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올 이를 그리워하는 밤의 달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미치오 슈스케 지음, 손지상 옮김 / 들녘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어쩌다 지금 여기 있게 됐는지 알아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런저런 일이 얽히고 설켜서 그렇게 됐을 거다. 거기에 좋은 일만 있었을지 안 좋은 일도 있었을지. 사람은 아주 작은 일 때문에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 누군가는 살기도 누군가는 죽기도. 그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고 하지 않는가. 그게 꼭 정해졌던 건 아니겠지만. 어떤 일 때문에 좋으면 그걸 좋게 여길 수도 있고 안 좋으면 안 좋게 여길 수도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된 뿌리를 찾으려면 끝이 없을 거다. 그건 우주가 생기고 빅뱅이 일어나고 지구가 생기고 지구에 생물이 생겨서다. 이런 생각 좀 심한가. 우주가 지구가 없었다면 인류도 없었을 거다. 그건 아무것도 없는 거겠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 평생 알 수 없겠다.

 

 몇해 전에는 미치오 슈스케 소설이 자주 나온 것도 같은데 몇해 동안 나오지 않았다. 한국말로. 미치오 슈스케는 여전히 소설을 썼겠지. 왜 한국에 나오지 않았는지 사정은 모르겠지만, 비슷한 때 미치오 슈스케 소설이 여러 권 나왔다. 이건 그것 가운데 한권이다. 본래 제목은 ‘후진노테風神の手’로 한국말로 하면 바람신의 손이다. 한국에서는 맨 마지막 남은 이야기 제목을 책 제목으로 썼다. 미치오 슈스케는 바람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났다고 말하고 싶었을까. 어쩌면 그 바람이 왜 일어났는지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면 좀 어렵겠지. 바람은 막을 수 없다. 자연재해처럼.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것도 우주가 있고 지구가 돌아서겠지. 지구는 살아 있다. 세상에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 일어난다. 먼저 생각하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면 좋을 텐데 그러지 않을 때가 더 많지 않나 싶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말이다.

 

 안 좋은 일이 모두한테 안 좋은 일이 아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시골마을 가미아게초와 시모아게초에 흐르는 니시토리강에서 사고가 일어나 기슭막 공사를 하게 되고 건설회사는 좋았다. 처음 공사를 하던 나카에마 건설은 다른 안 좋은 일 때문에 망하지만. 망해서 안 좋은 듯해도 나카에마 식구는 살던 곳을 떠나 다른 일을 하고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을 하게 된다. 그곳을 떠나 아유미가 태어났다. 아유미는 외할아버지와 엄마가 고향을 떠나서 자신이 태어났다고 여긴다. 하지만 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아유미가 세상에 왔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만날 사람은 만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유미 엄마가 죽 고향에 있었다면 아유미 아빠가 왔을지도 모른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생각했구나.

 

 이 책을 보니 사람은 알게 모르게 이어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한 일이 누군가한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그게 좋은 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안 좋은 일로 이어지기도 하겠지. 자신이 겪은 일과 안 좋은 일을 한 사람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 걸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갑자기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이런저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거짓말을 생각하게도 한다. 거짓말을 한 사람이 그 거짓말이 들키지 않게 하려고 한 나쁜 짓. 그것과 다른 일이 맞물렸구나. 그 일 때문에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러 사람을 이어준 곳도 있다. 영정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관이다. 거기 주인 사사키하라도 어렸을 때 별난 일을 겪었구나. 그 일이 아니었다면 지금 사진관 안 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한사람은 본래 가진 꿈을 접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금 아쉽게 여기지는 않았다. 다른 걸 얻었으니 말이다. 한사람은 오랜 시간 죄책감에 시달렸다. 죽기 전에 옛날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를 사람한테.

 

 여기에는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 지금을 있게 한 이야기가 담겼다. 이야기여서 꿰어맞춘 듯한 느낌도 들지만,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누쿠이 도쿠로는 《난반사》에서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거나 자신만 생각한 일이 한 아이를 죽게 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 죽고 일어난 일이니. 이 이야기는 희망을 준다. 오염이 심해지던 강을 살리기도 하고 예전에 나쁜 짓하던 사람이 마을을 살리려고도 하고 자신이 태어난 걸 기쁘게 여기기도 한다. 사람은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생각도 하게 하는구나. 자신이 한 일이 어떻게 퍼져나갈지 알 수 없으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더하는 말

 

 책을 읽다가 어쩌다 틀린 글자가 나오면 그런가 보다 하는데 여기에는 좀 많이 나왔다. 책을 내기 전에 제대로 읽지도 않았나 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나카에마 건설은 처음 몇번만 이렇게 쓰고 다음부터는 다 나카마에라 했다. 한번은 나카야마로 나온다. 미치오 슈스케가 어떻게 썼는지 알아보려고 일본 아마존이나 일본 사람 블로그를 찾아봤다. 나카마에가 아닌 나카에마(中江前)가 맞았다. 그나마 이걸 쓴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거의 성은 빼고 나쓰미라고 이름만 써서 찾는 데 시간 걸렸다. ‘는’을 써야 하는데 ‘은’을 쓴 데도 많다. 어떤 이름(성)이 맞는지 생각하느라 집중 못했는데 잘못 쓰인 글자도 많아서 읽기에 안 좋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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