극을 알고 거기에 빠지고 그것만 생각하는 아야라는 아이가 나온다고 한다. 이 소설 《유리가면》엔 글쓰기를 좋아하고 그것만 생각하고 빠져드는 윤유경이 나온다. 이 유경이란 이름은 해적판 <유리가면> 속 마야 이름이란다. 유경 엄마 아빠는 만화 <유리가면>으로 친해지고 사귀고 결혼도 하게 됐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유경은 엄마하고 살다가 엄마가 다른 사람하고 결혼하고 캐나다로 가서 아빠와 살게 됐다. 아빠는 이름이 잘 알려진 웹툰 작가였다. 유경은 어릴 때 아빠처럼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니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고 썼다. 아빠가 유경을 응원하고 유경이 쓴 글을 봐줘서 즐겁게 썼겠다.


 학기초에 학교를 옮겨도 친구 사귀기 쉽지 않겠지. 그럴 때 괜찮아 보이는 아이가 자신한테 말을 걸면 기쁘겠다. 생각중학교 2학년 1반이 된 유경한테 예쁘게 생긴 은유미가 관심을 보였다. 유미가 유경한테 관심을 보인 건 유경이 가진 명품 가방 때문이었다. 유미는 유경한테 집이 자기 집인지 대출이 있는지도 물어본다. 정말 요즘 아이들은 그런 걸 아무렇지 않게 물어볼까.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따돌린다는 말 본 것 같기도 하다. 유미는 그저 유경이 가진 배경 때문에 친구가 되려고 했다. 그런 사람을 친구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처음에 유경은 유미한테 끌려 갔는데, 유미와 있었던 일을 글로 써 보고는 유미와 거리를 두려 한다. 유미와 있으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했다.


 바로 유경이 유미와 거리를 두려고 해서 잘했다 했는데,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경은 글을 쓰려고 학교에 일찍 갔다. 그러다 반장인 채준과 마주친다. 채준은 1등병이 있는 아이로 학교에도 자신이 가장 먼저 와야 했는데 몇 번 유경한테 그 자리를 뺏기자 분하게 여긴다. 다음은 어떻게 될지 조금 알겠지. 맞다 유경과 채준은 친해진다. 유경은 채준이 학교에 일찍 와서 태블릿 PC로 만화 <유리가면>을 본다는 걸 알게 되고 유경도 그 만화를 본다. 유미는 자신이 채준과 사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다. 채준이 반장이고 잘생겨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런 유미가 유경과 채준 사이를 수상하게 여기고 다른 친구 나리한테 유경 뒤를 밟아 보라고 한다. 나리는 유경과 채준이 분식집에서 만나 함께 음식 먹는 걸 몰래 찍는다. 그 일은 아이들한테 다르게 전달된다.


 반 아이들은 유경이 채준과 사귀려고 아침 일찍 학교에 가고 만화 <유리가면>을 본다고 여기고 단톡방에 모여 유경을 안 좋게 말했다. 아니 모두는 아니었을지도. 반 아이들이 자신한테 안 좋은 말을 하면 무척 괴롭겠다. 요즘은 인터넷 공간에서 아이들을 괴롭힌다고 하던데. 그런 거 당하는 사람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모르는 아이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재미로 다른 아이들을 따라하겠지. 자신이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도 있겠다. 처음에 유경은 그런 일에 놀라고 겁먹기도 하지만, 유미가 왜 그러는지 알려고 유미가 되어 단톡방에 올라온 글을 본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중학생이지만 대단하다. 만화 <유리가면>을 봐서 그럴지도. 유경이 유미 마음을 다 알지는 못했지만, 유경이 자신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유미는 남을 괴롭히고 남의 관심 받는 걸 좋아한다고 여기게 된다. 그런 걸 좋아하다니. 다행하게도 유경은 혼자가 아니었다. 유경한테는 글도 있었다. 괴롭힘과 따돌림 당하는 아이한테 그 아이를 생각하는 친구가 한사람이라도 있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기는 하다. 다행하게도 난 아주 이상한 사람을 만난 적은 없다. 만나지 않았지만 가까이에 있을지도. 처음부터 있어서 다른 사람은 만나지 않은 건가. 여기 나온 유미 같은 아이 만났다면 난 정말 괴로웠을 것 같다. 유미 같은 아이가 나한테 관심 가질 리 없겠구나. 이런 걸 다행으로 여기다니. 친구가 좋기는 하지만 그 친구 생각대로 자신이 움직이는 건 안 좋다. 친구는 친구고 자신은 자신이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사이가 좋은 사이겠지.




희선





☆―


 유경은 자신이 쓴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처음엔 유미의 마음으로, 다음은 나리와 정원, 마지막은 지민의 마음으로 본 후 다시 자신의 마음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유경은 알 것 같았다. 지금 이 상황이 왜 불편했는지, 그리고 그런 상황을 해결하려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유경은 깨달은 것을 빠르게 적었다.


 나를 되찾기.


 더는 유미 눈치를 보지 말 것.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기.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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