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친구 집이 없다. 언젠가 한번 가 본 적 있는데, 며칠 동안 같은 길을 걸어도 친구 집에 가지 못했다. 친구 집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아니 난 정말 친구 집에 간 적 있을까.

 

 이튿날 학교에 가서 다른 아이들한테 물어보았다. 친구 이름을 말했지만 아이들은 그게 누구냐고 하고 그런 애 우리 반에 있었느냐고 했다. 그 친구가 말이 없고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지만 그 애는 있었다. 왜 아무도 그 애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친구는 몇달 전에 전학왔다. 몇달 전인 걸로 보면 이 학교에 몇달이나 다녔다는 거다. 한 두주 전쯤부터 학교에 오지 않고 선생님도 아이들도 별 말이 없었다. 사람이 그렇게 감쪽같이 사라지고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질 수 있을지.

 

 그 뒤에도 몇번 친구 집에 가려고 했지만 가지 못했다. 친구 집으로 가는 길을 걸었는데 늘 다른 곳이 나왔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며칠전에 학교 다닐 때 갑자기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 친구를 보았다. 친구를 봤을 때 바로 생각난 건 아니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친구라는 게 떠올랐다. 친구는 내가 한번 가 본 적 있는 집에 아직도 사는 듯했다. 내가 그렇게 찾아가려고 해도 닿지 못한 집인데. 왜 지금까지 한번도 친구와 마주치지 않았는지. 친구한테 달려가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친구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친구 뒷모습을 보고 난 그저 친구가 앞으로도 마음 편하게 살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