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비룡소의 그림동화 34
마이클 베다드 글, 바바라 쿠니 그림, 김명수 옮김 / 비룡소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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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죽기 전 스물다섯해 동안 자기 집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스물닷새가 아닌 스물다섯해나 집안에만 있었다니. 좀 답답하지 않았을까, 나도 사람 만나는 거 안 좋아하고 멀리 가는 거 싫어하지만 가끔 밖에 나가 걷는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할 테니 말이다. 며칠 동안 집을 나가지 않는다고 못 살 건 없겠지만 조금 우울할 듯하다. 에밀리 디킨슨은 왜 스물다섯해 동안이나 집에만 있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구나. 그래도 에밀리는 시를 썼다. 아주 많은 시를. 바깥에 나오고 나무와 바람을 만났다면 더 좋은 시를 썼을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에밀리 디킨슨 시는 별로 못 봤다. 언젠가 보고 싶다.

 

 이 그림책은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닌 듯하다. 상상이겠지. 에밀리는 2층 자기 방에서 줄에 맨 바구니에 생강빵을 넣어 아이들한테 내려주기도 했다. 조카한테 무언가를 줬다고 들은 것도 같은데. 아이는 에밀리가 사는 노란집 건너에 이사왔다. 노란집 2층 왼쪽 방에는 에밀리가 살았다. 에밀리는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피하고 동생과 살았다. 사람들은 에밀리를 신비로운 여인이라 했다. 안 좋은 말이 아니어서 다행이구나. 아이들은 놀릴 수도 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니 다행이다. 그런 이야기도 본 적 있어서.

 

 아이는 에밀리한테 조금 관심이 있었다. 한번도 본 적 없는데 그러다니. 어느 날 아이 집에 편지가 왔다. 그건 에밀리가 보낸 걸로 아이 어머니한테 에밀리 집에 와서 피아노를 쳐달라고 부탁했다. 봄을 전해달라고. 아직 겨울이지만 봄은 가까이에 왔다. 아이는 어머니를 따라 에밀리 집에 간다. 어머니가 피아노 한곡을 치자 에밀리가 층계참에서 봄이 온 듯하다고 말했다. 에밀리는 몸이 안 좋아서 피아노 가까이에서 듣지 못했다. 피아노 소리를 듣고 조금 힘이 났을 듯하다. 아이 어머니가 피아노를 치러 에밀리 집에 와서 다행이다. 아이가 함께 온 것도.

 

 에밀리가 사람을 만나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좋아했다. 아이가 계단 밑에 나타나자 에밀리는 아이한테 가까이 오라고 한다. 에밀리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서 시를 썼던가 보다. 아이는 에밀리한테 봄을 가져왔다면서 백합 알뿌리를 내밀었다. 아이가 한 말도 시구나. 에밀리도 그렇게 생각했겠지. 에밀리는 백합 알뿌리 보답인 듯 종이에 글을 적어서 아이한테 건넸다.

 

 그림책이니 짧을 수밖에 없지만 이런 이야기도 괜찮은 듯하다. 여기 나온 것처럼 에밀리가 아이들하고는 마음을 나누었기를 바란다. 에밀리한테는 시가 있어서 그렇게 쓸쓸하지 않았을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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