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시네마 특별상 수상
지미 리아오 지음, 문현선 옮김 / 대교북스주니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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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 영화 같은 삶을 꿈꾼 사람도 있겠지. 아니 영화 같은 삶은 아니어도 영화에서 삶의 답을 찾았다고 해야 할까. 아쉽게도 난 그런 것과는 좀 멀다. 영화관에 간 것도 얼마 안 되고 내가 본 영화도 얼마 안 된다. 내가 영화를 안 본다고 영화가 아주 없어진 건 아닌데, 영화가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왤까. 난 영화와 멀어도 여전히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보고 영화에 빠진 사람 있겠지. 한국에서는 여러 곳에서 영화제를 하는 듯하다. 그런 곳에 가 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앞으로도 없겠지. 다른 나라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나 배우가 상을 받기도 한다. 영화 아주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은 그림책 같으면서도 그래픽 노블 같다. 그림이 참 많다. 그러면 그림을 제대로 봐야 하는데, 여전히 난 글을 먼저 본다. 난 언제쯤 그림을 오래 볼까. 그런 날 오기는 할지. 엄마가 떠나고 ‘나’가 울자 아빠는 ‘나’와 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 두 사람을 떠난 엄마는 영화를 좋아하니 영화관에서 엄마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사람은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영화나 책을 보겠지. 아빠도 ‘나’가 덜 슬퍼하기를 바라고 ‘나’와 영화를 봤겠다. 어쩌면 아빠가 더 슬픈 현실을 잊고 싶었던 건지도.

 

 ‘나’는 아빠와 영화를 자주 보러 가고 영화를 보고 나면 엄마가 보고 싶었다. 어느 날은 엄마가 보고 싶어서 영화관에 갔다. ‘나’는 열네살 때 영화관에서 한 아이를 만난다. 영화관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는구나. 이거야말로 영화 같다. ‘나’는 남자아이와 즐겁게 지내지만, 시간이 흐르고 남자아이는 식구들과 스페인으로 이민을 간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것도 아니고 아주 다른 나라로 가다니. ‘나’는 남자아이와 언젠가 영화관에서 만나자고 약속한다. 그런 약속 지킬 수 있으려나.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뚜렷하게 말해야 할 텐데. 내가 이렇다. 가끔 영화에서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나이를 더 먹은 ‘나’는 영화관에서 남자를 만난다. 남자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 이야기를 하고 ‘나’는 자신이 본 영화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를 만나고 결혼하고 잘 살면 좋겠지만 삶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남자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게 잘 안 되고 ‘나’를 떠난다. ‘나’는 홀로 딸을 낳고 딸과 함께 산다. 딸이 아빠를 찾자, ‘나’는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딸과 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 딸은 영화관에서 아빠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빠는 아니지만, ‘나’와 딸은 또 누군가를 만난다. 사람은 오고간다는 걸 나타내는 걸까. 어느 날 ‘나’는 나이 든 아빠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 엄마 냄새를 맡는다. 영화관에서 만난 사람은 정말 ‘나’와 아빠를 떠난 엄마였을까. 엄마였다면 좋겠다. 다른 걸 나타낸 걸지도 모를 텐데. 내가 잘 읽어내지 못한 것 같다.

 

 

 

 

 

 

 여기에는 여러 영화 포스터나 그림이 담겼는데 내가 아는 건 별로 없다. 딱 하나 알아 본 거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원더풀 라이프>다. 이것도 난 영화가 아닌 책으로 봤다. 내가 본 책 겉면에는 영화 한 장면이 담겼다. 이 책 속에는 그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다. 나는 겨우 하나 알아봤지만, 영화 좋아하고 많이 본 사람은 나보다 더 많이 알아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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