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수집가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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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이 하는 말이 있지. 그건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야.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사람을 해치고 죽이는 건 사람이지. 가끔 사나운 동물이 사람을 죽이는 일도 있지만, 그밖에는 병도 있어. 사람이 가장 두렵게 여기는 건 죽음일까. 귀신이나 무서운 걸 만나면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고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칠지도. 죽음이 자연스럽게 찾아오면 그건 편하게 받아들일지. 갑작스러운 것보다 천천히 다가오는 게 낫겠어.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기도 해. 어디에서 무엇을 만나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도 귀신보다 사람을 죽이는 사람 더 만나고 싶지 않아. 때로 그런 사람은 평범한 옆집 사람 얼굴이기도 하잖아. 여기에는 그런 이야기도 있어.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옆집 사람> 이야기야.

 

 지금도 다 말하거나 달라지지 않았겠지. 미투 운동. 예전에는 쉽게 말하지 못하는 걸 지금은 말하게 됐지. 성폭력은 여성이 피해자일 때가 많겠지만, 남성도 당하는 일 있을 것 같아. <죽음의 노래>는 인디계에서 인기를 모으던 여성 가수 로미가 강도한테 죽임 당한 뒤 로미가 마지막으로 녹음한 노래 파일이 인터넷에 떠돌고 그 노래를 듣는 사람은 죽는 이야기야. 노래 제목은 <새벽 3시 반>이야. 앞에서 벌써 말했군. 그 노래를 듣고 죽은 사람은 성추행을 한 사람이었어. 그리고 로미는 강도한테 죽임 당하지 않았어. 인디 밴드에서 노래하던 사람이 로미를 찾아가서 나쁜 짓을 하려다 죽게 만들었어. 로미는 억울했겠지. 억울한 사람이 귀신이 되어 나타나는 이야기도 있어. 군대에서 괴롭힘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자신을 괴롭힌 사람한테 복수하는 <화약고 근무>.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다 뺑소니 사고로 죽은 아이가 자신을 따돌린 아이를 찾아오는 이야기 <어제 죽은 친구>. 실제 귀신은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남한테 나쁜 짓하면 그게 자신한테 돌아오기도 할 거야. 아주 착하게 살지는 못해도 남을 울리지 않는 게 좋겠어.

 

 어떤 사람은 자기 딸한테 찾아온 액운을 조카 식구한테 떠넘겼어. 그건 제목이 <액운>이야. 조카를 생각한 건가 했는데. <룸메이트>는 ‘세상에 이런 일이’ 할 만한 일이야. 함께 살던 사람(혜수)가 다른 때와 달라지고, 며칠 뒤 경찰이 찾아와서는 혜수가 죽었다고 해. 혜수는 누군가한테 죽임 당했어. 진아는 혜수가 집에 오고 밑반찬이나 라면을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대체 누구였을까. 그건 혜수를 죽인 남자로 그 사람은 진아 침대 밑에 숨어 있었어. 이 이야기 좀 오싹하지. 귀신은 아니지만. 이 이야기 보니 에도가와 란포 소설 <인간 의자>가 잠깐 생각났어. 그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인간 의자>도 읽지 않았군. <선한 사마리아인>도 사람이 더 무서운 이야기야. 누군가를 도우려던 사람이 안 좋은 일을 당해. 그런 이야기 들으면 좋은 마음으로 남 돕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해. <구제 옷>도 헌옷 사 입기 싫게 하는 이야기야. 누가 입었는지 모를 옷을 어떻게 사겠어. 그건 그저 이야기일 뿐이다 생각하는 게 나을까.

 

 도시 전설이라 할 만한 이야기도 있어. <절대 검색하면 안 되는 낱말>이야. 그런 말 보면 왜 안 될까 하면서 관심을 갖고 그거 찾아보는 사람 꼭 있겠지. 난 어떨지. 나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안 찾아볼래. 지금은 이렇게 말하는군. ‘나’는 들어가면 안 되는 홈페이지에 들어가고 무언가를 눌러. 그걸 누르는 여자가 나타나고 여자가 천천히 ‘나’한테 다가왔어. 난 그런 거 봤다면 바로 꺼 버렸을 텐데. ‘나’는 그냥 동영상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둬. 그랬다가……. 천천히 다가오는 여자라 하면 생각나는 거 없어. 텔레비전 화면에서 여자가 나오는 <링> 말이야. 난 영화 <링> 제대로 못 봤어. 스치듯 한국에서 만든 거 본 것 같기도 해. 많은 사람이 가장 무섭게 여긴 건 텔레비전 안에서 여자가 나오는 부분이잖아. 링에서는 비디오 테이프가 여러 사람한테 건너가지. 여기에도 어떤 영상이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나와. 그 영상을 끝까지 보면 이상한 게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해. 이런 이야기 늦은 밤에 보면 무섭겠어.

 

 내가 생각한 거지만 <습득물>에 나온 돈가방에는 저주가 걸렸을지도 모르겠어. 지하철 안에서 5만원짜리가 가득 든 돈가방을 주운 사람은 그걸 가지고 싶어하다, 자신을 쫓아오는 노인을 죽이는. 어쩐지 그 일은 한번만이 아닌 듯해. 돌고도는 일이었어. ‘나’는 돈가방을 주웠다가 노인이 되어 돈가방을 가진 여자를 쫓아가. 자기 것이 아닌 것에는 욕심 내지 않는 게 좋겠어. <아르바이트>는 대학병원 실험에 참가하면 돈을 많이 준다는 거야. 실제 이런 일 있으면 안 되겠지만, 여기에서는 무서운 일이 일어나.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나’는 대학병원에 가고 의사가 주는 약을 먹고는 죽어. 그 실험이 어떤 건지도 몰라. 의사는 죽은 ‘나’를 보고 또 잘 안 됐군이라 해. 이 이야기도 어쩐지 무섭군.

 

 지어낸 것 같은 이야기도 있고, 일상에서 일날 법한 이야기도 있어. <초인종>은 있을 것 같군. 늦은 밤에 초인종 소리 들리면 무섭겠어. 남의 집을 자기 집으로 알고 들어가려는 사람 아주 없지 않을 거야. 그건 비슷비슷하게 생긴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일이겠지. 여기에서는 머리를 산발한 여자가 초인종을 한번 누르고 문 앞에서 꿈틀거려. 실제 그런 거 보면 섬뜩하겠어. ‘나’는 이사하는데 그 집에서도 초인종 소리가 들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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