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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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다 보고 왜 제목이 ‘사형에 이르는 병’일까 생각했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실제 사형을 받는 게 아니고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느낌일지도. 아니면 평생 죄책감을 느끼고 살다 죽는 걸지도. 사람이 산다고 하지만, 사람은 다 죽음으로 다가간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는 게 좀 덧없게 느껴지겠지만. 진짜 그렇기는 하다. 그걸 알아도 그 마음은 시간이 가면 마음 깊은 곳으로 숨는다. 많은 사람이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온다 믿고 산다. 나도 다르지 않다. 언젠가 내가 죽겠지만 지금 바로는 아니다 생각한다. 마음 편하게 살면 좋겠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 이건 이 책하고는 상관없는 말이구나. 아니 내가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것도 무언가에 영향을 받아설지도. 그건 대체 뭘지. 지금까지 살면서 겪은 일이나 만난 사람 그리고 만난 책일지도. 사람은 자기 마음이라는 게 있기는 할까. 얼마전에도 이런 거 생각했는데.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겉으로 좋아 보이는 사람이 사이코패스로 연쇄살인범이라면 무척 놀라겠다. 이젠 이런 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아주 놀라운 건 아닌가. 사이코패스는 유전인지 자라는 환경 때문인지. 둘 다구나. 스물네 사람을 죽인 걸로 보이는 하이무라 야마토도 유전과 안 좋은 환경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 하이무라는 경찰에 잡히고 자신이 저지른 것보다 적은 아홉 건만 밝혀지고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하이무라는 아홉번째 살인은 자신이 하지 않았다면서 그걸 밝혀달라고 가케이 마사야한테 편지를 썼다. 소설은 마사야가 편지를 받는 걸로 나오는데 난 하이무라가 썼다고 말했구나. 책을 보다보면 그걸 말하는 사람이 보는대로 보는 것 같다. 마사야가 아니 하이무라가 보는 걸로 생각하면 참 많이 다르겠다. 그렇다 해도 하이무라 마음은 잘 모를 것 같다.


 대학생으로 어릴 때와 다르게 자신없어하는 가케이 마사야는 하이무라가 보낸 편지를 받고 놀란다. 하이무라는 마사야가 어릴 때 살던 곳에서 빵집을 하고 마사야한테 잘 해줬다. 그런 하이무라가 고등학생 정도인 남자아이 여자아이를 고문하고 죽였다. 빵집을 할 때도 그런 일을 했다. 하이무라는 시체를 마당에 묻고 그걸 바라보는 걸 즐겼다. 마사야는 잠시 하이무라가 자신도 그런 대상으로 본 건 아닐까 생각한다. 하이무라는 마사야가 어렸다고 말한다. 정말일까. 하이무라는 십대에 자기보다 어린 여자아이한테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소년원에서 나오고 열일곱살에도 그랬다. 나이를 먹는다고 노리는 대상이 바뀔까. 마사야는 하이무라를 만나고 하이무라를 도와주기로 한다. 그렇다 해도 하이무라가 사형인 건 바뀌지 않는다. 아홉번째 피해자는 고등학생이 아니었다. 죽인 방법도 달랐다. 연쇄살인범은 거의 비슷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인다. 이런 것은 소설을 보고 알게 된 거구나. 하지만 늘 그럴까.


 여기에서는 마사야가 바뀌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뭐가 달라 보인 걸까. 책을 보는 난 잘 모르겠던데. 마사야를 아는 사람은 마사야가 예전과 달라졌다고 한다. 난 하이무라 때문에 마사야가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 건가 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마사야는 하이무라를 만나서 좀 달라졌나 보다. 사람이 누군가한테 그렇게 쉽게 영향 받을까. 하이무라는 똑똑해서 마사야한테 어떤 말을 하면 마사야 마음이 움직일지 알았던 건지도. 사이코패스는 자신이 사형이라 해도 아직 살았을 때 누군가한테 자기 힘을 나타내고 싶어할까. 하이무라가 그런 사람이다 말한다. 난 그게 좀 무서웠다. 마사야는 어떤 일을 알게 되고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다행하게도 그때를 잘 넘기기는 했다. 마사야는 왜 그렇게 된 건지. 정말 하이무라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무의식에 있었을지도.


 하이무라가 마사야 한사람만 만나는 걸로 나왔지만, 하이무라는 마사야뿐 아니라 많은 사람한테 편지를 썼나 보다. 그것도 무섭구나. 난 마사야가 하이무라와 아는 사람 아들이어서 믿고 자기 누명을 벗겨달라는 건가 했는데. 하이무라가 여러 사람을 고문하고 죽였다 해도 하이무라를 불쌍하다 말한 사람도 있었다. 그럴 수가. 하이무라는 끝없는 어둠인가 하는 생각이 지금 든다.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안 될 것 같은. 마사야는 거기에서 빠져나왔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런 죄는 묻기 어렵겠다. 누군가를 조종하고 물들이려는 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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