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불이 꺼지고 깊은 밤이 찾아오면 희미한 빛이 나타났어요. 어둠속에서는 희미한 빛이어도 잘 보이겠지만 늦은 밤 도서관 안을 다니는 빛은 눈에 잘 띄지 않았어요.

 

 희미한 빛은 가까이에서 보면 연한 파란색으로 보였어요. 귀신이나 도깨비불일까요.

 

 이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깊은 밤 도서관 안을 누비는 희미한 파란 빛은 저세상 사람이에요.

 

 저세상에 갔는데 어떻게 도서관에 오느냐면, 어떤 사람이 저세상에 갔지만 새로운 책이 자꾸 나오는 걸 보고 도서관에 가게 됐어요. 그 뒤부터 저세상 사람은 도서관에 다니게 됐어요. 다른 사람은 없는 깊은 밤에.

 

 밤에는 이 세상에 머물 수 있어서 책을 봤지만 별로 못 봤답니다. 저세상 사람은 저세상에도 도서관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는데, 저세상에 무언가를 지을 수는 없었어요. 신은 한가지를 허락했어요. 그건 책을 다 볼 때까지 그 책에 들러붙는 거였어요. 책에 들러붙은 사람은 밤에는 책 밖으로 나와 책을 보고 아침이 오면 책속에서 책을 봤습니다. 그런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다행하게도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언제까지나 책에 들러붙을 수 없었어요. 한주가 지나면 저세상에 돌아가야 했지요.

 

 오, 이런.

 

 어느새 제가 책에 들러붙어 책을 본 지 한주가 다 됐네요. 한주 동안 한권만 봤겠어요. 여러 권 봤습니다. 잠시 저세상에 갔다가 다시 와야겠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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