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 안의 소녀 소설의 첫 만남 15
김초엽 지음, 근하 그림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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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흐르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지. 사람이 날씨를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지만 좋은 것만은 아닐지도. 자연재해가 일어나서 안 좋기는 하지만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낫겠지. 사람이 재해가 일어나게 한 거나 마찬가지다. 기후 변화 말이다. 날씨를 마음대로 하려고 하기보다 기후가 바뀌는 걸 늦추려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좋은 공기를 만들려면 모든 사람이 애써야 한다.

 

 어쩌면 먼 앞날 이런 세상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과학으로 공기를 좋게 하는 일. 비도 조절하고……. 그게 모두한테 좋을지는 알 수 없다. 자연에도 방사능이나 화학 약품이 없지 않겠지만 사람이 만든 것만큼 나쁘지는 않을 거다. 여기서는 에어로이드로 공기를 좋게 만들었다. 하지만 에어로이드가 가득한 곳에서 숨을 쉬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건 지유다. 지유는 에어로이드가 가득한 세상을 그냥 걸어다닐 수 없다. 예전에는 방독면을 쓰고 다녔는데 지금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원통 프로텍터를 타고 다닌다. 미세먼지가 심해서 마스크 끼고 다니는 것도 답답한데 방독면을 쓰거나 원통을 타고 다니면 얼마나 더 답답할까.

 

 지유는 원통을 타고 다니다 잘못해서 에어로이드 분사기를 부러뜨리고 만다. 그걸 부러지게 만든 게 잘못 같은데. 에어로이드 분사기는 비쌀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유가 다른 곳으로 달아났는데 지유가 가는 곳마다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에어로이드 분사기를 부러뜨리는 지유 모습을 본 것 같았다. 말을 하는 사람은 노아라 했다. 노아는 지유가 원통 안에서 나올 수 없다는 걸 알고는 더 뭐라 하지는 않았다. 노아는 지유가 도와주면 에어로이드 분사기를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지유는 돈을 물어내라고 할까봐 걱정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돼서 다행으로 여겼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둘은 자연스럽게 만나기 어려웠다. 지유는 에어로이드가 가득한 세상에는 나갈 수 없고 노아는 의료용 클론으로 자유롭지 못했다. 노아 목소리만 나와서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인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클론을 만들어 내다니. 이 말 보니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 《나를 보내지 마》가 생각났다. 이 소설에서 클론은 그저 본래 사람이 이용할 부품 같은 거였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한다 해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은 사람은 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돈 많은 사람이 어떤 짓을 할지 알 수 없다. 돈 많은 사람은 오래오래 살고 그걸 누리고 싶을 테니 말이다. 말이 조금 다른 데로 흘렀다.

 

 노아가 자유를 찾도록 지유가 돕는다(일본말로 자유는 지유라 발음하는데, 유는 좀 길게). 그리고 언젠가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둘은 실제 만나지 않고 목소리만 들었다. 노아 목소리는 실제는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두 사람이 만난다면 서로 알아볼지도. 지유는 비 오는 거리를 그냥 걷는다. 비가 올 때는 에어로이드 농도가 옅어서 원통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지유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겠구나. 그러고 보니 그런 말 있었구나. 비는 노아가 떠나면서 준 거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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