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책이 저절로 움직였어요. 처음에는 제 눈이 이상해진 건가 했는데, 다시 보니 책이 아주 조금씩 움직였어요. 책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갔어요.

 

 저는 움직이는 책을 우연히 봤지만 다른 사람은 책이 움직이는 걸 눈치채지 못했어요. 자신한테 가까이 왔을 때 책을 알아보고 펴 봤어요.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구요. 별 일 없었어요. 그저 몇 사람이 책을 잠깐 펴 보고는 그곳에서 떠났어요. 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심조심 책한테 다가갔어요. 제가 책한테 다가가니 어쩐지 책은 숨 죽인 것처럼 보였어요.

 

 저는 책을 펴 볼까 하고 들었다 그만뒀어요. 그곳에서 떠나려고 뒤돌아서자 머릿속으로 말소리가 들렸어요.

 

 ‘잠깐, 왜 그냥 가. 날 들었으면 펴 봐야 할 거 아니야.’

 

 저는 조금 놀랐어요. 책이 말을 해서. 다른 사람은 들을 수 없었지만. 저도 마음속으로 말해봤어요.

 

 ‘널 펴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

 

 책은 조금 움직여 저한테 가까이 왔어요.

 

 ‘너, 아까부터 내가 움직이는 거 봤지?’

 

 ‘응? ……응, 맞아.’

 

 ‘날 본다고 안 좋은 일은 없어. 사람이 날 보면 난 아주아주 조금 관심, 곧 마음을 받을 뿐이야. 그건 내 밥이야.’

 

 ‘그건 널 펴 보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래. 그게 날 살게 해. 아무도 나한테 관심 갖지 않으면 난 죽을 거야.’

 

 책이 한 말을 믿고 전 책을 펴 보았어요. 책에는 제가 움직이는 책을 보고 펴 보는 이야기가 쓰여 있더군요. 그걸 다 보고 책을 내려놓자 책은 조금 힘을 얻은 듯했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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