もういちどベ-ト-ヴェン (寶島社文庫) (文庫)
나카야마 시치리 / 寶島社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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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베토벤

나카야마 시치리

 

 

 

 

 

 

 지난 2020년은 베토벤이 태어나고 250년이 되는 해란다. 세상에 이름을 남긴 사람은 태어나고 죽고 난 다음 시간도 세는구나. 250년 전 한국은 조선시대였겠다. 그런 때 베토벤은 태어나고 아버지 때문에 자다가 일어나 피아노를 치거나 나이를 속이고 피아노를 쳤다. 아버지는 베토벤이 모차르트처럼 되기를 바랐다는 말을 들었다. 베토벤은 모차르트한테 피아노를 배울 뻔했는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베토벤이 모차르트한테 피아노를 배웠다면 어땠을지.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했구나. 베토벤을 조금 알려고 책을 봤는데 생각나는 게 얼마 없다. 귀가 잘 안 들리게 되고 베토벤은 요양하러 간 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유서를 썼다는 건 기억한다. 동생한테 쓴 편지였다. 그걸 쓰면서 베토벤은 자신이 아직 하지 못한 음악을 생각하고 죽지 않는다. 베토벤 음악 많이 알지 못하지만 베토벤이 죽지 않아 다행이다. 베토벤은 자신이 하려는 음악에 구원받았구나.

 

 여기 《한번 더 베토벤》에도 그런 사람이 있구나. 바로 미사키 요스케다. 이 책 《한번 더 베토벤》은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에서 하나다. 여기에서 미사키는 피아니스트가 아닌 사법연수생으로 나온다. 그렇다고 음악 이야기가 없지 않다. 미사키는 사법시험을 1등으로 붙었다. 이런 거 생각하면 참 대단한데 미사키는 그걸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 그런 사람 있을까. 어쩔 수 없이 사법시험을 봤다 해도(미사키와 같은 처지라면 그럴 수 있을지도). 기숙사에서 미사키 옆방이고 같은 조가 되는 아모 다카하루도 클래식을 좋아하고 베토벤을 가장 좋아했다. 베토벤 음악뿐 아니라 베토벤 생각도. 자신의 지침이라 한다. 지난번에 본 《어디선가 베토벤》에서 미사키는 베토벤을 자신의 나침반이라 했는데.

 

 지난번에 본 모습과 비슷한 모습을 보다니. 나이는 좀 많고 다른 곳인데. 그건 미사키가 평범해 보이지 않아서구나. 사법연수소에서 미사키는 무척 뛰어났다. 그렇기는 한데 잘 모르는 것도 있었다. 역사, 철학(난 다 모르는데). 미사키는 사람을 볼 때 손을 보았다. 전에 다카무라 료는 그 모습을 피아노와 연결해서 생각했는데, 꼭 그건 아니었나 보다. 미사키는 손을 보고 그 사람 생활이 어떤지 안다고 했다. 사람은 거짓말해도 손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미사키가 사람들 눈길을 끈 건 사법시험 1등으로 붙은 것도 있지만 아버지가 검사기도 해서였다. 그런 걸 보고 많은 사람은 미사키가 다 가진 듯 여길지도 모르겠다. 미사키와 같은 조가 되고 친하게 지내는 아모도 다르지 않았다. 미사키가 왜 사법공부를 하게 됐는지 아는 난 그런 생각 안 했다. 아모한테 그런 걸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알려주지 않아도 나중에 조금 알게 된다. 그래도 아모는 조금 시샘했을지도.

 

 아모 다카하루는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고 선생님이 잘한다고 해서 피아니스트 꿈을 가졌다. 부모도 아모가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바랐는데, 아모는 자신한테는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검찰관이 되기로 한다. 음악과 상관있는 걸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검찰관이라니. 아모가 미사키를 만났을 때 미사키는 클래식 음악을 멀리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아모는 미사키가 음악을 듣지도 않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장난삼아 미사키를 연주회에 데리고 간다. 거기에서 미사키는 음악을 듣다가 보이지 않는 피아노를 친다. 아모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란다. 아모를 피아노 친 사람으로 한 건 미사키를 알아보게 하려는 건가 했다. 아모가 피아노를 몰랐다면 미사키를 봐도 뭔가 하고 그저 손가락을 움직이는구나 했겠다.

