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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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이 많으면 좋을까. 무엇이 좋을까. 갖고 싶은 거 마음대로 살 수 있다. 그리고…….  생각나는 게 별로 없구나. 난 돈이 많았던 적이 한번도 없다. 앞으로도 그럴 테지. 없으면 없는대로 살기. 누군가한테 좋게 보이려고 돈이 많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것저것 사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건 돈이 없어서 갖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없는 걸지도. 지금 세상은 돈만 있으면 뭐든 살 수 있다고도 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 해도 세상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 재미없게 마음이라 하고 싶지 않지만. 마음은 사기 어렵기도 하다. 돈으로 산다 해도 그건 진짜가 아니다. 돈이 없으면 떠나가겠지. 어떻게 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은 돈으로 채울 수 없다. 이것저것 사는 걸로 마음을 채우려는 사람도 있는데, 그 뒤에 남는 건 빚뿐이겠지. 다른 걸로 채우면 좋을 텐데. 난 여기 나온 사람과 다르다 생각하는 것 같구나. 지금은 다르다 해도 비슷해질 수 있겠지. 사람은 어디에서 어떻게 잘못된 길로 갈지 알 수 없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애쓸 수밖에. 책을 읽는 건 그런 까닭도 있다.

 

 우메자와 리카는 은행 계약 사원으로 1억 엔을 횡령했다. 1억 엔을 한국 돈으로 하면 거의 10억 원이다. 그건 누가 갚을까. 이 생각보다 그 돈을 대체 어디에 다 썼을까 해야 할지도. 이런 생각은 리카와 중, 고등학교 동창인 오카자키 유코도 한다. 리카는 스물다섯살에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카드 회사 일도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 그럴 때 리카와 사귀던 우메자와 마사후미가 결혼하자고 해서 한다. 결혼하고 몇해가 흘러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리카는 정말 아이가 갖고 싶었던 걸까. 남편은 별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리카한테 아직 아이 갖는 걸 그만두지 마라 하기도 한다. 그전에 리카는 은행에서 시간제 일을 하게 된다. 남편은 잘됐다 하면서도 리카가 돈을 벌면 얼마나 벌까 하면서 얕봤다. 리카가 일하지 않아도 자신이 버는 돈만으로도 살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리카는 누군가 자신을 인정해주고 필요하다고 여기기를 바란 걸까.

 

 예전에 한국은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일본은 은행 사람이 손님 집에 찾아가기도 했다. 나이 많은 사람이 많고 손님 대신 은행에서 돈을 찾아다주거나 저금했다. 리카는 나이 많은 사람이 좋아했다.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보이스피싱도 나이 많은 사람을 노리기도 한다. 리카는 화장품 가게에서 돈이 없는 걸 알고 손님이 맡긴 돈으로 화장품을 산다. 갚으면 되지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 돈은 바로 찾아서 메우기는 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리카는 히라바야시 고타를 만나고는 아무렇지 않게 은행 손님 돈에 손을 댄다. 나중에 갚을 거다 생각했다. 돈을 쓸 때는 좋을지 몰라도 갚기는 싫은 거 아닌가 싶다. 그러니 처음부터 돈은 빌리지 않아야 한다. 리카는 이런 마음을 몰랐구나. 어린 시절 모자람 없이 살아서 그런 걸까. 부모가 주는 돈을 아무렇지 않게 써서. 그래도 남의 돈은 자기 것이 아닌데. 남편이 상하이로 전근가고 은행 손님이 인감과 도장을 리카한테 맡겼을 때는 더 대담해진다. 정말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리카가 은행 돈을 횡령했다는 걸 알게 되는 여러 사람 이야기도 나온다. 학교 동창인 유코는 돈을 무척 아껴 쓴다. 돈을 아껴도 그렇게 좋은 건 아닐지도. 혼자라면 괜찮을 텐데. 리카와 사귀었던 야마다 카즈키는 아내인 마키코 때문에 힘들다. 마키코가 어렸을 때 친정은 부자였다. 마키코는 아이들한테 자신과 똑같이 해줄 수 없다는 걸 슬프게 생각한다. 아이한테 돈으로 이것저것 해준다고 좋은 건 아닐 텐데. 요리 교실에서 만난 주조 아키는 아이를 낳고 쇼핑 중독에 빠져 남편과 헤어진다. 한동안은 괜찮았는데 딸인 사오리가 아키한테 멋지다고 하니, 늘 사오리한테 잘 보여야 한다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저것 산다. 여기에는 돈이 없어도 즐겁게 사는 사람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다들 돈에 매여 사는구나. 돈의 노예가 되면 안 된다고도 하는데.

 

 어릴 때부터 경제라는 걸 알면 좋겠지. 난 잘 안 쓰는 쪽이다. 이것도 별로 안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빚은 안 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빚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다음에 갚지 뭐, 하는 걸까. 라디오 방송에서 어떤 사람은 한달에 오백만원 넘게 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그것보다 더 버는 사람도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한달에 오백만원이라니.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모자란다고 했다. 난 정말 다른 세상에 사는구나. 리카 같은 사람 한국에도 있을 수 있겠지. 남자 때문이었을까. 그것만은 아닌 듯하다. 리카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데 쉽게 휩쓸렸다. 돈을 써서 기쁨을 느끼기보다 다른 데서 기쁨을 찾았다면 좋았을 텐데. 난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어릴 때도 가난했고 지금도 가난하니. 돈이 많은 것보다 차라리 없는 게 더 마음 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난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지.

 

 

 

희선

 

 

 

 

☆―

 

 돈이라는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어째선지 보이지 않게 된다. 없으면 늘 돈을 생각하지만, 많이 있으면 있는 게 당연해진다. 100만 엔 있으면 그것은 1만 엔이 100장 모인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에 처음부터 있는 무슨 덩어리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은 부모한테 보호받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그것을 누린다.  (297쪽~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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