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밀가루 반죽을 잘못해서 국수가 아닌 수제비를 만들었다는 말 들었어. 수제비는 국수보다 질게 반죽해도 괜찮을까. 질면 밀가루를 더 넣고 되게 해도 괜찮겠지만 밀가루가 없다면 그럴 수 없겠지.

 

 하루는 친구한테 엽서를 쓰려고 했어. 그냥 엽서 한장만. 엽서에 쓰고 봉투에 넣어서 보낼 때도 있지만 엽서만 보낼 때도 있어. 예전에는 그렇게 쓰거나 받는 거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게 쓰는 거 괜찮아. 봉투를 만들지 않아도 돼서 시간이 덜 걸리고, 쓰는 것도 얼마 안 돼서 편해. 내가 편해서 그렇게 쓰는 거군. 엽서를 좀 더 쓰고 나면 편지지에 쓸까 해. 엽서 편지지 섞어서 쓰는 게 좋을 텐데. 잠시 다른 말로 흘렀군.

 

 엽서 한장만 보낼 때는 우표를 먼저 붙여 그러고 나서 왼쪽에 할 말을 쓰고 오른쪽에 주소를 써. 우표를 붙이고 주소 쓰는 곳을 손으로 만졌더니 손가락에 묻었던 볼펜 잉크가 엽서에 묻었어. 처음에는 그냥 주소만 써서 보낼까 하다가 타원에 맞춰서 색연필로 무지개를 그렸어. 마침 그 검정 선이 타원이었어. 무지개를 다 그리고 나니 색깔이 거꾸로 된 것 같았어. 그렇다 해도 검정 타원 하나만 있는 것보다는 무지개 그린 게 훨씬 괜찮았어. 그걸 받은 친구가 잠깐이라도 기분 좋았기를. 진짜 무지개는 아닐지라도.

 

 잘못해서 그린 검정 선이 무지개가 되는 것처럼 잘못한 걸 잘 보면 다르게 만들 수 있을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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