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 건축가 승효상의 수도원 순례
승효상 지음 / 돌베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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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종교를 가지는 건 왤까.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이게 가장 처음 생각난다. 어릴 때는 교회에 다니기도 했는데 지금은 안 다닌다. 그게 내 종교였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떤 뜻이 있어서 교회에 다녔다기보다 친구가 다닌다기에 나도 간 게 아닌가 싶다. 정말 그랬던가. 어릴 때는 거의 그럴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 잘도 갔구나. 지금은 그런 거 무척 싫어하는데. 사람이 많아도 난 거의 혼자였던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친구가 있기는 했지만 나보다 다른 친구하고 더 친해서. 또 이런 말을. 이제는 친한 친구가 없다면 차라리 혼자 지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혼자 있던 시간이 무척 길어서 누군가와 함께 하는 거 힘들다.

 

 책을 보면서 승효상과 여러 사람이 돌아본 수도원은 한국 보통 교회가 아닌 천주교(가톨릭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주교와 개신교가 아주 다른 건 아니고 개신교가 갈라져 나온 것 같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 개신교에는 수도사 없지 않나. 신학공부를 하고 목사나 선교사가 될 것 같다. 천주교 개신교는 기독교고 교회는 그리스도의 공동체라 한다. 교회 조금 다녔다 해도 아는 게 없구나. 정말 대충 다녔다. 그런 거 모르면 어떤가 싶기도 하다. 성경도 다 읽어본 적 없다. 한번쯤 보고 싶기도 한데 책이 없구나. 예전에 여러 권 있었는데 물난리가 나서 다 버렸다. 서양 역사를 공부하려면 성경도 봐야 한다던가.

 

 서양 미술과 건축은 종교 때문에 발전했다(동양이라고 다르지 않구나). 세계에는 아주 오랫동안 지은 성당이 있고 이름이 알려진 화가는 종교화를 그렸다. 교황이 왕보다 더 힘을 가진 시절도 있다. 어쩐지 그건 안 좋았던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예수는 자신이 가진 걸 버리고 가난한 사람을 생각했을 텐데. 어쩌다가 종교는 힘과 돈을 갖게 됐는지. 그러다 길을 벗어나기도 했구나. 이런 모습은 어느 종교에서나 볼 수 있을지도. 불교라고 다르지 않았겠지. 돈이나 다른 데 욕심 내지 않아야 하는데 수사면서 성욕에 빠진 사람도 있다. 지금만 그런 일이 있는 건 아닐 거다. 옛날에는 그런 일 있어도 제대로 말할 수 없었겠지. 교회는 또 어떤가. 좋은 소리보다 안 좋은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사람이 모이는 데는 힘이 생기고 돈이 모인다. 안 좋은 일이 알려지면 그게 더 커 보이겠지만, 길을 제대로 가는 사람이 더 많으리라고 믿는다.

 

 내가 사는 곳에 교회가 가장 많다는데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교회가 다섯 곳이나 있다(한곳은 다른 데보다 멀지만 넣었다). 그런 교회에는 어디에서 사람이 올까.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보다 멀리에 사는 사람이 올지도. 사람보다 교회가 더 많은 것 같다. 여기에서 다니는 곳은 수도원인데 왜 교회를 말했는지. 교회 많다는 말 처음 하는 것도 아니구나. 수도원은 수도사가 모여서 기도하는 곳이겠지. 기도만 하지 않고 일도 하던가. 수도원에서는 술을 만들기도 한다. 수도원이라고 돈이 없으면 안 되겠지. 그래도 수도원은 거의 기부금으로 굴러갈지도. 어떤 수도원을 보니 《레 미제라블》에서 장 발장이 코제트와 자베르 경감한테 쫓기다 들어가고 몇해 동안 지낸 수도원이 생각났다. 남자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만, 거기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모두 수녀가 되는 건 아니었다. 장 발장은 날마다 아주 짧은 시간만 코제트를 만났지만 그때가 가장 마음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별 생각을 다했다.

 

 오래전에는 수도사가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줄었다. 수도사가 없는 수도원을 숙박시설이나 요양원으로 쓰기도 했다. 수도원을 찾아서 머물면서 유럽을 다녀도 괜찮겠다. 보통 숙소보다 싸고 조용해서 괜찮겠다. 수도사 이야기를 보니 내 삶이 그와 비슷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수도사처럼 내가 가진 물건이 적지 않지만. 방 안에 아무것도 없었으면 좋겠다. 수도사가 혼자 쓰는 방은 아주 단순하다. 요즘 널리 퍼진 미니멀리즘과 같구나. 그렇다고 난 성직자는 되고 싶지 않다. 기도와 찬송을 해야 한다니. 말 한마디 안 하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해도 내가 보고 싶은 책 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 신이 있을지 몰라도 난 신이 무언가를 해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도사라고 신이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라는 건 아닐 테지만. 방은 혼자 써도 공동체다. 그게 안 된다. 일찍 자고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에 밥 먹어야 할 테니. 형무소도 다르지 않구나. 내가 세상과 동떨어져 살아도 모든 걸 끊은 건 아니다.

 

 책 이야기보다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은 듯하다. 승효상은 집이 교회여서 헤매면서도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려고 했단다. 집안에서 반대했다. 누나가 건축을 공부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난 이번에 처음 이름을 들었는데 승효상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를 좋아했다.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집이나 수도원과 성당에도 갔다. 언젠가 예수 제자에는 남자만 있을까 했는데 여자 제자도 있었다는 거 이 책 보고 알았다. 막달라 마리아였다. 막달라 마리아 이름 들어봤는데 제자기도 했다니. 절도 자연속에 있는데 수도원도 그런 느낌이 든다. 그곳에 가면 마음 편안할 듯하다. 성당도 그런 느낌이 들어야 할 텐데 세계문화유산 같은 곳에는 사람이 많이 와서 조용함을 느끼지 못하겠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프랑스로 올라간다. 마지막이 파리구나. 어쩐지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곳을 돌아본 느낌이다. 힘들었을 듯하다. 수도원에서 잠자는 건 괜찮았겠다. 승효상이 잠을 잘 못 잤다고 해서 나도 잘 못 잤다. 이 책을 읽기 며칠 전부터 잠이 빨리 안 들어서 안 좋았다. 잠이 빨리 들지 않으면 잠 들어도 여러 번 깬다. 이런 거 불면증이구나. 다시 잠들 때까지 시간 얼마 안 걸리길. 이 책 다 보고 썼으니 좀 괜찮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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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7 1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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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8 0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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