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바타 야스나리 - 설국에서 만난 극한의 허무 클래식 클라우드 10
허연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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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이름은 알지만 다른 건 잘 모르는 작가예요. 소설 제목은 아는군요. 《설국》. 이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지요. 본래 《설국》은 장편이 아니고 1935년부터 1947년까지 여러 단편으로 썼어요. 이 말 어디선가 들은 적 있군요. 연작이기에 모아서 장편이라 해도 괜찮겠습니다. 가장 좋게 만들려고 여러 번이나 고쳐썼다고 합니다. 그렇게 했기에 노벨문학상도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소설을 영어로 옮긴 것도.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는 군대에서 일본말을 배웠어요. 일본말 배운 게 아까워서 외교관이 되지만 외교관이 적성에 맞지 않아 프리랜서 번역가가 됩니다. 그렇게 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 《설국》을 영어로 옮겼어요. 의역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 소설 분위기가 잘 전해졌나 봐요.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는 한국에도 관심이 있었다는데, 한국말은 배우지 않았군요.

 

 어릴 때부터 죽음이 가까이 있으면 어떨지.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일찍부터 죽음을 알았습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두살일 때 아버지가 세살일 때 어머니가 일곱살에는 할머니가 죽고 누나도 죽어요. 부모가 죽었을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았는데 할머니가 죽고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와 둘이 살았어요. 그 할아버지도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열다섯살일 때 죽어요. 어렸을 때는 무척 쓸쓸했겠습니다. 아니 그건 늘 그랬겠네요. 부모도 친척도 없는 사람도 있지만, 함께 살던 사람이 죽는 걸 겪는 게 더 힘들 것도 같아요. 많은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하잖아요.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어릴 때 죽음을 알아서 지금 삶이 덧없어진 걸지도. 아름다움은 잠시일 뿐이지만, 그걸 생각하는 마음은 영원할지도 모르겠어요.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아름다움을 나타내려 했어요. 시대와는 상관없이.

 

 소설 ‘설국’에는 그곳이 어디인지 나오지 않지만, 그곳은 에치고유자와라 합니다. 겨울이면 눈이 많이 온다고 해요. 지금도 많이 올까요. 소설 첫문장에 나오는 터널은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를 가르는 장치예요. 실제 기차가 터널을 지나 에치고유자와 역에 도착하면 아주 다른 분위기라 합니다. 그건 눈이 왔을 때 가야 느낄 수 있겠네요. 이 책을 쓴 허연은 일본으로 연구원 자격으로 가고 겨울이 오기를 기다렸답니다. 겨울에 그것도 눈이 내린 에치고유자와에 가려고. 전 이 소설(《설국》)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읽어도 잘 모를 것 같은 느낌입니다. ‘설국’에 나오는 시마무라는 서양 무용 평론을 쓴다는데 실제 무용을 보지는 않는답니다. 그걸 안 보고도 평론을 쓰다니.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소설에 나온 사람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자신일 때가 많답니다. 이 책을 보니 정말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허연은 에치고유자와뿐 아니라 다른 곳에도 가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살았던 곳, 소설에 나오는 곳에. 《이즈의 무희》는 인상에 남았습니다. 본래 제목은 ‘이즈의 춤추는 아이’더군요.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대학에 들어가고 이즈에 가 봤답니다. 어딘가에 가고 소설을 쓰기도 하다니.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교토를 좋아했어요. 교토를 잘 알리는 소설은 《고도》라 합니다. 죽기 전까지 살았던 곳은 가마쿠라예요. 허연이 말한 여러 가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소설 《츠바키 문구점》 만화 <슬램덩크> 말고도 가마쿠라가 나오는 이야기 많을 거예요. 거의 책 이야기를 해서 그곳이 잘 드러나지 않는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도 가마쿠라가 배경이에요. 실제 이런 책방은 없지만. 이 소설에는 지역 이름도 나오더군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하세나 즈시. 성이 가와바타(川端)인 사람도 나와요. 그건 가와바타 야스나리 때문에 썼을지도. 거기에 가와바타 야스나리 책은 안 나왔군요. 아주 오래된 책이 아니어설지도, 언젠가 나올지.

 

 노벨문학상을 받고 네해 뒤 1972년에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보이는데 정확하지 않은가 봅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남기다 마음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1970년에 죽은 미시마 유키오 영향도 조금 있었을지도. 그때 둘레 사람이 하나 둘 죽었나 봐요. 그래도 사는 사람이 있겠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더 살기 힘들었을지도. 몸이 안 좋아서 마음도 약해졌을 것 같아요. 이건 그저 짐작이군요. 가와바타 야스나리 마음은 알 수 없겠습니다. 소설을 봐도 다 알기 어려울 듯해요.

 

 언젠가 소설 볼 수 있을지.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은 딱 한권 봤어요. 《명인名人》. 다른 소설과 달라 보이는 듯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요. 여기서도 아름다움 같은 걸 쓰려 했어요. 바둑과 삶인가. 나중에 명인은 죽고. 명인은 바둑을 예술처럼 두려 했군요. 앞으로는 그런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한 듯도 합니다. 이 책 보다보니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 조금 보고 싶기도 했어요, 언젠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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