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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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소설은 다 보고 한가지 제목으로 정리하기 어려워. 해설에서는 세편씩 묶었어. 작가가 따로따로 소설을 썼다 해도 그렇게 묶을 수도 있겠지. 소설을 읽다보니 페미니즘이 생각나기도 했어. 정세랑이 그걸 생각하고 썼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니 여성이기에 그런 걸 쓴 게 아닐까 싶어. 친구를 모델로 쓴 이야기도 있어(<효진>). 그런 일이 한번이 아닌가 봐. 정세랑 소설 여러권 봤는데 어떤 게 그 친구인지 난 잘 모르겠어. 모를 수밖에 없군. 정세랑도 정세랑 친구도 내가 모르는 사람이니. 무언가 글을 보면 ‘그건가’ 할 때도 있지만, 소설을 봐도 소설가 이야긴지 다른 사람 이야긴지 잘 몰라. 어쩌다 한번만 짐작해.

 

 여기 담긴 소설은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면서도 그렇지 않기도 해. 아니 <웨딩드레스 44>는 많은 사람 이야기고 실제 그런 일이 있기도 하겠군. 웨딩드레스 삶이면서 그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성을 말해. 결혼과 거기에 딸려오는 것들을. 결혼은 제도에 묶이는 것이기도 하겠지. 배우자 비자를 받으려고 혼인신고를 한 친구한테 다른 친구는 공무원 아파트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신고할 거다 해. 지금 사회는 결혼한 사람한테 이득이 있지. <이혼 세일>은 결혼이 끝나버린 거군. 어쩐지 이재 남편은 나쁜 짓을 한 듯해. 이재는 그걸 용서할 수 없었던 건 아닐지. 차라리 바람이 난 거였다면 나았을지도. 그래서 이재는 친구들한테 물건을 판 걸까. 그거 보면서 난 안 살 텐데 하는 생각을 했어. 이재 친구 다섯은 좋은 사람이군. 이재가 남달라서 친구들은 이재가 쓰던 물건을 가지면 자신도 이재처럼 될지도 모른다 생각했을지도. 그런 마음뿐 아니라 이재가 마음 편하게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겠지. 이재가 한 결정을 축하한 게 아니고 축복한 걸 거야.

 

 앞에서 페미니즘이 생각나기도 한다고 했는데 <효진>과 <알다시피, 은열>은 그런 게 커 보여. <영원히 77 사이즈>도 좀 그런가. <옥상에서 만나요>도 그리 다르지 않군. <효진>에서는 부모가 아들과 딸을 차별했어. 그런 게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몇마디만으로도 알 수 있었어. 그래도 효진은 스스로 자기 길을 가. 자신은 그걸 달아났다고 말했지만. 달아나는 것도 용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알다시피, 은열>은 역사를 말해. 실제 은열이라는 여성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역사학도인 정효가 우연히 은열을 알게 되고 논문을 쓰려고 해. 은열이 일본 사람 중국 사람과 함께 한 걸 보고 지금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해. 재미있게도 정효가 하는 밴드 알다시피에도 여러 나라 사람이 있었어. 사람은 나라와 문화를 넘어 잘 지낼 수 있고 무언가를 함께 할 수도 있지.

 

 이 책 제목이기도 한 <옥상에서 만나요>는 재미있어. 《규중조녀비서》라는 고대 주문책이 나오기도 해. 그런 것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있어. 회사에서는 여성을 힘들게 해. ‘나’는 회사에서 다른 사람 접대를 해야 했어. 정말 그런 것만 하는 사람을 따로 뽑기도 할까. ‘나’는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었어. 집안에서 돈 버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거든. 괴로워서 옥상에 간 ‘나’를 같은 회사에 다니는 세 언니가 도와줬어. 그런데 세 언니가 차례로 결혼해. 세 언니가 가르쳐준 게 바로 《규중조녀비서》로 그 안에는 남편을 부르는 주문이 있었어. 앞부분은 무척 현실에 가깝고 뒷부분은 환상 같지. ‘나’가 부른 남편은 사람이 가진 절망을 먹는 괴물에 가까웠어. 그런데 그게 ‘나’와 여러 사람한테 도움이 되고 ‘나’가 새로운 길을 가게 해. ‘나’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 자기 다음으로 온 사람을 위해 이 글을 쓰고 옥상 한곳에 두었어. ‘나’ 다음에 온 사람은 옥상에서 ‘나’가 남겨둔 걸 찾을까. 찾았으면 해.

