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미혼출산
가키야 미우 지음, 권경하 옮김 / 늘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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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사람은 엄마 아빠가 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을까. 오랜 옛날에도 엄마 아빠가 다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아주 옛날. 좀 멀리 갔나. 그때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고 동물처럼 본능대로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이 이성이라는 걸 갖게 되고 여러 가지가 생기고 아빠 엄마가 아이를 기르게 됐겠지. 어느 나라나 아빠는 밖에서 일하고 엄마는 집안 일과 아이를 길렀다. 다시 많은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남성만 바깥에서 일하지 않고 여성도 자신이 가진 힘을 쓸 수 있게 됐다. 차별이 아주 없지 않지만. 여전히 여성이 집안 일과 아이를 길러야 한다는 생각은 그대로다. 이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다. 유럽 같은 서양은 어떨까. 거기라고 다르지 않겠지만 그나마 유럽은 결혼을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프랑스만 그럴까). 누가 혼자 아이를 기르든 말든 그걸 안 좋게 보지 않는다. 아이한테 꼭 엄마 아빠가 다 있어야 할까. 엄마나 아빠에서 한사람이 없으면 그렇게 이상한 걸까.

 

 한국에도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사람이 없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살기 어렵겠지. 미혼이라는 말을 비혼이라는 말로 바꾸자고도 하던데. 굳이 그런 말 안 쓰고 혼자라고 하면 안 될까. 아이가 있든 없든. 난 그저 혼자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갖고 낳아서 기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참 대단하다. 아이가 자라는 건 빠를지 몰라도 그 시간을 사는 건 쉽지 않을 거다. 갓난 아기는 손이 아주 많이 갈 테니. 동물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자기 발로 걷지만 사람은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뒤에도 이것저것 가르치고 돌봐야 한다. 가르치는 것보다 사랑도 줘야 한다. 그런 귀찮은 일을. 난 귀찮다고 생각하고 그럴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아이를 기를 때 느끼는 기쁨이 있겠지. 뭐든 경험해 보는 게 좋다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거 모르면 어떤가.

 

 일본 사람도 남 말 하기 참 좋아하는구나 싶다. 미야무라 유코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지만 도쿄 대학에 다니고 여행사에서 일했다. 인한 지 열일곱해째로 서른아홉살이다. 회사 후배와 캄보디아로 일하러 가서 그곳 분위기에 휩쓸리고 만다. 얼마 뒤 유코는 임신한 걸 알게 된다. 유코는 서른아홉이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여긴다. 딱히 유코는 아이를 가졌으니 결혼하려는 마음은 없다. 이렇게 생각해서 다행이구나. 유코는 잠시 아이를 나을까 말까 생각한다.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를 낳으면 둘레에서 안 좋게 보겠지. 유코 친척이나 고향 사람은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다. 회사에도 유코가 임시한 게 알려진다. 그런 게 퍼지다니. 실제로도 그럴까. 난 남 말 하는 걸 안 좋아해서 그런 말 듣지도 않는 건지도. 유코도 잠시 안 좋은 생각을 한다. 고등학교 동창생과 호적으로만 결혼하고 나중에 헤어지는 걸로. 유코는 그 동창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동창생은 유코한테 마음이 있었다. 유코는 후배가 자기 아이냐고 물었을 때 그렇지 않다 하고 고등학교 동창생 아이라 한다. 그 동창생은 스님이다. 그런데 유코는 나중에 정말 스님인 본요 호적에 올린다. 본요는 괜찮은 사람이다.

 

 한국도 호적이 있는 걸로 아는데 일본과 조금 다를까. 일본 드라마를 보면 여자가 아이를 낳고 아이 아버지한테 아이를 인지해달라는 말 하는 걸 본 적 있다. 아버지가 없으면 호적에 올릴 수 없는 걸까. 한국은 여성이 결혼해도 성이 바뀌지 않는다. 일제강점기를 지났는데도 그렇게 되지 않아 다행이구나. 한국도 여러 가지 바뀌었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고 다시 결혼했을 때 아이 성을 바꿀 수 있게 되고, 동성동본도 결혼할 수 있게 됐다. 동성동본은 좀 멀어야겠지. 십육촌 이상이어야 하던가. 바뀐 것도 있지만 그대로인 것도 있다. 아들이다. 이게 바뀌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 내가 딸이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남자였다면 몰랐겠지. 가진 사람보다 못가진 사람을 더 생각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지만 가진 사람은 못가진 사람이 어떤지 잘 모른다.

 

 여기에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으려는 유코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한 사람이나 시어머니와 사이가 안 좋은 며느리도 나온다. 유코 오빠하고 언니구나. 한국도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한 사람 다르게 보기도 하고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힘들게 하기도 하는구나. 가키야 미우 소설을 보면 한국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잘 모르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비슷한 면 많은 듯하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조금씩 바뀔 거다.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바뀌고 좋아지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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