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어 판판야 단편집
panpanya 저자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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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이런저런 만화가 있구나. 내가 만화를 많이 아는 것도 아닌데. 내가 보는 만화는 이야기가 길게 이어진다. 내가 그런 걸 좋아하는 거겠지. 만화에 그런 것만 있다 여기면 안 되겠다. 소설은 긴 이야기와 짧은 이야기가 있다. 만화도 긴 이야기가 아닌 짧은 이야기도 있겠지. 내가 그런 걸 아주 안 본 건 아닌데, 이 ‘침어’는 지금까지 본 것과 좀 달라 보인다. 여기 나오는 여자아이는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나’라 할까 한다. 여기 실린 이야기에 ‘나’는 빠짐없이 나오는구나. 친구로 나오는 사람이 다른 이야기에서는 다른 사이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나’도 늘 같은 ‘나’가 아닐지도. 몸은 사람인데 얼굴은 외계인처럼 보이는 인물도 있다. 돌고래와 뭔지 모를 동물도 나온다. 책 제목과 같은 <침어>에 나오는 건 말하고 걸어다니는 개인가.

 

 상상력 가득한 만화 같기도 하다. 꿈 같은 느낌도 든다. 꿈이라는 제목이 있는 건 실제 꿈을 그린 건지. 처음 <뉴 타운>을 보고는 뭔가 싶은 생각을 했다. ‘나’가 어떤 사람(외계인처럼 보이는)과 뉴 타운이라는 곳을 둘러본다. ‘나’는 뉴 타운으로 이사하려고 거기에 갔을까. 그곳은 많은 게 깨끗하게 정리된 곳이었다. 뉴 타운에 들어가지 않은 곳은 오래전 느낌이 들었지만. 다음에 ‘나’는 교통량 조사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런저런 차가 지나갔다. 평범한 차도 있었는데 다리가 달린 택시나 바퀴달린 집도 있었다. 그런 것도 차일까. 다른 사람이 와서는 번호판이 있어야 차라 한다고 한다. 그때 번호판을 달고 롤러스케이트 탄 사람이 지나갔다. 그것도 차였다. 이걸 보고는 조금 웃었다. 이건 작가가 차와 차가 아닌 것 경계를 모호하게 느낀 걸 그린 걸지도. 다른 이야기도 이런저런 상상에서 나온 이야기겠구나.

 

 책을 보기 전에 대충 넘겨보고 어두운 이야긴가 했는데, 처음부터 차근차근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그림이 어두워 보여서 어두운 이야기다 생각한 건지도. <뉴 피시>도 조금 재미있다. 언제부턴가 많이 잡히게 된 물고기를 사람들은 뉴 피시라 했다. 그건 물고기가 공장에서 만드는 거였다. 공장은 바닷속에 있는 조개 모양이었다. ‘나’는 어쩌다 바다에 빠지고 물고기한테 도움을 받는다. 돌고래처럼 보였는데, 돌고래는 ‘나’한테 먹을 걸 주는데 그건 뉴 피시였다. 그건 맛이 별로 없었다. ‘나’는 자기 도시락이 있는 걸 보고 그걸 먹는다. 도시락 안에는 전갱이가 있었다. 뼈만 남은 전갱이는 돌고래한테 자신을 넣어서 뉴 피시를 만들라 한다. 그 뉴 피시는 예전 것보다 맛있었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게 하려고 돌고래가 뉴 피시를 만들었던 거다. 그 뒤 물고기와 사람은 뉴 피시 맛을 좋게 만든다. 물고기 모양이지만 진짜 물고기는 아닌 뉴 피시구나.

 

 앞에서 뉴 피시 재미있었다고 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구나. 진짜 물고기는 자신들이 사람한테 잡히지 않으려고 뉴 피시를 만들었으니. 물고기 적당히 잡기를. 이젠 잡을 물고기도 별로 없나. 돌고래는 신주쿠 지하를 안내할 때도 나왔다.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구나. 피자가 든 피자만두는 어떤 맛일까. 이 책 제목이기도 한 침어는 물고기 베개다. 그저 물고기 모양 베개인가 했는데, 옛날에는 물고기를 베개로 쓰기도 했단다. 그건 하루밖에 쓰지 못하고 침어라 했다. 물고기 베고 자면 편할까. 비린내 날 것 같은데. ‘나’는 잠을 편하게 못 자서 베개를 사러 갔다가 침어를 알게 된다. 주문하는 건 비싸서 ‘나’는 비싸지 않은 물고기 모양 베개를 사고는 바닷가에서 침어를 줍는다. 그 침어는 어항에 넣고 길렀다.

 

 처음 볼 때는 어쩐지 어색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익숙해졌다. 이 작가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고 한다. 그저 panpanya라 한다. 여자아이는 작가 분신 아닐까. 그럴 것 같은데. 그렇다고 작가가 여성일지, 그건 잘 모르겠다. 뜻밖에 남성일지도. 그런 건 생각하지 않는 게 낫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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