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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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아주 많은 것들이 디지털로 바뀌었다. 디지털 실체가 없는 공간에는 아주 많은 게 쌓였다. 거기에서 사라지는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꾸 늘어나기만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세상이 이렇게 바뀔지 어떻게 알았을까. 이걸 이상하거나 안 좋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하나 안 좋은 건 있다. 난 휴대전화기가 없다. 그게 없다고 안 좋은 일은 없지만 가끔 문제가 생긴다(그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든 해결했지만 여전히 기분 안 좋다. 휴대전화기 없는 내가 잘못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어쩐지 앞으로는 그런 게 더 늘어날 것 같다. 휴대전화번호가 있어야 하는 거. 그런 건 안 할 테지만.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모든 게 디지털로 바뀌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카드도 만들기 싫다. 모든 게 디지털로 바뀌고 해킹 당하면 어쩌려고. 자연재해가 일어나서 기계 못 쓰면 어쩌려고. 편하다고 하나만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다행스럽게도 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다 알지만 디지털만 아는 사람(아이)도 이젠 많을 거다. 초등학생도 휴대전화기 가지고 있구나. 하지만 어릴 때부터 그런 거 쓰면 안 좋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ADHD(주의력 결핍증)도 많이 늘었다고 들었다. 이건 디지털 매체와 상관있지 않을까.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극이 되는 걸 끊임없이 찾아서. 그런 건 공감하는 힘도 줄어들게 한단다. 집중해서 무언가를 보고 생각해야 하는데, 그저 빨리 이것저것 보려 하지 않나 싶다. 보는 건 많지만 남는 건 없는.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도 한다(이 말도 오래된 말인가).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있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많아서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 모를지도 모르겠다. 많은 정보에서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을 가려 내려면 생각해야 한다. 자기만의 생각을 키워야 그럴 수 있겠지. 그러려면 책을 봐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 책 제목을 보면 그런 말을 할 것 같지만. 책을 읽자는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인쇄 매체든 디지털 매체든 깊이 읽자고 한다.

 

 예전에는 세상이 천천히 바뀌었다. 지금은 아주 빨리 바뀐다. 그런 걸 생각하고 살지 않지만 어느 순간 느끼기도 한다. 이건 산업혁명이 일어난 뒤부터 나타난 일이기는 하다. 그때 사람도 세상이 빨리 바뀌는구나 했을 텐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빠르다. 책도 종이책뿐 아니라 전자책도 나왔다. 실험을 해 보니 인쇄된 책을 본 사람은 소설을 잘 이해했는데 디지털 매체로 본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난 인터넷에 있는 글도 천천히 본다(다 그런 건 아니던가). 그런데 글을 다 읽지 않고 건너뛰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도 있단다. 그런 말 보니 속독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난 속독 못한다. 매리언 울프는 지금 아이들한테 인쇄 매체뿐 아니라 디지털 매체 둘 다 깊이 읽기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두 가지를 다 잘 읽으면 좋기는 할 거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디지털은 사라지지 않을 거다. 시간이 흐르면 지금과 다른 모습이 될지 몰라도.

 

 이 책을 쓴 매리언 울프는 첫번째 책을 쓰다가 세상이 바뀐 걸 알았다. 그 책 쓰는 시간이 오래 걸렸으니 그럴 법하다. 그리고 자신도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예전에 무척 즐겁게 읽은 책이 재미없었다. 깊이 읽지 못하게 된 거였다. 난 깊이 읽기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한 적 있기는 한지. 집중해서 보려고 하는데 어쩐지 예전보다 잘 못하는 것 같다. 나도 디지털 매체로 글을 봐서 달라진 걸까. 내가 보는 거라 해 봤자 블로그 글뿐이다. 블로그 글은 길게 쓰기도 한다. 난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지 않는다(컴퓨터 쓸 때는 좀 하던가, 그렇다 해도 음악 들으면서 타이핑하기 정도다). 지금은 여러 가지 하는 걸 대단하게 보기는 하는구나. 그렇게 한다 해도 깊이 생각한다면 괜찮겠지. 내가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쓰지만 그건 다 실제 쓰기도 했다. 누군가는 종이를 버리는 짓을 한다고 할지도. 종이뿐 아니라 볼펜과 시간도 버리는 걸까. 그렇다 해도 아직은 바꾸지 않을까 한다. 깊이 읽기는 잘 못해도 책을 보고 써서 조금은 생각한다. 여전히 편지도 쓴다. 이런 나 옛날 사람 같을까. 그러면 어떤가 난 그게 좋은걸.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있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기도 하다. 책을 보면 그걸 많이 느끼겠지.

 

 한국에는 한글이 있어서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일본 지배에서 벗어나고 한글만 써서 조금 문제가 있기도 했다지만. 어쩐지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듯하다. 나라를 잃고 한동안 나라 말을 자유롭게 쓰지 못했으니. 미국은 초등학교 4학년에도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아이가 많다고 한다. 영어는 어렵다. 어릴 때부터 그걸 쓰는 나라에 살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매리언 울프는 아이가 어릴 때는 책을 읽어주라고 한다. 이 말은 한국 사람도 하겠지. 난 어릴 때 누가 책 읽어준 적 없고 읽지 않았는데. 그때와 지금은 다르구나. 내가 어릴 때는 아이들이 밖에서 놀아도 괜찮았다. 지금은 바깥이 위험하고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해야 해서 놀지 못하고 논다 해도 컴퓨터 게임을 하는구나. 이런 것 때문에 더 아이한테 책을 읽어주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여러 가지를 알고 자기 안에 쌓는다면 좋겠지. 나도 이런저런 책을 봐야 할 텐데. 살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도 있지만, 책을 보면 그 시간이 줄어들 거다. 책에는 자신보다 먼저 산 사람 생각이 담기기도 했다. 그걸 그대로 다 받아들이지 못하겠지만 지금에 맞게 생각하면 된다. 난 무언가를 알려고 책을 보기보다 재미있어서 본다(소설, 이야기). 재미있어서 봐도 괜찮겠지. 그걸로 끝내지 않고 생각하고 쓴다면. 인터넷에서 보는 글도 천천히 생각하면서 봐야겠다. 빨리 못 읽기는 하지만. 아이뿐 아니라 누구나 인쇄물이든 디지털이든 잘 읽는 뇌를 만드는 게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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