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의 여름
이윤희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 제목과 같은 소설 본 듯하다. 그때 내가 제목을 잘못 봐서 여름을 이름으로 봤지만. 그건 처음에 그랬고 나중에 여름으로 잘 봤다. 열세살이면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그때 생각 잘 안 난다. 난 그때 어떻게 지냈던가. 별로 좋지 않았다. 집안 사정이. 그건 4학년 5학년 때였을지도. 6학년 때 조금 좋았던 건 잠시 피아노 학원에 다닌 거다. 잠깐 다녀서 별로 못 배웠다. 더 다녔다면 지금 뭔가 하나라도 연주할 수 있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지난 일은 어쩔 수 없구나. 난 단짝친구 같은 거 없었다, 한번도. 그런 친구는 한번 사귀면 죽 가려나. 그럴 것 같다. 해원이는 진아와 언제 만나고 6학년 때는 교환일기도 썼을까. 아쉽게도 그런 이야기는 없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친구한테 말해야 하나. 그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도.

 

 난 많은 여자아이가 했을 것 같은 건 거의 안 해 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잊어버린 거고 나도 뭔가 해 봤으려나. 난 친구하고 떡볶이나 김밥 먹으러 가 본 적 없다. 초등학교 때는 더. 중,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학교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친구하고 매점에도 같이 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난 학교에서 뭔가 사 먹은 적 별로 없구나. 도시락 싸가지 않았을 때 빵이나 컵라면은 사 먹었지만. 이런 거나 생각나다니. 나 같은 사람이 아주 없지 않을 텐데. 초, 중, 고등학생이 나오는 거 보면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함께 어딘가에 가는 게 빠지지 않고 나온다. 그런 걸 보고 다들 저렇게 지냈나 보다 생각할 수밖에. 그런 게 부러운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많은 거 하기보다 한두 가지 혼자 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별로 재미도 없는 내 이야기를 조금 했다. 별거 하지도 않았구나. 친구 못 사귄 건 내 탓이겠지.

 

 여기 나오는 때는 1998년이다. 1998년은 지금과 달랐다. 뭐가 달랐냐고 묻는다면 바로 말하기 어렵지만. 난 없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기를 갖고 있어서 자기 방에서 전화할 수 있다. 예전에는 집전화를 식구가 있는 데서 받았겠다. 무선전화기도 있기는 했지만. 나한테는 전화가 거의 오지 않았다. 지금도 딱히 나한테 전화할 사람이 없어서 휴대전화기 없어도 된다. 해원이네 식구는 여름방학이 끝날 때쯤 아빠가 출장간 곳으로 놀러간다. 어딘지 나오지 않지만 그곳은 부산 같다. 바닷가 그림이 부산 해운대다. 어렸을 때 부산에 살기는 했는데 해운대 기억나지 않는다. 몇해 전에 한번 가 본 적 있다. 그래서 알아봤다. 해원이 식구는 그곳이 아닌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간다. 그곳에 간 게 더 나았을지도. 해원이는 거기에서 같은 반 아이인 산호를 만난다.

 

 바다에서 해원이와 산호가 만났지만 별 말 안 했다. 산호가 바다에 빠진 해원이 모자를 주워준 일만 있었다. 해원이는 산호와 같은 반이기는 해도 말은 거의 안 해 봤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니 산호가 마음 쓰였다. 본래 그런 걸까. 그럴 수 있겠지. 친구인 진아는 산호가 자기를 좋아했다는 말을 한다. 그럴 수가. 그 말 정말이야 거짓말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그건 진아가 제멋대로 생각한 거였다. 어쩌면 반대였을지도. 산호가 진아 짝이었을 때 자신한테 마음을 써줘서. 초등학교 때는 왜 인기투표 같은 걸 하는 걸까. 요즘은 어떨지. 지금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이성친구 사귀던가. 1998년하고 많이 다르구나.

 

 초등학생 여자아이 남자아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친구와 지내는 이야기다. 초등학교 6학년은 사춘기 시작할 때겠다. 지금은 더 빠를지도 모르겠지만. 해원이를 좋아하지만 좋아한다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괴롭히는 우진이, 우진이를 좋아해서 우진이 짝이 된 해원이를 시샘하고 미워하는 려희, 풋풋하다. 사람 마음은 어찌할 수 없다. 자신이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도 그러기를 바라는 거. 그렇게 될 수도 있지만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마음 아플까. 그렇겠지. 친구한테도 그런 마음을 느끼는데. 그건 친구가 아닌가. 정말 난 이상한가 보다. 이성이 아닌 동성 친구를 생각하다니.

 

 이 책을 보고 옛날을 생각하거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사람 많겠다. 이건 열세살을 지난 사람이 그렇겠구나. 지금 열세살인 아이는 어떨까. 자기 마음을 좋아하는 아이한테 말해 볼까 할지도. 좋아하는 아이가 있기를 바라는 아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6-28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30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