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마신 소녀 - 2017년 뉴베리 수상작
켈리 반힐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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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 전에 이 책이 나온 걸 알고 한번 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만나게 됐다. 이 책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기억하지 못했다면 이렇게 만나지 못했을까. 아니 꼭 그렇지 않겠구나. 내가 예전에 한번 보고 싶다 생각한 걸 잊어버렸다 해도 제목이 내 마음을 끌었을 것 같다. 달빛을 마신 아이가 나온다니. 달을 자주 못 보지만 어쩌다 한번 보면 반갑다. 가끔 달은 낮에도 보이는구나. 요즘 별은 잘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달은 잘 보인다. 지구와 가까이 있어서 그렇구나. 달은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한다. 실제 달에는 대기도 없고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이지만. 예전에 달에 간 사람이 있지만 아직도 사람이 마음대로 가기 어렵다. 상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다니.

 

 한해에 한번 보호령에서는 가장 어린 아기를 마녀한테 바쳐야 했다. 마녀한테 아기를 바쳐야 나머지 사람이 한해를 별일 없이 지낸다고 믿었다. 그런 일은 거의 오백년이나 이어졌다. 보통 사람은 마녀가 있다 여겼는데 장로는 마녀가 없다고 여겼다. 그래도 희생제 날을 지켰다. 장로는 사람들을 지배하려 했다. 장로 뒤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니. 그건 책을 보면서 알게 됐다. 숲속 분화구 옆에는 마녀가 산다. 마녀 잰은 습지 괴물 글럭과 작은 용 피리언과 살았는데, 잰은 한해에 한번 숲에서 아이를 구했다. 사람들이 희생제 날이라 하는 걸 잰은 별아이 날이라 했다. 같은 날을 이렇게 다르게 말하다니. 잰은 그저 사람이 한해에 한번 아이를 버린다고만 생각했다. 그건 다 보호령을 덮은 슬픔의 구름 때문이었다.

 

 마녀 잰은 한 아이한테 잘못해서 달빛을 먹였다. 아이한테 별빛은 괜찮아도 달빛은 안 좋았다. 달빛이 아이한테 마법을 걸어서다. 처음에 잰은 그 아이한테 마음이 갔다. 그래서 다른 때처럼 바로 자유도시에 가지 않고 멀리 돌아갔다. 멀리 돌아가니 시간이 걸리고 나이 많은 잰은 지쳐서 정신이 없었겠지. 잰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루나라 하고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 루나는 마녀 잰과 늪 괴물 글럭 그리고 작은 용 피리언과 함께 살게 된다. 루나가 자라자 루나한테서 마법이 흘러나왔다. 잰은 그걸 골칫거리로 여기고, 루나한테 마법을 제대로 가르치려고 오래전에 자신이 살았던 곳으로 간다. 거기에서 잰은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다. 사람들이 잘못 기억하는 일로 실제 마녀는 용과 함께 화산을 잠재우려 했는데, 사람들은 마녀가 용과 화산을 터뜨렸다고 기억했다. 용과 함께 화산으로 들어간 건 잰 스승이었다. 스승은 잰한테 자기 이야기를 기억하고 알리라 했는데, 젠은 그걸 까맣게 잊었다. 루나도 잰과 비슷하게 됐다. 루나는 마법과 상관있는 건 기억하지 못했지만. 잰은 차라리 그게 더 잘됐다 여기고 루나한테는 처음부터 마법이 없었다고 생각하게 하려 했다.

 

 잰과 루나 글럭 피리언이 사는 것과 보호령 사람 이야기도 나온다. 보호령에서 왜 아기를 마녀한테 바쳐야 하느냐고 생각한 사람은 견습 장로 앤테인이었다.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그저 아기를 바치라는 말을 따랐다. 루나 엄마는 루나를 빼앗기고 슬퍼해서 탑에 갇혔다. 아기를 주려고 하지 않는 걸 보고 사람들은 루나 엄마가 미쳤다고 여겼다. 자기 아이를 빼앗기면 슬프고 마음이 멀쩡하지 않을 텐데. 앤테인은 희생제 날이면 그 자리에 있지 않아서 장로가 되지 못하고 견습 장로도 그만두었다. 그래도 앤테인은 자신이 되고 싶은 목수가 되었다. 앤테인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도 했다. 하지만 자기 아이가 희생제 날 뽑히게 생겼다. 예전에 앤테인은 마녀와 이야기 하면 된다 여겼는데, 잰은 앤테인과 말하지 않았다. 자유도시 사람하고는 말했는데, 그건 다른 것 때문이었을지도. 앤테인은 마녀를 죽이면 앞으로 아이를 바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숲으로 간다. 그런 앤테인을 죽이려고 이그나시아 수녀 원장이 뒤를 쫓았다. 장로 뒤에 있었던 게 바로 슬픔을 먹는 수녀 원장 이그나시아였다.

 

 오래전 일어난 일을 잰은 잊고 루나도 비슷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그나시아도 그랬을지도. 잰과 이그나시아는 슬픈 기억을 잊은 걸지도. 사람은 모두 나면 언젠가 죽는다. 자기 둘레 사람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 무척 슬프겠지. 잰은 그걸 잊으려 했다. 이그나시아도 슬픔을 심장에 가두고는 다른 사람 슬픔을 먹었다. 어쩌면 마법을 가진 사람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다 슬픔을 모르는 척하고 남의 슬픔을 먹게 되는 걸지도. 그게 이그나시아였을지도. 기억을 잊으면 안 될 텐데. 그게 슬픈 일이라 할지라도. 루나가 열세살에 가까워지자 루나가 잊은 기억이 돌아왔다. 루나 기억에 빠졌던 부분이 채워졌다. 루나는 이상하게 여긴 것들을 이제는 알게 됐다. 그리고 곧 할머니(잰)와 헤어져야 한다는 것도 깨닫는다. 오백년 전에 화산이 터졌을 때 잰은 스승이 용과 함께 화산을 잠재운 걸 잊었지만, 루나는 그러지 않았다. 루나한테는 엄마와 잰이 있어서였을지도. 이번에 옛날처럼 화산이 터졌는데, 루나와 엄마와 잰이 함께 보호령 사람들을 구했다. 보호령 사람들은 예전에 잃은 식구를 만나기도 했다.

 

 보호령을 뒤덮은 슬픔은 걷혔다. 이그나시아가 보호령을 떠나서 그러기도 했겠지만, 앤테인이나 앤테인 아내 에신이 다르게 생각해서는 아닐까.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기보다 어딘가에 묻어가는 걸 편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보호령 사람은 한사람만 희생하면 나머지는 괜찮다고 여기고 지금까지 가장 어린 아기를 바쳤다. 모두가 살려고 해야지, 한사람이라고 작게 여기다니. 슬픈 기억이라 해도 잊지 않아야 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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