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기와주유소 씨름 기담 소설의 첫 만남 13
정세랑 지음, 최영훈 그림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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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이야기에는 늦은 밤 길을 가던 사람이 도깨비를 만나고 씨름을 하는 게 있다. 그건 알겠지만 씨름을 한 다음에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도깨비를 이기면 도깨비가 사람을 잘살게 해주었던가. 도깨비라고 여겼던 게 아침에 보니 다른 거였다던가(빗자루 생각났다). 씨름에서 도깨비를 이긴 사람한테는 안 좋은 일보다 좋은 일이 일어났을 것 같다. 도깨비는 장난스럽지만 사람한테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건 한국 도깨비 이야긴가. 다른 나라 도깨비는 어떨지. 혹부리 영감이 노래하고 도깨비한테 노래가 혹에서 나온다고 하니 도깨비는 뭐든 나오게 하는 방망이와 혹을 바꾸자고 한다. 혹부리 영감 이야기를 들은 욕심 많은 사람이 혹부리 영감처럼 했을 때는 도깨비가 그 말을 듣지 않고 혹을 하나 더 붙였다. 욕심을 부리고 남을 속이려 하면 벌받는다는 거겠지.

 

 도깨비가 옛날에만 있었을까. 부모 없이 할머니하고만 사는 ‘나’는 열살에 벌써 60킬로그램이 넘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는 씨름부에 들어가서 괜찮았다. 잠시 씨름 선수를 했다. 오래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는 씨름을 그만두고 청기와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나’는 거기에서 일하는 게 좋았는데 주유소를 허문다고 했다. 주유소 점장이 ‘나’한테 도깨비와 씨름을 해달라고 한다. 주유소 땅에 자기 지분도 있다면서, 오래전 주유소 점장 고조할아버지는 도깨비와 씨름을 하고 이겼다. 도깨비는 땅을 빌려주었다. 고조할아버지는 돈을 쓸어모았다. 50년 뒤에는 지고 일이 잘 안 되었다. 씨름은 지금도 이어졌다. 곧 50년이 된다. 점장은 ‘나’가 도깨비와 씨름을 하면 ‘나’를 양아들로 삼고 골프 선수가 되게 해주겠다고 했다. 씨름 선수가 아니고 골프 선수라니. 하긴 ‘나’는 씨름 선수로 한끗이 모자랐다. 그건 뭘까.

 

 주유소 점장 말을 ‘나’는 듣는다. 할머니를 편안하게 모시고 싶어서. ‘나’는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 은혜를 잊지 않았구나. 믿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도깨비는 정말 나타난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나’는 도깨비와 씨름을 시작했을 때 자신이 질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어떻게 됐느냐 하면 ‘나’가 도깨비한테 이긴다. 주유소 땅 지분은 점장한데 있으니 점장한테 돈이 더 생겼을까. 짧은 시간 동안 나오는가 했는데, ‘나’는 도깨비와 씨름을 하고 이긴 뒤 골프 선수가 되고 결혼도 하고 딸 둘도 갖게 된다. 도깨비와 한 씨름에서 이긴 일은 ‘나’한테 도움이 됐나 보다. 시간은 흐르고 곧 50년이 또 다가온다. 도깨비는 왜 어중간하게 50년마다 씨름을 하자고 했을까.

 

 그다음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나’는 제법 나이를 먹어서 이젠 도깨비와 씨름할 수 없었다. ‘나’는 어릴 때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으려고 한다. 지금 생각하니 그건 누군가를 돕는 일이기도 하구나. ‘나’가 찾은 아이가 씨름에서 도깨비를 이기지 못해도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도깨비한테 50년에 한번 하는 씨름은 가장 즐거운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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