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 심윤경 장편소설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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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기르기 힘들겠지. 부모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난 될 일 없겠지만 그런 느낌이 든다. 아이라고 해서 부모가 마음대로 해도 될까. 아이도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아이를 자기 물건처럼 생각하는 부모도 있다. 아이를 자기 뜻대로 만들려는 사람 말이다. 그런 부모와 사는 아이는 무척 힘들겠다. 아무리 돈이 많고 좋은 곳에 산다 해도. 그런 아이는 부모 앞에서는 착한 척하고 부모가 모르는 데서 나쁜 짓하는 건 아닐까. 그것보다 차라리 부모한테 반항하는 아이가 더 나을 것 같다. 그러면 부모는 조금이라도 생각할 테지. 하지만 자신은 잘못이 없다 생각하면 더 안 좋아질 것 같다. 부모라고 해서 다 어른은 아니다. 부모여도 아이 같은 사람 많다. 그런 부모는 어떻게 하면 나아질지. 스스로 깨닫고 공부해야 하는데 아마 안 하겠지.

 

 완벽한 부모도 완벽한 아이도 없다. 아니 완벽한 사람 자체가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설이는 갓난아기일 때 엄마한테 버림 받았다. 그것도 음식물쓰레기통에. 조금만 가면 보육원인데 그 조금을 가지 않았다. 설이는 풀빛보육원에서 자라고 여러 번 입양됐다 돌아왔다.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인 지금 다시 이모 집으로 돌아왔다. 이모라고 하지만 진짜 이모는 아니고 보육원에서 일하고 설이를 돌보고 보육원을 그만둘 때 이모는 설이를 잠시 맡기로 했다. 입양 가기 전에 잠시 머무는 집을 위탁 가정이라 하던가. 한국에도 그런 곳이 있겠지. 이모는 그런 자격이 되지 않았는데 예전 보육원 원장님이 도와주었다. 다른 사람한테 보내기보다 이모가 설이를 데리고 살면 될 텐데 했는데 그것도 안 되는가 보다. 아이를 데려다 기르는 데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 그런 게 정말 모든 아이한테 맞을까. 아이를 기를 수 있는 돈이 있는가보다 아이한테 사랑을 줄까 하는 걸 더 생각해야 할 텐데. 실제 설이를 데리고 갔던 사람은 자기 일이 잘 안 되자 가장 먼저 설이를 버렸다. 그때마다 이모가 설이를 맞았다. 그런 이모가 있어서 설이는 괜찮았다.

 

 이모가 설이한테 사랑을 주어서 괜찮았지만, 설이는 부모가 있기를 바랐다. 설이가 자기 아버지가 되길 바란 사람은 소아청소년과 의원 의사인 곽은태 선생님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본 곽은태 선생님과 집에서 본 시현이 아빠는 달랐다. 사람은 다 가면을 쓰고 여러 가지 얼굴이 있다. 설이는 아직 그걸 다 알지는 못했나 보다. 시현이는 설이가 전학간 사립 우상초등학교에서 만난 짝이다. 설이는 곽은태 선생님 병원에서 사진 속 시현이를 보고 무척 부러워했는데. 학교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도 학교에서는 아이 마음을 다 알아줘도 집에서는 아이한테 무엇보다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부모가 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아이한테 잔소리하는 건 그리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그건 맞는 말이다. 뭐 해라 하지 마라 하면 사람은 반대로 하고 싶기도 하니. 이모는 설이한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설이는 참 자유롭게 살고 자기 할 일을 잘했다. 아이한테 말해도 안 듣는다고 속상하게 여기기보다 그냥 하든 말든 내버려두는 게 낫겠다. 막 나가는 건 가르쳐주고.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 스스로 깨닫는다. 아니 모두 그런 건 아닌가.

 

 부모는 아이가 공부 잘하는 걸 좋아할까. 공부가 아닌 다른 데 관심을 갖고 재능이 있어도 그건 안 된다 할까. 설이가 우상초등학교로 옮기려 했을 때 다른 부모가 그런 게 어디 있느냐 했다. 사립 초등학교여서. 설이가 시험을 잘 보자 더는 그 말을 하지 않게 됐다. 담임선생님은 그저 겉만 좋은 선생님이었다. 설이가 반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해도 도와줄 마음이 없었다. 괜히 그런 것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겠지. 시험 성적이 좋자 이모한테 찾아가 영재교육을 시켜야 한다느니 쓸데없는 말을 했다. 학원을 여러 곳 다니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있겠지. 모두 그렇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공부는 누가 시켜서 하기보다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하는 게 더 낫다. 설이도 잠시 시현이네 집에 살면서 여러 학원에 다녔지만 그걸 재미없게 느꼈다. 설이는 시현이네 집에서 곽은태 선생님이 아닌 시현이 아빠를 보고 조금 실망했다. 그래도 곽은태 선생님은 자기 잘못을 깨닫고 바뀌려 한다. 실제로는 그런 부모 얼마 없겠지. 부모도 그냥 되는 건 아닌데.

 

 설이한테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아는 이모여도 하나 잘못한 게 있다. 그건 거짓말이다. 설이를 위해서였다지만, 좀 더 생각했다면 거짓말하는 게 더 안 좋다는 걸 알았을 텐데. 이제 알았으니 앞으로는 괜찮겠다. 여기서는 어른도 아이도 조금 자란 듯한 느낌이 든다. 사람은 어느 때든 공부해야 한다. 다시 설이가 다른 집에 가기보다 죽 이모랑 살았으면 한다. 이모와 설이를 떨어뜨리지 않기를. 두 사람은 식구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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