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의 마법
무라야마 사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직선과곡선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백화점이 어떤 곳인지 난 잘 모른다. 한번도 가 본 적 없다. 내가 사는 곳에는 백화점이 없다. 백화점과 비슷한 곳은 있던가. 그곳은 가게가 많이 모여 있다. 그런 곳도 거의 못 가 봤구나. 백화점은 어쩐지 뭐든 비쌀 것 같다. 이런 내 생각 틀렸을까. 한국에도 처음 생기고 오래된 백화점 있겠지. 그런 곳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좋은 기억이 많은 백화점은 있을지. 이 소설에 나오는 호시노 백화점은 가자하야 마을 서쪽 헤이와니시 상점가에 자리 잡았다. 헤이와니시 상점가는 전쟁을 겪은 사람이 만든 곳이다(헤이와는 평화平和구나). 그 중심에 호시노 백화점이 있다. 호시노 백화점은 1967년에 문을 열고 2017년에 쉰해가 됐다. 서민 백화점으로 가자하야 마을 사람한테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호시노 백화점은 문화공간 노릇도 했다. 가자하야 마을 사람은 주말에 부모와 아이가 백화점에 왔다. 방학에는 아이들끼리 다녔다. 옥상에는 놀이기구가 있었다. 지금은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곳이 많구나.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뀐 지금 호시노 백화점은 기울었다. 이건 더 전부터 그랬구나. 그래도 백화점을 세운 호시노 세이이치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백화점에 찾아오는 손님을 생각했다. 호시노 세이이치는 여든이 넘고 몸이 아팠다. 앞으로 호시노 백화점은 살아 남을지. 어쩐지 백화점을 다시 살리려는 이야기처럼 말했다. 그런 일이 아주 없지 않지만 그것만 나오지 않는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과 백화점에 찾아온 손님 이야기가 담겼다. 그게 감동스럽고 따듯하다. 책을 보다보면 이런 백화점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꿈을 꾸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꿈을 꾸게도 만든다. 누군가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을 마법사라고도 했다. 백화점을 다니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겠지. 이룰 수 없는 꿈을 꾼 아버지를 떠올리고 꿈꾸는 엄마를 그리는 사람. 엄마가 자신을 사랑했을까 한다. 호시노 백화점에서는 태어난 아이한테 곰인형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거기에는 아이 이름뿐 아니라 아이가 태어난 날 태어났을 때 몸무게도 수놓는다고 한다. 곰인형 무게가 아이가 태어났을 때 무게와 같던가. 아이가 태어났을 때 몸무게를 엄마가 기억한다면 아이를 사랑하는 거겠지. 그 엄마가 사고가 났는데 불에 많이 탄 곰인형은 돌아왔다. 호시노 백화점에서는 그걸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백화점이구나. 이런 모습은 다른 이야기에서도 몇번 본 것 같기도 하다. 가게 사람이 손님한테 마음을 다하면 그곳에 다시 오려고도 하겠지.

 

 모모타 제화점은 백화점에서 자리를 빌렸다. 그곳 주인 사키코는 어릴 때 가수가 되고 싶었다. 엄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서 그 꿈을 접고 엄마가 하려던 신발 가게 일을 맡았다. 사키코와 함께 노래 한 친구 안은 여전히 노래했다. 사키코는 오래전에 밴드 마지막 공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걸 아쉽게 여겼다. 할 수 있다면 꿈속에서라도 그 공연을 하고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 꿈은 이뤄진다, 꿈에서. 호시노 백화점에는 오드아이 흰 새끼 고양이가 마법을 쓴다는 이야기가 있다. 백화점에서 흰 새끼 고양이를 보면 바라는 일 하나를 들어준다고 했다. 여러 사람이 오드아이 흰 새끼 고양이를 만나고 바라는 일을 이뤘다. 흰 고양이가 정말 마법을 쓴 것일 수도 있고 사람이 바라는 마음이 커서 잘된 것일 수도 있겠지. 그래도 난 흰 새끼 고양이가 백화점 현관 스테인드글라스 안에서 나오고 사람들이 바라는 일을 이뤄줬다고 생각하고 싶다.

 

 어릴 때 어머니와 함께 호시노 백화점에 오던 사토 겐고는 지금 호시노 백화점에서 일한다. 사토 겐고는 어머니하고 둘만 살았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백화점에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사토 겐고는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고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바람은 어떻게 됐을까. 사토 겐고는 어머니를 만난다. 어머니는 사토 겐고를 버린 걸 미안하게 생각해서 연락하지 않고 백화점에 몰래 와서 사토 겐고를 보고 갔다. 어머니는 사토 겐고가 호시노 백화점에서 일한다는 걸 알았다. 이제 어머니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머니가 참 외로웠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어머니가 사토 겐고와 즐겁게 지냈으면 한다.

 

 꿈을 접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걸 좋아하고 호시노 백화점 자료실에서 일하는 사오토메 이치카한테도 마법 같기도 기적 같기도 한 일이 일어난다. 이치카는 중학생 때 잡지 그림 대회에서 일등한 그림을 보고 좋아하고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치카도 그림을 그리고 냈는데 가작이었다. 일등한 사람은 이치카 그림을 보고 호시노 백화점에 와 보고 싶었고 그림을 그린 이치카도 만나고 싶었다고 한다. 그림만 보고 서로 같은 생각을 하다니. 이것도 기적이겠지.

 

 그동안 열심히 일한 부부는 이제 일을 그만두고 여유를 갖고 살려 했다. 가자하야 마을에서. 두 사람은 호시노 백화점과 인연이 있었다. 호시노 백화점에서 만났다. 두 사람을 호시노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도 알았다. 백화점 사람은 두 사람을 똑똑이와 복덩이라고 했다. 오래전 두 사람을 기억하고 다시 돌아온 모습을 보고 백화점 사람은 반겨주었다. 부부는 백화점 사람들이 자신들을 지켜본 걸 모른다. 아니 바로 몰랐다 해도 느꼈을지도. 이런 백화점은 오래 남아야 하지 않을까. 어쩐지 오래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든다. 영원한 건 없다는 말이 나오니 말이다. 그래도 호시노 세이이치 손녀 유코가 백화점을 조금 살리지 않을까 싶다. 유코는 혼자가 아니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도 유코를 도울 거다.

 

 

 

희선

 

 

 

 

☆―

 

 “어른이 할 일은 어린이를 억지로 꿈에서 깨우는 게 아니야. 마법을 꿈꿨던 시절은 나중에 분명 행복한 기억이 될 거야. 괴로운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 기적을 믿었던 기억은 마음속 부적이 될 거야.”  (2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