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문 테이크아웃 10
최진영 지음, 변영근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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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그렇게 자주 생각하지 않지만 몇해 전에는 거의 날마다 일어날 때면 죽고 싶다 생각했다. 요새는 죽고 싶다가 아니고 우울하다는 말을 더 많이 생각하던가. 몇해 전에 그렇게 힘든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사람은 살고 싶기도 하고 죽고 싶기도 하지 않나 싶다. 그때 내 마음이 그쪽에 더 기울었던 건 아닐까. 커다란 창으로 볕이 들고 무척 밝은 것도 싫었다. 지금은 지구온난화나 미세먼지로 햇볕이 예전보다 덜 밝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빛을 그때만큼 싫어하지 않는 걸 보면(요새 낮에 걸으면 볕이 무척 밝다 느낀다). 좀 웃기는 말이구나. 지금은 아주 가끔 죽고 싶다 생각한다. 그래도 죽지 않고 산다. 죽든 살든 바뀌는 건 없을 테니 말이다. 살아서 좀더 나은 날을 맞는 것도 괜찮을 듯하지만 내게 그런 날이 올까. 그런 거 바라지 않는다. 그냥 식물처럼 조용히 아무 일 없이 살고 싶다. 식물은 나름대로 힘껏 살 텐데 ‘식물처럼 조용히 살고 싶다’ 하다니.

 

 사람이 죽고 싶다 생각하거나 죽으려고 할 때 다른 사람이 어떨지 생각할까.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를까. 아니 어쩐지 죽으려는 사람은 다른 사람 생각 안 할 것 같다. 그저 자기 마음이 편한 게 중요할 듯하다. 살면 이것저것 괴로운 일이 많지만 죽으면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구나. 그건 여러 가지 것에서 달아나는 걸까. 누군가한테는 죽음이 비상문이고 구원이기도 할지. 그럴 때가 아주 없는 건 아닌 듯하다. 차라리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나은. 그렇다 해도 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 찬성하지 않는다. 얼마전에 잠깐 이런 생각은 했다. 내가 나이를 아주 많이 먹고 몸이 아파서 누군가한테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더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 그때가 찾아오면 내가 내 목숨을 끊을지도 모르겠다. 그럴 힘이라도 남아 있어야 할 텐데.

 

 이 소설 <비상문>은 동생 신우가 죽고 형 금도가 왜 동생이 죽었을까를 생각하는 이야기다. 정말 신우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산 사람은 죽은 사람 마음을 영원히 알 수 없을 듯하다. 살았다 해도 알기 어려운 게 사람 마음이다. 금도와 신우는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을까. 둘이 어릴 때는 친하게 지냈는데 자라면서 조금 멀어진 듯하다. 금도는 자신이 신우를 잘 몰라서 아쉽게 여겼다. 신우가 살았을 때 더 말할걸 그랬다고 생각한다. 금도가 신우와 잘 지냈다면 신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신우는 우울증도 아니고 남과 조금 다르게 생각했는데, 그걸 살려서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싶다. 그걸 여러 사람한테 말했다면 죽고 싶지 않았을지도. 이건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 거구나.

 

 

 너는 행복할 수 있어.

 

 다들 행복하려고 안달이지. 난 그게 끔찍해.  (53쪽)

 

 

 저 말은 금도가 떠올린 거구나. 벌써 죽은 신우가 살기를 바라고. 정말 신우는 저런 말 했을까. 신우는 바라는 일(직업)에 ‘부자’ 라고 썼다. 부자가 일은 아니지만, 신우가 한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꿈을 가지고 죽어라 애써도 안 될 수도 있지만 부자는 잘 안 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한 말이. 난 부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부자가 되려면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난 그냥 가난하게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 돈이 많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다. 돈 많았던 적이 없어서 어떤지 잘 모르지만. 요즘은 정말 행복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행복은 대체 뭘까. 여전히 난 잘 모르겠다. 즐겁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과 다르지 않을지.

 

 신우가 죽고 금도는 다른 사람도 죽으면 어쩌나 자주 걱정한다. 그런 걱정할 수 있겠지. 끝내 금도는 신우가 왜 죽었는지 모를 거다. 그래도 금도는 앞으로도 살아가리라고 본다. 금도 마음속에 신우를 살게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게 괴롭고 아플지라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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