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없는 기분
구정인 지음 / 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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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죽고 시간이 좀 지나면 그 집에 누군가 다시 살기 어려운 듯하다. 이걸 보니 내가 죽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발견되면 안 될 텐데 했다. 그때는 날마다 아주 잠깐 안부전화하는 사람이 있어야 할지도. 그건 좀 귀찮을 듯하다. 한주에 한번이면 되겠다. 그러면 내가 죽고 나서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고 알겠지. 그래야 할 텐데. 나중에 그런 전화를 주고받을 친구가 있을지. 친구보다 주민센터 사람과 해야 할까. 그건 싫은데. 아직 오지 않은 일이니 그때 가서 생각해야겠다. 내가 집에서 죽을지 다른 데서 죽을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집이 아닌 다른 데서 죽고 싶지는 않다. 병원 같은 데는 정말 싫다. 누군가 도와줘야 할 때까지 살고 싶지 않다. 그러면 지금부터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고 아파도 다른 사람 도움없이 살도록 해야겠다. 어쩐지 난 내가 죽을 때쯤 알 것 같다. 이런 생각 좀 이상한가. 그러면서 가끔 어딘가 안 좋으면 별 생각을 다한다.

 

 갑자기 연락하지 않고 지내던 아버지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으면 어떨까. 사람이 나이가 많다고 죽고 나이가 적다고 오래 사는 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갑자기 죽을 수 있다. 혜진 아버지도 몸이 안 좋았던 건 아닌데 죽었다. 혜진은 슬프지는 않았지만 아버지 장례식이 끝나고 좀 이상해진다.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할까. 머리가 멍하고 잠도 잘 못 자고 일도 잘 못했다. 심리상담을 받아도 그리 좋아지지 않았다. 요즘 사람은 심리상담 쉽게 받는구나. 난 한번도 그런 거 받아본 적 없다. 몸이 아주 안 좋아지지 않은 걸 보면 견딜 만한가 보다. 혜진은 자신이 우울증은 아니다 했는데 정신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니 우울증이었다. 그때 혜진은 아파서 그런 거구나 약 먹으면 낫겠지 했다. 약을 먹고 잠깐은 괜찮았다. 약을 오래 먹다보니 다시 무기력해지고 일도 못하고 거의 누워만 있고 안 좋은 생각만 했다.

 

 혜진 아버지는 혜진이 어렸을 때 바람을 피우고 집을 나갔다가 어느 날 다시 돌아왔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돈을 집에 거의 가져다 주지 않고 빚을 많이 졌다. 성실하게 일하기보다 한번에 돈을 많이 벌려고 한 건 아닐까 싶다. 아버지 친구가 치킨집을 차려줬는데 그건 겨우 한해 하고 그만뒀다. 아버지 친구가 그런 걸 해주다니. 누군가 해줘서 하는 것보다 자신이 돈 벌고 했다면 그렇게 쉽게 그만두지 않았을지도 모를 텐데. 혜진이 스물다섯쯤에 어머니와 아버지는 헤어졌다. 아버지는 혼자 살면서 두 딸한테 사업한다면서 명의를 빌려달라고 했다. 그때는 60대였다. 60대에는 돈 안 드는 취미 같은 거 가지고 살아도 될 텐데, 혜진 아버지는 큰돈 벌고 싶은 마음을 버리지 않았나 보다. 혜진과 언니는 아버지가 그렇게 사업을 한다면 아버지와 인연을 끊겠다고 한다. 그렇게 혜진과 언니는 아버지와 인연을 끊었다. 그게 거의 두 해였다. 아버지는 혼자 살면서 자기 몸을 돌보지 않았겠지. 아버지는 죽고 삼주가 지나고 발견된다. 냄새 때문에.

 

 여러 잘못을 한 아버지라 해도 죽으면 조금 슬플 것 같다. 혜진은 두 해 동안 아버지하고 연락하지 않아서 슬픈 마음이 덜했을지도. 아버지가 살았을 때라고 해서 혜진이 아버지와 그동안 쌓인 걸 풀었을지 그건 알 수 없다. 좀 어렵지 않았을까. 소설속에서는 잘만 하던데. 이것도 만화지만 거의 이 작가 경험이 아닐까 싶다. 이제 아버지가 없으니 원망도 못하고 화풀이도 못한다. 죽었다고 해서 그러지 못할까. 애도는 슬퍼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화를 푸는 것이기도 하단다. 그런 걸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심리상담사는 혜진한테 자기 마음을 잘 마주하라고 한다. 혜진은 괜찮다 생각했구나. 글을 쓰거나 누군가한테 말하면 조금 나을지도. 혜진은 상담사한테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나중에 말했구나. 죄책감 없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을까. 혜진이나 언니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식이어서 평생 아버지 때문에 괴로워야 하는 건 아니다.

 

 부모와 자식이 잘 지내는 사람도 많지만, 부모 때문에 힘든 자식도 많다. 아이를 낳는다고 다 부모가 되는 건 아니다. 철없는 부모 밑에서는 아이가 빨리 철들지도. 제대로 부모와 자식으로 지내지도 못했는데 부모가 죽으면 자신을 탓하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게 좋다. 부모가 죽는 일은 마음을 아프게 할 거다. 부모와 잘 지냈든 못 지냈든. 애도하는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런 시간을 모르는 척하지 않는 게 자기 마음에 좋을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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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0 16: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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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1 2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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