 

 뱀파이어가 나오는 이야기도 있어. 그건 <영원히 77 사이즈>야. 여기에서도 현실 문제를 짚고 넘어가. 여자가 살기에 무서운 세상이다는 걸. 사람이 죽으면 살이 찌거나 빠지지 않겠지. 영원히 77 사이즈는 여자가 죽어서야. 그러고 보니 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때문에 살을 빼려고 했군. 지금은 몸매, 겉모습을 다른 사람한테 맞추려는 게 여자만은 아니야. 건강하게 있는 그대로 살면 좋을 텐데. 사람은 다 다른 사람 눈길에서 자유로울 수 없군. 그런 이야기를 하는 소설은 아니지만. 제목이 ‘영원히 77 사이즈’여서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군. 이제 세상은 여자한테 위험한 곳이 아니고 여자가 위험한 것이 돼. <해피 쿠키 이어>에서는 신기한 일이 일어나. 그건 귀가 자라는 거야. 아랍에서 한국으로 공부하러 온 이스마엘은 거절하지 못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한쪽 귀를 다쳐. 그 귀가 제대로 아물지 않고 어느 날부터 자라. 그것도 과자가. 작가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다른 나라 사람이 나오면 어두운 이야기일 때도 있는데 이건 그렇지 않아. 이스마엘이 일하려고 온 사람이 아니고 의사가 되려고 공부하러 온 학생이서 그랬겠지. 의학생이어서 여자 친구 콩 알레르기를 낫게 해주려고도 해. 그리고 떠나.

 

 마지막 소설 <이마와 모래>도 환상소설 같지만 그렇지도 않군. 대식국 소식국 두 나라가 나오고 큰 싸움이 일어나려는 걸 이마와 모래가 막아. 이마는 소식국 사람으로 예전에 대식국 사람과 결혼하고 대식국에 잠깐 살았어. 모래는 대식국 사람으로 상인으로 소식국에 다녔어. 둘은 자신이 사는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조금 알았어. 그렇다고 서로의 나라를 다 좋아하지는 않았어. 대식국과 소식국은 아주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겠어. 서로 달라도 그걸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좀 낫겠지. 한편 말하지 않았군. <보늬>. 보늬는 밤 속껍질이라는 뜻이래. 보늬는 갑자기 죽었어. 동생 보현과 보현 친구 규진과 매지는 보늬처럼 갑자기 죽은 사람을 알아보고 그런 사람이 몇 사람 건너서 있다는 걸 알게 돼. 몇 사람 건너서 아는 사람이 죽은 사람이기도 하다니. 이런 것보다 보현과 규진 매지는 비슷한 슬픔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한 건 아닐지.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아니 갑자기가 아니어도 세상을 떠나는 건 마음 아프고 슬픈 일이야.

 

 

 

희선

 

 

 

 

☆―

 

 뚜렷하게 보이는 요소들이 있었다. 과로, 스트레스, 인격모독, 열악한 작업환경, 경쟁에서 시작해 착취로 끝나는 업계 분위기, 뒤늦게 발견된 질병, 운동 부족, 폭음 문화…… 그렇지만 모든 경우에 들어맞지는 않았다. 도무지 왜 죽었는지 모를 사람도 많았다. 말 그대로 그냥 죽어버린 사람들 말이다. 전조도 없이 죽은 다음, 마땅한 까닭도 남겨주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보늬>에서, 131~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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