 

 미사키가 자신이 돌발성난청이라는 걸 알고 피아노를 그만두기로 했을 때 그렇게 쉽게 그만두다니 했다. 피아노를 하지 않아도 음악은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것도 하지 않았다니. 그걸 보면서 내가 글을 쓰지 않아야겠다 하면 책을 하나도 안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이 생각은 잘못됐구나. 난 딱히 글을 안 써야겠다 생각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사법연수소는 강의를 듣고 다음에는 실제 일하는 데서 배운다. 검찰관은 석달, 재판관은 여섯달, 변호사는 석달. 사법시험을 본 사람은 세 가지를 경험해 보고 자기한테 맞는 일을 하게 된다. 미사키와 아모는 검찰관 일을 배운다. 미사키와 아모가 일을 배우는 곳에서 동화작가 남편 마키베 로쿠로를 죽였다는 마키베 히미코가 조사를 받았다. 마키베 히미코는 자신이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이 왜 히미코를 잡았냐면 범인이 마키베 로쿠로를 찌른 부엌칼에 히미코 지문이 있어서였다.

 

 경찰은 증거로 범인을 잡기는 하는데 그 증거가 다 맞을까. 범인이 자신이 한 짓을 안 했다고 하는 일도 있겠지만, 진짜 안 해서 안 했다고 하는 일도 있지 않을까. 사법연수원 교관에는 예전에 재판관이었던 고엔지 시즈카도 있었다. 고엔지 시즈카와 미사키가 만나기도 했다니 재미있구나. 고엔지 시즈카는 미사키를 칭찬하지 않은 교관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미사키를 안 좋게 본 건 아니고 죄를 지은 사람이 놓인 처지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예전에 고엔지 시즈카는 죄를 짓지 않은 사람한테 형을 내렸다. 그 사람은 형무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 진짜 범인이 잡혔다. 그때 시즈카는 그 일을 책임지고 재판관을 그만뒀다. 시즈카는 미사키가 원리원칙만 생각할까 봐 걱정했다. 미사키가 시즈카를 만난 건 좋은 일이 아니었나 싶다. 미사키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고 하는 마키베 히미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 모습 보면 미사키가 검사가 되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니다. 미사키는 피아노 치는 게 더 어울리고 그걸 더 좋아한다.

 

 사법연수를 받다가 어느 날부터 미사키가 기숙사에 늦게 들어오고 쉬는 날에는 없었다. 아모는 미사키가 히미코 일을 혼자 알아보러 다니는 건가 했다. 미사키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아모는 검찰청 일이 끝나고 미사키 뒤를 밟고 미사키가 피아노를 치러 다닌다는 걸 알게 된다. 미사키는 피아노 콩쿠르 준비를 했다. 아모는 그 콩쿠르를 보러 가고 미사키를 만나서는 그만두라고 한다. 창피를 당한다고. 미사키는 아모가 찾아온 걸 그리 놀라지 않고 자신은 1등 할 거다 말한다. 미사키가 일등 하겠다고 말한 건 그게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모는 미사키가 그저 피아노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다. 미사키 연주를 듣고는 그게 아니다는 걸 안다. 미사키가 피아노 콩쿠르 본선에 나가게 된 일이 사법연수원에 알려진다. 피아노 콩쿠르 본선 날 교관과 아모 그리고 미사키와 같은 조인 사람이 미사키 피아노를 듣는다.

 

 미사키가 다시 피아노와 마주하게 된 건 아모와 함께 간 연주회와 죽임 당한 동화작가 마키베 로쿠로가 마지막으로 쓴 《빨강 토끼 로큰롤》 때문이다. 빨강 토끼는 검정 토끼와 흰 토끼 사이에서 자신이 빨강 토끼라는 걸 숨겼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아니다 여기고 본래 자신으로 살기로 한다. 그게 아무리 힘들다 해도. 그건 마키베 로쿠로 마음과도 같았다. 마키베 로쿠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고 해서 죽임 당했다. 미사키는 마키베 로쿠로가 이름을 히라가나로 쓰다가 《빨강 토끼 로큰롤》에서는 한자로 쓴 걸 이상하게 여겼다. 거기에도 뜻이 있었다니. 미사키는 콩쿠르에서 베토벤 곡을 연주하고 일등 한다. 아모뿐 아니라 같은 조 사람도 미사키가 피아니스트 길을 가게 되어 마음 놓은 것 같았다. 피아니스트 세계에서는 미사키가 그렇게 붕 떠 보이지 않겠지.

 

 세상에는 진짜 자신을 숨기고 여러 사람 틈에 사는 사람 많겠다. 그게 괴롭지 않으면 괜찮지만 괴롭다면 자신을 숨기지 않는 게 낫겠다. 자신을 드러냈을 때 안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시대에 따라 다르다. 여전히 차별이 있지만 지금 시대는 이런저런 사람을 받아들인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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