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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웃는 숙녀 ㅣ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3월
평점 :
난 남한테 속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마음먹고 나를 속이려는 사람을 만나지 않아설지도 모르겠다. 보이스피싱에 걸려들지 않아야 할 텐데. 내가 쓸쓸하다 해도 전화받는 건 무척 싫어해서 그럴 일은 없겠다. 잘생긴 사람이 잘해주면, 그런 것도 별로 믿음이 안 간다. 힘든 일은 남한테 말하기 싫다. 말한다고 어떻게 되지 않을 테니. 죽어야 끝나겠지 생각할 뿐이다. 이렇게 흐르다니. 사람 마음에는 어두운 부분이 있는데 그걸 누군가 건드리면 그게 아주 커져버릴지도. 여기에 나오는 나쁜 여자 가모우 미치루는 그렇게 남을 조종한다. 조종당하는 사람은 자신이 조종당한다는 것도 모른다.
지금까지 읽은 책에서 본 나쁜 여자는 거의 얼굴이 예쁘고 말도 잘했다. 예쁘기에 나쁜 일을 당하고 그것 때문에 나쁜 짓을 하게 되는 걸까. 예쁘지 않은 사람이 무슨 말하면 그 사람 말 잘 듣지 않고 조종당하지 않을지도. 아니 꼭 그럴까. 평범한 얼굴인 사람도 나쁜 마음 먹고 나쁜 짓할 수 있다. 그런 사람 한번 본 것 같기도 하다. 그 사람은 일부러 남을 속이려고 계산하지 않고 본능으로 속였다. 남을 속이는 본능이라는 것도 있는 건지. 어쨌든 자신한테 이익이 돌아오게 했다. 속은 사람은 그 사람을 나쁘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건 여기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자신이 가모우 미치루 말에 조종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가모우 미치루를 원망하지도 않았다. 사람은 자기 말 잘 들어주고 자기한테 좋은 말 해주면 좋아할지도. 하지만 난 왜 그런 게 거짓말 같지. 이런 소설을 봐서 그런 걸까.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걸 얻는 사람이다. 차라리 자신이 범죄에 손을 담그는 게 낫다. 그런 사람도 안 좋아하지만, 범죄를 저질러봤자 좋은 건 없다. 가모우 미치루 아버지는 사업을 하다 망하고 빚을 졌다. 어머니는 가난이 싫어서 미치루를 두고 집을 나갔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남자와 집을 나간 것에 화를 내고 어머니와 많이 닮은 미치루를 때리고 성폭력까지 한다. 그걸 사촌인 노노미야 쿄코가 알게 된다. 아니 쿄코는 미치루가 처음 조종한 사람이다. 미치루는 아버지가 자신한테 하는 짓을 일부러 쿄코가 보게 했다. 쿄코는 미치루가 와서 자신이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하지 않게 된 걸 고맙게 여겼다. 쿄코는 미치루를 위해 뭐든 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첫번째 사건이 일어난다. 중학생이 그런 일을 꾸미고 하다니. 처음에 미치루는 쿄코와 함께 했구나. 그 일 때문에 쿄코가 방해가 되기도 했던가 보다.
시간이 흐르고 미치루와 쿄코는 이십대가 된다. 사기누마 사요는 은행에서 일하는데 스트레스를 물건 사는 걸로 풀었다. 그래서 빚이 아주 많았다. 사요는 쿄코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사요는 쿄코 소개로 생활 컨설턴트 미치루와 만난다. 미치루는 이번에도 사요 마음을 좋게 해줬다. 사요가 빚 때문에 걱정이다 하니 은행 돈을 횡령하게 한다. 횡령하라고 바로 말하지 않고 그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 사요는 그 재미에 들려서 자신이 다 갚기 어려운 돈을 횡령한다. 그리고 미치루를 만나고 또 속는다. 미치루는 사요가 어떻게 할지 다 예상했겠지. 미치루가 다음 목표로 정한 건 쿄코 동생인 노노미야 히카루다. 히카루가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런가 했다. 미치루는 히카루가 쿄코를 없애주기를 바랐다. 실제 일은 그렇게 흘러간다. 좀 무섭지 않나.
다음에 미치루를 만나는 사람은 후루마키 요시에다. 요시에 남편은 회사 구조조정으로 일을 그만뒀다. 요시에 남편은 다시 일을 찾지 않고 작가가 되겠다고 한다. 요시에는 그것에 불만이 쌓였다. 미치루를 만나고 요시에 마음에는 검은 것이 피어오른다. 요시에는 남편 생명보험 돈을 바꾸고 미치루 꾀임에 빠져 남편을 죽인다. 여기 나오는 사람은 왜 그렇게 잘 속을까 했다. 미치루는 심리학이라도 공부했으려나. 그런 범죄자 본 적 있는데. 미치루는 경찰이나 변호사 재판관 그리고 세상도 속인다. 그런 다음 웃었다. 미치루가 쉽게 경찰에 잡히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미치루는 경찰에 잡힐 것까지 생각하고 준비를 해두었던 듯하다. 대단하구나. 잡혔다 풀려나는 미치루를 보고 미치루를 의심한 경찰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일본에는 읽으면 어쩐지 뒤끝이 안 좋은 소설이 있다. 그런 걸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 소설 옮긴 사람은 좋아한단다. 난 별로다. 그런데도 이 책 봤구나. 이거 보니 기분 별로 안 좋았다. 앞에서도 말했듯 여러 사람이 미치루한테 속는 게 이상했다. 미치루는 남을 속이고 방해가 되는 사람은 없애고 큰돈을 갖기도 하는데, 그 돈은 대체 어디에 쓰려는 걸까. 미치루는 돈보다 세상을 속이고 비웃는 걸 즐기는 건지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