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세상에선
눈이 귀가 되고
몸짓이 말이 돼요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천천히 조심해서 다녀요
소리 없이 웃고
소리 없이 울어요
소리 없는 세상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 마음을 잘 알아요
아주 가끔
음악이 뭘까 생각해요
언젠가
소리 없는 세상에
소리 있는 세상 사람이 온 적 있어요
네,
그 사람이
소리 없는 세상 사람한테
음악을 알려줬어요
소리를 듣지 못해도
입으로 흥얼흥얼 소리를 냈어요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어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고
소리 없는 세상은 사라졌어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