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의 얼굴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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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일어나는 사건, 그러니까 누군가 죽임 당하거나 어딘가로 끌려가 죽임 당하는 사건이 다 제대로 밝혀질까. 어떤 일이든 언젠가는 밝혀진다고도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는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듯하다. 이런 거 생각하면 세상이 무섭다. 그런 일이 자신한테 일어날 리 없다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어디에서 어떤 원한을 사게 될지 모를 일이다. 세상에는 별거 아닌 일을 크게 생각하고 잊지 않고 기회를 노리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나도 별거 아닌 일(말) 크게 생각하지만, 혼자 생각하고 만다. 다른 사람한테 해를 입히고 싶지 않으니. 그렇게 한다고 좋을 일도 없다. 난 엄청난 죄를 지으면 안 된다 생각하는 쪽이구나. 난 다른 사람한테 원한을 사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도 있을 것 같다. 나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던 사람이 그런 마음을 오래 갖고 있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먼저 안 좋은 말 하지는 않지만. 어디까지나 난 별로 잘못이 없다고 여기는구나. 갑자기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이런 마음 때문에 내가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하는 것일지도. 난 별로 눈에 안 띄도록 애써야지.

 

 이 책은 프리랜서 기자 스기야마 코헤이가 추석에 부모님 집에서 자다 사라진 부부 가와구치 사건을 알아보는 이야기다. 이른 아침 나카네 료코는 욕실에 가려고 남동생 부부가 자던 방을 지나가려 했다. 료코는 그 방 미닫이문 창호지가 조금 찢기고 피가 묻어 있어서 문을 열어본다. 방에는 남동생 부부는 없고 피바다였다. 료코는 바로 경찰에 신고한다. 며칠이 지나도 두 사람 시체는 나오지 않았다. 남동생 부부를 죽인 용의자는 형인 토다 타츠야였다. 료코도 타츠야가 두 사람을 죽였다고 여겼다. 타츠야는 딱히 하는 일이 없고 혼자였다. 타츠야는 몸매 좋고 예쁜 동생 아내인 미도리한테 관심을 보였다. 경찰에 잡혀가고 타츠야는 처음에는 자신이 동생 부부를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자신이 죽였다고 한다. 그런데 재판 때 그 말을 뒤집는다. 시간이 더 흘러도 경찰이 토다 하야토와 미도리 시체를 찾지 못해서 타츠야는 무죄로 풀려난다. 분명한 증거가 없어서. 짓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 쓰는 일은 일어나는데, 이 사건은 시체가 없어서 무죄가 되다니. 이런 일도 있을까.

 

 타츠야가 무죄로 풀려나서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아주 죄가 없지는 않았다. 타츠야는 동생 부인인 미도리를 좋아했고 사건이 일어난 날 밤에는 미도리가 자는 모습을 몰래 봤다. 세상에는 정말 이런 사람도 있을까. 타츠야만 이상하지 않다. 근친상간을 한 것 같은 엄마와 아들도 있고 자기 딸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 아버지도 있었다. 그런 모습 보면서 이 책 괜히 봤다 했다. 그래도 진짜 범인이 누군지 알고 싶어서 끝까지 봤는데 시원하게 풀리지 않았다. 동기는 뭘까. 비틀린 욕망일까. 그런 것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안 좋은 일을 당하게 하다니. 대체 어떤 정신으로 그런 걸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한 사람이 계획하고 다른 사람한테 돕게 했다. 어떻게 도울 수 있는 건지. 자기 생각은 하나도 없었나. 무언가 약점을 잡혀서였을지 안 좋은 마음에 물든 건지. 좋은 마음뿐 아니라 안 좋은 마음도 쉽게 퍼진다.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심증만으로는 죄를 물을 수 없겠지만. 그러면 증거를 찾으려고 애써야 하는 거 아닌가. 타츠야를 변호한 변호사는 인권 변호사로 알려졌는데 한가지 얼굴이 더 있었다. 거짓말로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그런 걸 아는 사람도 없었다. 종교인이라고 좋기만 할까.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게 드러나기도 했구나. 경찰은 시체가 나오면 범인을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늦게 나타나선지 범인을 찾지 못했다. 드라마 같은 데서는 경찰이 잘 알아내던데.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여기 나온 건 프린랜서 기자 스기야마가 쓴 책이기도 하다. 스기야마는 타츠야한테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피해자는 죽고 가해자도 다 죽는다. 가해자인 것 같은 사람이라 해야겠다. 시원하게 일이 풀렸다면 좋았을 텐데. 실제로도 이런 일 있을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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