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부르면 그래 책이야 40
정이립 지음, 전명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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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타기 좋아하니. 그것보다 먼저 자전거 탈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군. 난 자전거 탈 수 있어. 자전거 타기는 한번 익히면 잊어버리지 않아. 어떤 건 한번 배우고 오랫동안 안 하면 잊어버리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자전거는 오래 안 타다가 타도 괜찮아. 자전거는 균형을 잘 잡으면 돼. 난 걷기가 더 좋지만 자전거를 타면 바람을 느껴서 괜찮겠어. 자동차는 편하지만 기름 같은 연료와 넓은 길이 있어야 달리지만, 자전거는 두 다리 힘과 좁은 길에서도 잘 달려. 자전거 경주하는 건 가볍기도 해서 힘껏 페달을 밟으면 아주 빨리 가. 그건 타 본 적 없지만.

 

 이 책 《내 이름을 부르면》을 처음 봤을 때 말하는 게 누군가 했어. 조금 더 보면 그게 자전거라는 걸 알게 돼. 자전거는 사람이 이름을 지어주고 일곱번 부르면 마음씨가 생긴대. 어떤 물건이든 사람이 소중하게 여기거나 오래되면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지. 황금 날개는 첫번째 친구 준희가 이름을 지어주고 마음씨가 생겨났는데, 세번째 아이 영호는 황금 날개가 낡아서 길에 버렸어. 사람도 버림받으면 슬픈데, 자전거 마음도 그리 좋지 않겠지. 황금 날개 겉은 낡았다 해도 아직 바람을 가르고 달릴 수 있고 달리고 싶은데. 물건이 조금 고장났다고 바로 버리면 안 되겠지. 난 물건이 튼튼해서 오래 쓰는 게 더 좋은데. 새 것이 좋기는 하겠지만, 새 거 사기 귀찮기도 해.

 

 길에 버림받은 황금 날개를 자전거 타고 다니던 아이가 장난으로 돌을 던지고 연못에 빠뜨리기도 해. 며칠 동안 한 아이가 황금 날개를 지켜보다가 누군가 버렸다고 여기고 황금 날개를 가지고 집으로 가. 황금 날개는 아주 기뻤어. 그 아이는 형섭이었어. 형섭이는 중고 자전거를 사기보다 황금 날개를 고쳐서 타기로 했어. 요즘 보기 드문 아이지. 형섭이는 황금 날개 이름을 알았던 것도 아닌데 자전거를 황금 날개라 해. 황금 날개는 자신과 형섭이 마음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 형섭이가 황금 날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모르다니 조금 아쉽군. 아니 형섭이도 알까. 알면 좋겠군.

 

 형섭이한테 장난치는 것 같은 형은 겉으로는 헌 자전거는 왜 주워온 거야 했는데, 콜라로 녹을 없앨 수 있다는 걸 알려줘. 그런 거 평범하게 말하면 안 되나 왜 장난치는 것처럼 한 거지. 형이어서 그런가. 형섭이를 괴롭힌다고 할까, 별로 안 좋아하는 아이도 있었어. 그 아이는 박세진으로 형섭이와 반장에 나갔다가 떨어졌나 봐. 세진이는 다른 친구와 영호가 버린 황금 날개에 돌을 던지기도 했어. 세진이는 황금 날개를 보고는 놀려. 형섭이는 그런 말에 기죽지 않았어. 형섭이가 아무 말 못하고 울면 어쩌나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었어. 세진이는 형섭이한테 자전거 경주를 하자고 해. 처음엔 형섭이가 이겼는데 고양이를 피하다 넘어져. 형섭이는 다음에 다시 경주 하자고 해.

 

 지금은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긴다던데, 세진이는 형섭이가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고 놀리기도 했어. 그런 걸 놀리다니. 어쩌면 세진이는 형섭이가 부러웠던 걸지도. 그냥. 어쩐지 부러운 사람 있잖아. 형섭이와 세진이 자전거 경주는 어떻게 됐을까. 세진이가 다쳐서 형섭이가 도와주고 둘은 친구가 돼. 황금 날개도 레디라는 친구를 만나. 레디는 세진이가 타는 빨간색 자전거 이름이야. 세진이도 자전거 이름을 짓고 이름을 불렀던 거군. 세진이는 아주 나쁜 아이는 아니었나 봐. 그것도 다행이야. 형섭이는 앞으로도 황금 날개를 즐겁게 타겠어. 시간이 흐르고 아주 못 타게 되면 황금 날개 마음씨는 사라질까. 이런 생각을 하다니. 언젠가 마음씨도 사라지겠지. 조금 아쉽네. 형섭이가 황금 날개를 오래오래 타기를.

 

 

 

 

*이걸 보니 예전에 내가 쓴 게 떠올랐어.

 

 

 

달리고 싶다

 

 

 

 

 달리고 싶다. 언제쯤 난 바람을 가르고 달릴 수 있을까.

 

 내가 왜 달릴 수 없는지는 아주 잘 안다.

 

 몇달 전에 난 자전거 가게에 서 있었다. 그곳에 남자아이와 아버지인 듯한 사람이 왔다. 남자아이는 종우라고 하고 곧 중학생이 돼서 아버지가 자전거를 사준다고 했다. 종우는 가게에 서 있는 자전거를 둘러보다 나를 보았다. 난 잘 보이려 했다. 종우가 내게 다가왔다.

 

 “아빠, 여기 이 자전거로 할래.”

 

 “그래, 그게 마음에 들어.”

 

 집으로 올 때 종우는 나를 탔다. 자전거 가게가 아닌 세상을 보는 건 즐거웠다. 이대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

 

 한동안은 같은 길을 다녔다. 종우가 학교에 갔다 올 때 나를 탔다. 그때는 다른 자전거도 보았다. 다들 자기 모습을 뽐내고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종우가 처음 나를 타고 학교에 간 날 종우 친구가 나를 보더니 한마디 했다.

 

 “그 자전거 멋지다.”

 

 “괜찮지. 이거 타고 달리는 기분도 좋아.”

 

 어느 날부터 종우는 학교에 갈 때 나를 타지 않았다. 종우 다리 한쪽은 하얗고 다른 쪽 다리보다 두꺼웠다. 종우는 학교에서 잘못해서 다리를 다쳤다. 그날은 종우 친구가 나를 타고 집에 왔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마다 종우는 나를 바라봤다. 타고 싶은데 탈 수 없어서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휘유. 다리 언제 다 나으려나.”

 

 종우는 나를 보고 혼잣말을 하고는 학교에 갔다.

 

 나도 종우 다리가 빨리 낫기를 바란다. 종우와 함께 파란하늘 아래를 힘껏 달리고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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