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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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낮에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글을 쓰기 전에 글을 쓰려 할 때 어떻게 하는지를 이야기했어. 작가가 어떻게 하는지도 들려주고. 그 라디오 방송 듣는 사람 이야기도 들려줬어. 하루키가 말한 레이먼드 챈들러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글만 쓰는 책상을 마련하고 같은 시간 정해둔 시간 동안은 꼭 거기에 앉아 있으래. 나도 그 이야기 하루키 글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해. 김연수 글에서도 봤어. 글을 쓰지 못한다 해도 정해둔 시간 만큼은 글을 쓰려고 하라더군. 작가는 글을 쓰려고 운동도 하지. 달리기는 많은 작가가 할지도. 하루키 이야기가 잘 알려졌지만, 김연수도 달린다는 말 예전에 봤어. 최민석도 달린다고 하더군. 평소에도 많이 걷는대. 난 운동 거의 안 하는데. 밖에 나가기 귀찮아서. 난 다른 것보다 걷기를 하고 싶군. 이 말은 처음이 아니지. 건강하게 지내려고도 걷겠다고 했는데.

 

 요새 내가 글을 생각했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어. 책 읽고 쓰기는 거의 기계처럼 해. 그건 잘 쓰든 못 쓰든 꼭 해. 그렇게 쓴 게 어느새 열한해야(2010년부터 했어). 누군가는 작가가 되고 열한해째라는데 난 책 읽고 쓴 게 열한해째라니. 김금희는 작가가 되고 열두해째인가 봐. 여기에는 열한해 동안 쓴 산문이 실렸어. 작가가 되고 죽 쓴 거군. 이런 거 보니 나도 좀 좋은 글 쓰고 싶더군. 이런 생각은 열해 전에도 했어. 생각뿐이고 잘 못했어. 재미없는 이야기만 하고 한 말 또 하고. 책 읽고 쓸 때 그러는군. 지금도 책 만나고 쓰는 거네. 산문은 읽으면 할 말이 별로 떠오르지 않아. 글을 볼 때는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면서 보는데. 기억에 남은 거라도 말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지금 바로 생각나는 건 없어. 난 대체 뭘 본 거지. 이런 말은 안 해야지 했는데 하고 말았군.

 

 가장 마지막에 나온 개 장군이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 김금희 식구 모두가 장군이를 생각하더군. 열일곱살 된 장군이. 다른 장군이는 그리 오래 살지 못했지만, 두번째 장군이는 여섯살에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도 열일곱살까지 살았어. 아니 열일곱살 뒤는 어떻게 됐는지 몰라. 열일곱살에 아파서 병원에 데리고 가니 뇌종양일지도 모른다면서 검사하는 것도 위험하니 안락사 시키라고 했대. 검사도 하기 전에 그런 말을 하다니. 아무리 동물은 안락사 시킬 수 있다 해도 사람 마음대로 그걸 정해도 될까. 검사하니 뇌종양이 아니고 나이가 많이 들어서 중풍이 왔대. 개한테도 중풍이 오는군. 사람만 나이 들면 여기저기 아픈 게 아니고 동물도 다르지 않겠어. 장군이가 뇌종양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어. 사람도 눈이 안 보이면 참 살기 힘들 텐데 장군이는 어땠을지. 그래도 난 장군이가 김금희 식구와 살아서 좋았겠다고 생각해. 이것도 내 멋대로 생각하는 건가. 지금 장군이는 어떨지.

 

 지난 2020년 초에 김금희 이야기가 나왔지. 이상문학상을 받지 않겠다고 해서. 그 일 때문에 편하지 않았을 것 같아. 아무리 옳은 일이어도 출판사가 꺼릴지도 모르잖아. 이렇게 김금희 산문집이 나와서 다행스럽기도 해. 김금희가 말을 해서 문학하는 사람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어. 본래 그런 거다 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 우리 사회에는 그런 일 많지 않나 싶어. 예전에는 부당한 건지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 여러 차별을.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을 휘두르는 것인가. 앞으로도 이런저런 차별이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아. 그게 잘못됐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으니. 나도 뭐가 잘못됐는지 잘 모를 때도 있어. 어쩐지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나한테 문제가 있는가 하기도 해. 잘못된 걸 바꾸지 못한다 해도 그걸 알아보려고는 해야겠어. 난 아직도 세상물정을 잘 몰라. 지금도 그렇다니. 어쩌겠어, 그게 난데. 싸우는 것도 못해. 이렇게 한발 물러나다니. 싸우지 못해도 생각은 하는 게 좋겠지.

 

 사람은 누군가한테는 못된 사람이어도 누군가한테는 끝없이 다정한 사람이 되기도 해. 그건 왤까. 궁합이 안 맞아서 그런가. 부모와 자식이어도 안 맞는 사람 있잖아. 엘튼 존이라는 이름은 알았지만 엘튼 존이 좋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건 몰랐어. 엘튼 존 이야기로 영화 만든 적 있는가 봐. 난 이제 영화 안 보지만, 김금희는 영화를 가끔 보고 그 이야기를 쓰기도 했어. 기억에 남은 게 엘튼 존 영화야. 안 좋았던 어린 시절 때문에 엘튼 존이 나타난 것이기도 하겠지. 아니 꼭 그것 때문은 아닐지도 몰라. 엘튼 존이 좋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해도 그걸 나름대로 음악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예술가 삶은 좋을 때보다 안 좋을 때가 많기는 하군. 도스토옙스키도 빚이 없었다면 소설 못 썼을 거다 하잖아. 엘튼 존 아버지는 엘튼 존한테는 잘 못했지만 새로운 가정에서는 아이를 생각했어.

 

 앞에서 궁합 같은 거 말했는데, 명리학으로 알아보면 알 수 있대. 하지만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조금 공부한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닌데. 그저 나랑 잘 안 맞네 하는 생각밖에 못하지. 그게 부모와 자식이면 더 힘들겠군. 그래도 그걸 받아들이면 좀 나을 텐데. 난 나랑 잘 안 맞는 사람 안 만나지만, 나랑 잘 맞는 사람도 만난 적 없어. 김금희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면서도 친구를 만나기도 해. 밴드도 했다니. 어렸을 때 엄마한테 피아노 학원에 보내달라고 떼쓰기도 했더군. 난 그만 다니라고 해서 바로 그만뒀는데. 난 뭔가 바라지 않았어. 어차피 내가 말해도 안 될 테니. 그런 건 지금도 다르지 않아. 누군가한테 바라지 않는 거. 아니 꼭 그렇지도 않아. 한가지 바라는 거 있어. 마음. 이게 가장 얻기 힘든 건데. 앞으로는 그것도 놓는 게 낫겠지. 내가 편하려면.

 

 난 그저 김금희 이야기를 봤지만, 김금희는 자신이 쓴 글을 보면서 지난 시간을 떠올리기도 했겠어. 김금희 이야기만 쓴 건 아니기도 해. 세월호, 촛불집회, 광장. 내가 지나온 시간도 있군. 난 그저 지켜보기만 했지만. 다른 사람 이야기를 보고 지난 일을 떠올리기도 하겠어.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좀 더 좋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해. 작은 기쁨은 자주 찾아오잖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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