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
헤르만 헤세 외 지음, 강명희 외 옮김 / 꼼지락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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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는 나도 많은 아이처럼 성탄절을 기다렸다.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랬다. 난 언제 성탄절을 알았을까, 산타클로스는. 다 생각나지 않는다. 자라면서 들었거나 텔레비전에서 본 게 아닐까 싶다. 어릴 때는 교회에 다녀서 성탄절 행사에 나가기도 했다. 언젠가도 말했는데 어릴 때는 친구가 교회에 다녀서 나도 같이 다녔다. 좀 먼 곳에 있었는데. 교화 차가 다녀서 그거 타고 다녔다. 초등학교는 교회에서 더 가야 해도 걸어다녔는데, 교회는 차 타고 다녔구나. 지금 생각하니 신기하다. 갈 때는 차 타고 가도 집에 올 때는 걸어와도 괜찮았을 텐데 그러지 않은 것 같다. 아니 그때 일 잘 생각나지 않는다. 차 탄 건 맞는 듯한데, 친구랑 이야기 했는지 그냥 혼자 앉았는지. 갑자기 이런 걸 생각하다니. 성탄절을 생각하다가 그랬구나.

 

 내가 성탄절을 왜 기다렸는지 지금 생각났다. 성탄절이나 성탄절 전날에는 텔레비전 방송에서 재미있는 게 했다. 성탄절이 배경인 영화나 만화영화. 성탄절마다 한 건 찰스 디킨스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원작으로 한 스크루지 영감이 아닌가 싶다. 아직도 그건 소설 못 봤는데 예전에는 제목을 스크루지 영감으로 알았다. 어쩌면 소설 제목과 같았는데 내가 그걸 몰랐을지도. 그것도 있고 <성냥팔이 소녀>(안데르센)도 생각난다. 성냥팔이 소녀도 글이 아닌 영상으로만 봤는데 이 책 《크리스마스 - 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에 실렸다. 읽어보니 그리 길지 않았다. 그건 성탄절에 일어난 슬픈 이야기다. 여기에는 가난한 사람이 성탄절을 맞는 이야기가 여러 편 실렸다. 다른 날과 다르게 성탄절에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런 건 누가 가장 먼저 썼을까. 가끔 그런 게 알고 싶다니.

 

 예수가 태어나서 기적이 일어났겠다(예수가 태어난 날은 12월 25일이 아니다고도 하지만). 모두가 예수를 지키려고 했으니 말이다. 성경에는 예수가 난 걸 알고 그날 태어난 아이를 모두 죽이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갑자기 이거 다른 사람 이야긴가 하는 생각이, 누구였는지 모르겠다). 다행하게도 예수는 위험을 피한다. 여기에서는 천사가 도와줘서 요셉과 마리아가 예수를 데리고 이집트로 달아난다. 동박박사가 셋으로 알려졌는데, 한사람 더 있다는 이야기도 있단다. 네번째 동방박사는 예수를 만나러 가다 이런저런 일을 겪는다. 어쩐지 그런 거 안 좋기도 하다. 그런 건 착한 사람은 힘들다는 이야기 같기도 하니 말이다. 신, 예수를 믿는 건 예수한테 잘하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한테 베푸는 거겠지. 지금 교회 사람 가운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얼마나 될까. 종교인이 가난하고 아픈 사람을 도운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오래전에는 종교가 세상을 다스리기도 했는데. 그런 게 지금도 이어지는 듯하다. 옛날 만큼은 아니어도.

 

 성탄절에는 눈이 와야 할 것 같은데 앞으로 눈이 오는 성탄절 맞을 수 있을지. 전나무는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잘라다 성탄절에 잠깐 장식하고 성탄절이 지나면 그냥 내버려두니 말이다. 그렇게 사라진 나무 얼마나 많을지. 지금은 전구로 빛을 내는데 옛날에는 초를 켰나 보다. 그런 말 보면서 왜 초를 켜지 했다. 나중에야 그게 지금은 전구가 됐다는 거 깨달았다. 초를 켜고 잘못해서 불난 적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니. 성탄절 나무에는 과자 같은 먹을 것도 달아놓았다. 그건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겠다. 과자 달린 나무. 오래전 성탄절 풍경을 볼 수도 있어서 괜찮았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에 성탄절을 축하했을까. 천주교는 조선시대에 들어왔구나. 그러면 그때 성탄절 아는 사람 있었겠다.

 

 짧은 이야기가 많은데 아달베르트 슈티프터가 쓴 <얼음 절벽>은 좀 길다. 처음에는 집중이 잘 안 됐는데, 두 아이가 외갓집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는 걱정스러웠다. 그걸 보면서 외갓집에서 자고 아침에 집에 가지 했다. 두 아이 콘라트와 잔나는 괜찮을까 하면서 봤는데 다행하게도 둘은 이튿날 부모와 아이를 찾는 마을 사람과 만났다. 콘라트와 잔나가 사는 곳에서는 두 아이와 엄마를 다른 곳 사람으로 여겼는데, 그날 뒤로 그런 일은 사라졌다. 콘라트와 잔나가 죽지 않은 것도 다행이고 두 아이와 엄마를 마을 사람이 받아들여서 잘됐다. 그것 또한 성탄절에 일어난 기적이다. 기적은 아주 큰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하루하루 사는 것도 기적이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맑은 날. 기적은 성탄절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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