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잃은 신발
언제부턴가 한자리에만 머물게 된 신발
이제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신발 주인은 아주 먼 곳으로 떠났어요
살아야지
새로운 날이 오면 기뻐야 하는데
마음에 구멍이 나고는
하나도 즐겁지 않아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마음에 난 구멍이 작아질까
아파도
슬퍼도
남길 수 있는 건 기억뿐
목숨은 끈질기면서도
덧없이 스러진다
누구든 죽음이 다가와도
아무 말도
아무것도
남길 수 없다
괜찮을 때
좋은 기억을 만들자
남은 사람이
덜 슬퍼하고
웃으면서 그때를 떠올리도록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